‘읏맨’ 레오의 진심 “OK금융그룹은 운명이었습니다”

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2-04-05 0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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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우리가 원하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많이 아쉽고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그래도 저희를 경기장 안팎에서 응원해 주셔서 항상 감사했습니다.”

7년 전 ‘쿠바 폭격기’라 불리며 V-리그를 제패했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 이번 시즌 그는 ‘읏맨’으로 돌아왔다. 시즌에 앞서 트라이아웃 신청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외국인 드래프트 당시 OK금융그룹은 10.71%의 낮은 확률을 뚫고 1순위로 레오를 지명했다.

석진욱 감독은 고민 없이 자신의 손으로 레오를 뽑았다. 삼성화재 시절 동료 선수로 만났던 두 사람은 감독과 선수 사이로 다시 재회했다. 레오는 “석진욱 감독은 내가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농담으로 ‘이제 형이 아니다. 감독이니까 잘하라’고 했었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OK금융그룹은 레오에게 운명이었다. 레오가 삼성화재 시절 마지막으로 뛰었던 2014-2015, OK금융그룹 전신 OK저축은행과 챔프전 3차전을 가졌다. 3차전 4세트 23-24로 상대가 한 점만 더 따게 되면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에 레오는 서브 차례를 맞이했다. 하지만 레오의 서브는 네트에 걸리며 상대에게 챔피언십 포인트를 내주고 말았다.

레오는 “14-15시즌 마지막 경기를 상록수체육관에서 가졌다. 그때 나의 마지막 서브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을 때 OK금융그룹에게 선택이 되면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석진욱 감독님, 남균탁 통역, 오정대 트레이너 등 나를 잘 아는 분과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2021-2022 시즌 득점 3위(870점), 공격 3위(성공률 54.48%), 서브 4위(세트 당 0.5개)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V-리그를 강타한 레오. 본지와 서면 인터뷰를 나눈 레오는 “이번 시즌 체력적으로 괜찮았는데 시즌 중 부상을 당해 팀이 중요한 시기에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라며 “5라운드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을 때 코로나 브레이크로 중단되면서 우리의 좋은 리듬과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라고 한 시즌을 돌아봤다.

다시 돌아온 레오는 레오였다. 여전한 실력에 관록미까지 넘치며 OK금융그룹의 공격 한 자리를 책임졌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족들이 한국에 오면서 더 힘을 얻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본인의 경기를 보러온 첫날, 악재를 맞았다. 상대 선수의 발을 밟고 발목이 꺾이면서 부상을 맞았다.

레오는 “가족이 와서 처음으로 경기장에 왔을 때 부상을 당해서 가족들도 놀랐다. 몸 컨디션이 최상이었는데 찾아온 부상이라 좌절감이 컸다”라고 했지만 “가족들이 옆에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지를 해주고 재활을 도우면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여기에 석진욱 감독의 신뢰도 한몫했다. 레오는 “부상을 당한 경기 직후 락커룸에서 석 감독님께서 ‘우리는 용병 교체 없으니까 재활에만 전념하고 복귀할 생각만 하라’고 말씀해 주셨었는데 감독님이 저에 대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감독님의 말씀대로 최대한 빨리 복귀하기 위해서 재활에만 전념 했다”라고 전했다.

재활을 마치고 코트에 복귀한 이후 레오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 윙스파이커가 아닌 아포짓에서 배구를 하는 것. 하지만 레오는 본인을, 팀을 위해선 포지션 변경도 망설이지 않았다.

레오는 “도전이었다. 아포짓으로 변경해서 들어 간 첫 경기에서는 범실을 줄이고 확실한 플레이만 하려고 노력했다. 평생 윙스파이커만 하다가 아포짓으로 경기를 한 게 처음이라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지만 점점 적응이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장점은 공격이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리시브에 대한 부담도 없어서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그리고 블로킹도 아포짓에서 좀 더 잘 되는 거 같아서 전반적으로 포지션 변경은 만족스럽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선 석진욱 감독 뿐만 아니라 고희진 감독과 조우했다. 레오는 “고희진 감독님은 코로나로 인해 경기장에서만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이번 시즌은 그러지 못해 아쉽지만, 다음 시즌에 한국에 오게 되면 시간을 내서 같이 식사도 하고 얘기도 많이 나누려고 한다”라고 털어놨다.

“석 감독님과 고 감독님은 선수 시절, 어린 선수들에게 타의 모범을 보여 주셨듯이 나도 외국인이지만 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이 신뢰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에선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레오는 “한국에 다시 돌아온 이유가 레오는 건재하다는 걸 증명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게 제일 아쉽다”라고 털어놨다.

3일 출국길에 오른 레오. 자국인 쿠바에서 오랜만에 휴가를 보내려고 한다. 레오는 “쿠바에서 2~3년동안 보지 못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라고 계획을 이야기했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팀원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레오는 “OK금융그룹은 다른 팀보다 앞으로 미래가 정말 기대되는 팀이다. 선수들이 각각의 능력이 있기에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경험이 좀 더 쌓인다면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로 힘든 시즌을 보낸 OK금융그룹 동료들에게 이번 시즌 고생 많았고, 항상 부상 조심하면서 몸 관리 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한 시즌 동안 레오를, 그리고 OK금융그룹을 응원해줬던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레오는 “이번 시즌 우리가 원하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많이 아쉽고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 그래도 저희를 경기장 안팎에서 응원해주시고 SNS에도 많은 지지를 보내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OK금융그룹 많은 응원해주시고 저도 팬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 경기하고 준비하겠다”라고 전했다.

 

 

 

사진_더스파이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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