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돌풍의 팀’ 프랑스가 일군 첫 금메달과 브라질 황금세대의 퇴장

서영욱 / 기사승인 : 2021-08-10 00:26:5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1년 늦게 개막한 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금메달을 두고 남녀부 각각 12개 팀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남자부는 프랑스의 첫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마무리됐다. 대회 전 예상과 비교하면 이변에 가까운 결과와 함께 끝난 남자배구였다.

 


이변의 마지막을 장식한 프랑스의 첫 금메달
이변이 적지 않았던 도쿄올림픽 남자배구에서 마지막 반전 스토리의 방점을 찍은 건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예상을 뒤엎고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프랑스는 남자배구계에서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이긴 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의 금메달을 예상하는 의견은 그리 많지 않았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미국, 튀니지와 함께 조별리그 B조에 편성돼 조별리그 통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미국에 0-3 완패를 당했고 튀니지를 잡았지만 아르헨티나에 5세트 끝에 패하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대로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ROC를 3-1로 잡으면서 8강 희망을 살렸고 조 4위로 어렵게 8강에 올랐다.

진짜 이변의 무대는 토너먼트였다. 8강에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폴란드를 만나 5세트 혈투 끝에 승리했다. 윌프레도 레온-바토즈 쿠렉으로 이어진 폴란드 원투펀치를 막진 못했지만 니콜라 르고프, 바르텔레미 치네니즈가 버틴 미들블로커진이 차이를 만들어내며 승리했다. 결승전에서는 다시 만난 ROC 상대로 5세트 끝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랑스 남자배구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다.

프랑스도 멤버 구성 과정에서 변화가 많았다. 미들블로커 케빈 르루가 부상으로 하차했고 윙스파이커 한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보였던 케빈 틸리는 경기력 저하로 트레버 클레베노로 바뀌었다. 주전 세터 자리는 올림픽 중에도 벤자민 토니우티와 앙투완 브리자르가 자주 자리를 바꿨다. 하지만 클레베노는 쟝 패트리, 에르빈 은가페와 함께 삼각편대 한 축을 맡으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은가페는 결승전에서 자신이 왜 스타인지를 보여줬다(결승전 26점을 올림과 함께 MVP로 선정됐다). 5세트 13-12에서 보여준 브리자르의 패스 페인팅은 결승전 최고 명장면 중 하나였다. 어려움은 많았지만 끝내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프랑스 남자배구다.

한 세대의 마지막을 고할 브라질
브라질은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배구 첫 네 번째 금메달과 함께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다. 오랜 시간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세터 브루노 헤젠지, 아포짓 스파이커 월라스 소우자, 미들블로커 루카스 삿캄 등이 건재하고 나이는 베테랑이지만 브라질 대표팀 소속으로는 첫 올림픽인 요안디 리알과 히카르도 루카렐리까지, 금메달을 노리기에 충분한 전력으로 평가됐다. 이번 올림픽을 금메달로 마무리한다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숱하게 결승에 오르는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브라질 황금세대도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는 멋진 마무리를 연출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피 엔딩은 아니었다. B조 2위로 8강에 오른 브라질은 일본을 꺾고 4강에 올랐다.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이미 패배를 안긴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였다. 세트 스코어 1-1로 맞은 3세트, 브라질은 한때 14-8로 앞섰고 세트 막판에도 23-19, 4점차 리드를 잡으며 우위를 점하는 듯했다. 하지만 ROC 이반 야코블레프 블로킹에 가로막히며 듀스를 허용한 끝에 역전패를 당했고 4세트도 접전 끝에 내주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맞아 다시 한번 5세트 접전을 펼친 끝에 패하며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남자배구에서 노메달로 올림픽을 마쳐야 했다. 황금세대의 다소 씁쓸한 결말이었다.

아쉬운 부분은 곳곳에 있었다. 특히 헤젠지와 월라스 소우자 경기력은 대회 내내 기복이 컸다. ROC와 4강전에서도 노 블로킹 상황에서 몇 차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월라스 소우자의 결정력은 뼈아프게 작용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부터 2016 리우올림픽까지 4회 연속 남자배구 결승전에 오른 브라질이지만 도쿄올림픽은 다소 아쉬운 결과와 함께 마무리됐다. 30대 중반에 이른 헤젠지, 월라스 소우자, 삿캄 등이 빠질 다음 올림픽은 세대교체의 장으로 활용해야 할 브라질이다.

한편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는 굵직한 선수들도 여럿 있다. 이탈리아 오스마니 후안토레나와 이란 사에드 마루프 등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의 경우, 세계 배구에서 이란의 입지를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마루프의 퇴장이 향후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자배구와 희비 엇갈린 미국 남자배구
미국 배구는 남녀대표팀 희비가 극명히 엇갈렸다. 여자배구대표팀이 도쿄올림픽 배구 일정 마지막 날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누린 반면 남자배구대표팀은 조별리그를 전패로 마감한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미국의 조별리그 탈락은 이번 도쿄올림픽 남자배구 최대 이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남자배구 역시 강팀으로 분류되는 미국이고 이미 올림픽을 경험한 베테랑이 다수 버티는 팀이기에 A조보다 조 편성이 까다로운 B조라고는 해도 조별리그 탈락을 예측하긴 어려웠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프랑스를 3-0으로 완파하는 등 출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ROC와 브라질전 패배, 그리고 8강 진출 여부가 달린 아르헨티나와 끝장 승부에서 0-3 완패를 당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맷 앤더슨, 토레이 데팔코, 테일러 샌더로 구성된 미국 날개 공격수 3인방은 확실한 한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전 패배 이후 미국 존 스페로우 감독은 NBC와 인터뷰에서 리시브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두 경기 연속 너무 많은 서브 에이스를 내준 게 패인이라는 설명이었다(미국은 브라질전과 아르헨티나전 모두 서브 에이스 7개를 내줬다). 여기에 서브 역시 그리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간 미국 대표팀 주축을 이룬 앤더슨, 맥스웰 홀트, 에릭 쇼지 등은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모습을 보지 못할 수 있다. 미국 역시 이들의 자리를 장기적으로 대체할 선수들을 찾는 게 고민거리로 다가올 전망이다.

29년 만에 8강 진출, 희망을 쏜 일본
일본 남자배구는 개최국 자격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력에서는 다소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반전을 노린 일본 남자배구였다.



8강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일본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승 2패, 승점 6점을 기록 중이었다. 이란과 마지막 경기 승자가 8강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양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경기인 만큼 치열했다.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마지막에 웃은 건 일본이었다. 3세트까지 부진하던 이시카와 유키가 4세트 이후 살아나며 승리로 이끌었다. 극적으로 8강에 오른 일본은 브라질에 0-3으로 패했지만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29년 만에 8강에 올랐다는 점만으로도 만족할 만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진출했고 조 편성 역시 다소 유리한 편이긴 했지만 아시아 최강으로 불리는 이란을 꺾고 8강에 올라갔다는 점은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 일본이 이런 성과를 낸 바탕에는 해외 강팀과 맞붙었을 때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원투펀치가 있었다. 이탈리아 리그에서도 주전으로 활약 중인 이시카와 유키와 2021-2022시즌부터 이탈리아 리그에서 뛸 니시다 유지(이탈리아 세리에A 톤노 칼리포 칼라브리아 비보 발렌티아로 이적했다)가 좌우에서 활약하며 일본 남자배구도 이전보다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미들블로커 두 자리만큼은 2미터가 넘는 장신(일본 주전 미들블로커 오노데라 다이시는 201cm, 야마우치 아키히로는 204cm다)으로 채우고 일본 배구 특유의 수비와 기본기가 더해졌다. 이란 역시 전성기를 이루던 멤버에서 일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흐름을 보여주며 아시아 맹주 자리에 변화를 가져올지도 향후 지켜볼 부분이다.


사진=FIVB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