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의 3번 선수’가 된 세터 황승빈 “내 가치 증명하겠다”

이보미 / 기사승인 : 2023-05-30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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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 황승빈은 이제 KB손해보험의 등번호 3번 선수가 됐다.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는 지난 25일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KB손해보험은 아웃사이드 히터 한성정을 내주고, 세터 황승빈을 영입했다. 황승빈은 한 시즌 만에 새 유니폼을 갈아입은 셈이다.

1992년생 황승빈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주전 세터로 자리를 잡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베테랑 한선수가 있었고, 2019년에는 또 다른 베테랑 유광우까지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황승빈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황승빈은 즉시전력감으로 분류되는 세터였다.

결국 황승빈은 2021년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화재로 둥지를 틀었다. 기회를 얻은 황승빈은 2021-22시즌 33경기 126세트 출전, 프로 데뷔 이후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다. 바로 1년 뒤에는 또다시 트레이드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었다. 2022-23시즌에는 주장까지 맡았고, 36경기 140세트 출전 기록을 남겼다. 리그 세트 2위(세트당 10.3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황승빈의 V-리그 4번째 팀은 KB손해보험이다. 황승빈은 지난 26일 KB손해보험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 29일 더스파이크와의 통화에서 “내 가치를 증명하겠다”며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3번째 이적이다. 황승빈도 마냥 달가울 수만은 없었다. 그는 “한 시즌 만에 또 팀을 옮기게 됐다. 솔직히 ‘이게 과연 좋은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신영철 감독님이 말해주셨듯이 내가 배구를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황승빈은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훈련 중에 나 스스로 크고 작은 시도를 하곤 했다. 예를 들어 손 모양을 조금씩 다르게 하거나, 발 스텝을 바꾸는 등 나만 알 수 있는 변화를 줘서 잘 맞는 스타일을 찾으려고 했다. 동시에 그 감각을 익힌다. 자신 있게 했던 토스를 다시 찾아보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적은 늘 새롭다. 새로운 동료들, 플레이, 팀 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 이에 황승빈은 “항상 처음이 어색하긴 하다. 그래도 두 번 해봤으니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삼성화재 이적했을 때는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필요했는데, 우리카드 가서는 그 시간이 단축됐다”면서 “(정)민수 형이랑 자주 대화하는 사이였고, (한)국민이는 군대 후임이었다. (백)광현이랑은 대한항공, 삼성화재, 상무에서 오랫동안 같이 해왔고, (황)경민이도 삼성화재에 같이 있었다”며 KB손해보험의 든든한 지원군을 소개했다.

KB손해보험도 한시름 덜었다. 주전 세터 황택의가 올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하면서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팀 내에는 2000년생 신승훈, 2004년생 박현빈이 있지만 주전 세터로 시즌을 소화한 경험은 없다. 잠재력이 있는 세터들이지만 리스크도 분명했다. 여기에 황승빈이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으면서 세터진 균형을 이뤘다.




황승빈은 팀에 합류한 뒤 후인정 감독과도 얘기를 나눴다. 그는 “감독님이 즐겁게 하라고 하셨다. 경기 운영은 세터가 하는 거라고 하시면서 즐거움 속에서 배구를 하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외국인 선수 비예나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황승빈은 직전 시즌 주포로 활약한 비예나, 황경민에 대해 “대한항공에 있을 때 상무 전역한 이후 한 두달 동안 비예나와 같이 있었다. 그 때 당시 비예나가 부상이라 호흡을 맞추지는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기대가 된다. 비예나는 세터 공을 가리는 선수가 아니다. 더 편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경민이도 삼성화재에서 같이 플레이를 해봤다. 잘 맞춰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KB손해보험은 황택의가 7시즌 연속 이끌었던 팀이다. 황승빈도 황택의의 스타일을 잘 안다. 그는 “택의가 꽤 빠른 토스를 했다. 팀 컬러 역시 스피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나도 잘 맞춰서 적응을 해야한다.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황승빈의 등번호는 그대로 3번이다. 대학교까지는 2번을 배정받았다. 대한항공의 2번은 한선수였기 때문에 황승빈은 프로 데뷔부터 3번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다만 KB손해보험 등번호 3번은 신승훈의 것이었다. 황승빈은 “내게 3번은 상징적이고 특별한 번호다. 다행히 승훈이가 양보를 하겠다고 하더라. 염치없고 미안하지만 고마운 마음으로 받겠다고 했다. 작은 선물을 해줘야 할 것 같다”며 멋쩍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끝으로 황승빈은 “일단 팀에 잘 융화되고 싶다. 즐겁고 재밌는 배구를 하고 싶고, 내 가치를 증명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황승빈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사진_KB손해보험 SNS, 더스파이크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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