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두 번째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추가한 정지석은 멈추지 않고 달릴 준비를 이미 마쳤다.
1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MVP 주인공은 대한항공 정지석이었다. 2020-2021시즌 정지석 활약은 눈부셨다. 득점 6위, 공격 성공률 1위, 서브 2위에 디그에서도 4위에 오르는 등 공수 양면으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대한항공을 정규리그 1위로 올린 공도 인정받아 전체 31표 중 22표를 획득해 MVP를 차지했다.
정지석은 이번이 개인 통산 두 번째 정규리그 MVP 수상이다(2018-2019시즌 첫 수상).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MVP 2관왕에 베스트7 등극과 통합우승까지. 선수와 팀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누린 정지석의 2020-2021시즌이었다.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동시에 석권한 남자부 선수는 2016-2017시즌 문성민 이후 4년 만이다.
올 시즌 상복이 제대로 터진 정지석은 더 욕심이 생긴다고 밝혔다. “선수라면 욕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정지석은 “나이 많은 형들을 존중하는 이유는 반짝 잘해서가 아니라 꾸준히 잘하고 대기록을 세운 게 존경스러워서다. 앞으로 많은 기록을 쌓고 상을 더 받고 싶다. 욕심내고 싶다”라고 상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 시즌은 MVP 수상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솔직한 답변도 남겼다. “7부 능선은 넘었다고 생각했다”라고 운을 뗀 정지석은 MVP 경쟁자였던 케이타를 향한 긍정적인 메시지도 남겼다(케이타는 8표를 획득해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케이타를 인정하고 싶은 건, 실력이나 세리머니 등으로 남자배구를 팬들에게 더 알렸다고 생각해서다. 세리머니를 불쾌하게 여긴 선수도 있겠지만 나는 즐거웠다. 귀엽고 내 어릴 적을 보는 것 같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MVP 수상에 따른 차이도 언급했다. “그때는 팀원들이 나한테 몰아준 게 있다고 본다. (한)선수 형한테도 미안했다”라고 돌아본 정지석은 “올 시즌에는 내 플레이에 자신이 있었다. 예전에는 각도와 스피드로 공격했다면 올 시즌에는 타점도 더해져 선택지가 많아졌다. 올 시즌은 MVP에 어울리는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솔직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답을 남겼다.
대한항공을 대표하는 두 베테랑, 한선수와 곽승석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정지석은 첫 번째 정규리그 MVP 수상 당시에도 곽승석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말한 바 있다. “승석이 형은 모든 선수에게 귀감이 된다”라고 치켜세운 정지석은 “가장 저평가되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대표팀에 갔을 때 당시 감독님께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하셨다. 승석이 형, (김)학민이 형, (신)영수 형 다 따라 해봤는데 가장 비슷했던 게 승석이 형이다. 너무 고맙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선수에 대해서는 “선수 형이 나를 두고 팀 안에서 인정받는 게 아니라 밖에서 인정받는 선수라고 한다. 항상 정신 차려라, 집중 못 한다고 말한다. 다음 챔프전에는 칭찬 한번 듣고 싶다”라고 언급했다.
MVP 수상에 통합우승까지, 자칫 동기부여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정지석은 여전히 강한 목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다음 시즌 하면 FA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임)동혁이가 말한 것처럼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하며 “내가 왜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받았는지 더 나은 모습으로 증명하고 싶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다음 시즌이 나에 대한 새로운 시험대가 아닐까 싶다. 통합우승으로 동기부여가 없어질 수 있는 타이밍이다. 목표의식을 잘 잡고 다음 시즌에 임하겠다. GS칼텍스처럼 트레블까지 한 단계 더 욕심 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지석은 국가대표를 향한 열망과 가족을 향한 고마움으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정지석은 “비시즌에 대표팀에 뽑아 주신다면 헌신하고 싶다”라며 “국제대회에 약하다는 평을 들으니까 투지가 생겼다. 열망이 크다. 한 시즌을 그냥 보내도 좋으니 국가대표에서 잘하고 싶다”라고 대표팀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정지석은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가족은 언급하며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부모님이다. 낳아주고 키워주셨고 배구를 권해주셨다. 시즌이라는 핑계로 집에 자주 못 갔다. 이제 휴가니까 찾아뵙고 싶다. 부모님과 같이 술도 안 마셔 봤는데, 이번에 술도 마시면서 서먹했던 것도 풀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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