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가 최후의 순간 굳은 마음을 먹었다. 마음먹은 대로 해낸 뒤에는 눈물을 터뜨렸다.
1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치러진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는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에게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기였다. 레이나는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이 우측 무릎 인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1-2세트에는 김연경과 함께 공격을 이끌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3세트부터 레이나에게 부침이 찾아왔다.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4세트 20점대 이후에는 제대로 된 공격을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역전패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운명의 5세트에도 상대의 견고한 블록에 고전했던 레이나는 마지막 14-12에서 경기를 끝내는 득점만큼은 확실하게 책임지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팀의 세트스코어 3-2(25-18, 26-24, 23-25, 24-26, 15-12)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레이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한바탕 눈물을 흘린 뒤, 레이나가 인터뷰실을 찾았다. “윌로우가 없다고 해서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 하지만 4세트에 나 때문에 역전패를 당한 것 같아서 분한 마음이 크다”며 기쁨보다는 속상함을 먼저 드러낸 레이나는 눈물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4세트의 역전패가 나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울었다”는 이유를 밝혔다.
이후 레이나에게 14-12에서 체력이 바닥난 채 마지막 공격을 시도할 때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를 물었다. 그는 “‘지금 이 1점이 없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금은 나밖에 결정지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대각 공격을 구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아웃사이드 히터에서도 최근에는 팀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고,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스스로의 활약을 평가한 레이나는 “나에게 많은 서브가 올 거라는 걸 미리 예상하고 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덕분에 오히려 준비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며 목적타에도 많이 익숙해졌음을 전했다.
레이나로부터 리시브에 관해서는 다소 의외의 답변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이날 윌로우가 아닌 김미연이 아포짓으로 나서면서, 레이나는 로테이션에 따라 리시브를 면제받기도 했다. 본 포지션이 아포짓인만큼 리시브를 면제받는 자리가 더 편했는지 묻자 레이나는 “아니다. 여전히 어려웠다. 리시브를 어차피 가담해야 할 때는 차라리 리시브를 계속 받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며 오히려 꾸준히 리시브를 받는 것이 더 낫다는 체감을 전했다.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레이나는 V-리그와 리그에서의 자신의 활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먼저 V-리그에 대해서는 “나는 일본인이라 일본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V-리그는 인기가 많고 주목도가 높은 것 같다”는 감상을 전한 레이나는 “시즌 초반에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팀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팀에 필요한 존재라는 걸 경기에 자주 나서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고 자신의 점점 좋아진 활약상에 대한 평가도 들려줬다.
끝으로 레이나는 남은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싶다”고 운을 뗀 레이나는 “팀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런 시간들을 핑계로 삼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잘 적응하고 있으니 끝까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부진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레이나의 얼굴에는 승리나 수훈선수 선정에 대한 기쁨보다는 스스로의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과 속상함이 더 많이 드러났다.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발전에 대한 욕심을 갖는 레이나의 마음가짐은 자기 자신은 물론 팀 흥국생명까지도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만 같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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