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정말 잘 싸웠다. 하지만 결국 최후의 순간에는 웃지 못했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가 막을 내렸다. 남자부와 여자부의 엔딩이 비슷했다. 여자부는 1일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을 꺾으며, 남자부는 2일 대한항공이 OK금융그룹을 꺾으며 각각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환희의 웃음을 지으며, 누군가는 아쉬움의 눈물을 감추며 시즌이 끝났다.
시즌이 모두 끝난 지금은 각 팀이 이번 시즌 어떤 결과를 맞이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살펴보며 전체적인 복기를 해보는 결산 시간을 가져보기 좋은 시기다. <더스파이크>가 가장 여섯 번째로 결산을 내볼 팀은 이변의 주인공이 됐지만 시즌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던 팀, 우리카드다.
*우리카드: 정규리그 2위(23승 13패, 승점 70) - 플레이오프 탈락(VS OK금융그룹, 2패)
대다수가 하위권 예상, 그러나 우리카드는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다
2023-24시즌이 시작되기 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카드를 하위권으로 점쳤다. 주포 나경복이 KB손해보험으로 전격 이적하며 공격력에 공백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 외에도 풀 시즌을 이끌 주전 세터로 2004년생 한태준이 과연 적합한가에 대한 불안감부터, 또 한 번 대거 발생한 트레이드로 인한 조직력 문제와 계산이 서지 않는 뉴 페이스 외인 마테이 콕(등록명 마테이)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안 요소가 너무 많았다. 심지어 신영철 감독 스스로도 우리카드를 하위권으로 예측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예상 밖의 저력을 선보였다. 한태준은 전임자 황승빈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는 맹활약을 펼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황승빈과 트레이드된 한성정은 시즌 초~중반을, 송희채와 트레이드된 송명근은 시즌 중~후반을 책임지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유일한 새 얼굴이었던 마테이는 3라운드 MVP를 수상하는 등 팀의 주포로 날아올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첫 풀타임 주전 시즌에 나선 김지한 역시 리시브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나경복의 공백을 최소화했고, 아시아쿼터로 팀에 합류한 잇세이 오타케(등록명 잇세이)는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을 오가며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다. 황승빈의 보상선수로 우리카드에 돌아온 박진우는 중앙에서 베테랑다운 무게감을 발휘했고, 이상현은 시즌 초반의 부침을 극복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감독-코치진의 케어 하에 선수들의 역량이 최고로 발휘되면서, 우리카드는 정규리그 내내 1~2위를 오가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거듭났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마테이의 부상, 그 자리를 메우지 못한 아르템
그러나 우리카드는 시즌 후반부에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주포 마테이가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한 것. 상태는 심각했다. 사실상 잔여 시즌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신 감독과 우리카드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외인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새로운 외인을 찾는 기간 동안은 잇세이가 아포짓 자리에서 깜짝 활약을 펼치며 생각보다 잘 버텨줬다. 그러나 결국 우리카드의 종착지가 어디일지는 교체되는 외국인 선수가 결정할 것이라는 건 분명했다.
안타깝게도 새 외국인 선수 아르템 수쉬코(등록명 아르템)는 한계가 명확한 선수였다. 아포짓으로 쓰기에는 공격이, 아웃사이드 히터로 쓰기에는 리시브와 수비가 아쉬웠다.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경기였던 KB손해보험전에서 아르템은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이내 한계를 드러내며 상대팀들의 공략 포인트가 됐다.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아르템을 코트 위에 쓰지도 못하며 사실상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 후반부를 치른 우리카드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엄청난 활약을 펼친 OK금융그룹과의 화력전에서 압도당하며 시즌을 플레이오프에서 마감해야 했다. 단기전 경험 부족‧정규리그 1위 확정 실패 등 다른 이유들도 많았지만, 마테이의 이탈과 아르템의 부진은 분명 우리카드의 가장 큰 우승 실패 요인이었다.
김지한-이상현-한태준-김영준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갖춰진 미래 기반
그러나 우리카드는 우승에 실패했을 뿐이다. 그들의 시즌 자체가 실패였다고는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자원들이 전 포지션에 걸쳐 대거 성장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이다.
날개에서는 단연 김지한이 그 주인공이다. 496득점(9위)‧공격 성공률 50.3%(9위)‧리시브 효율 35.9%(18위)‧세트 당 서브 득점 0.183개(11위)를 기록하며 어엿한 팀의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야전사령관 한태준은 세트 2위(세트 당 세트 성공 11.6개)에 오르며 벌써부터 차기 국가대표 세터로 거론되고 있다.
중앙에서는 이상현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돋보였다. 지난 6시즌 동안 늘 신영석의 차지였던 블로킹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자신의 이름을 V-리그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고, 속공의 스피드와 안정감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그런가하면 후방에서는 리베로 김영준이 국가대표 출신 리베로 오재성과 출전시간을 나눠가질 정도로 성장하며 팀의 현재이자 미래로 거듭났다.
이처럼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자원들이 성장했기에, 우리카드는 이번 시즌을 아쉽게 마쳐야 했던 설움을 금방 씻으리라는 기대감을 품을 수 있다. 아쉬움 속에 소득도 챙긴 우리카드는 과연 2024-25시즌에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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