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다.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 4강 진출 이후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은퇴를 하면서 전력이 약화됐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지휘봉을 넘겨 받은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은 1승25패를 기록 중이다. 세자르 감독도 직격 발언을 남겼다.
세자르 감독은 지난 27일 오후 7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첫 경기인 불가리아전을 1-3(22-25, 18-25, 26-24, 15-25)으로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한국은 이날 불가리아를 상대로 한 세트를 가져왔지만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작년 VNL 12전 전패에 이어 올해 9연패를 기록 중이다. VNL에서만 2년 동안 21연패 수렁에 빠졌다. 작년 세계선수권에서도 1승4패의 성적표를 받았다. 2022년 세자르 감독 부임 이후 유일한 승리가 그 해 9월 세계선수권 크로아티아전이었다. 하지만 올해 VNL에서 크로아티아를 만난 한국은 패했다.
불가리아전이 끝난 뒤 세자르 감독은 “충분히 잘 싸웠고, 밀어붙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수비와 서브에서 부족했다. 우리가 비디오 미팅 때 얘기했던 플레이를 했다. 중요한 순간 1, 2개를 놓쳐서 아쉽고 그래서 패했다”고 밝혔다.
복근 부상으로 2주차 14인 명단에서 제외됐다가 다시 합류한 세터 김다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세자르 감독은 “다시 합류해 기쁘다. 전반적으로 잘했다. 보완할 점도 찾았다.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번 주에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1승 25패라는 성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전술적으로 준비한 것에는 문제가 없다. 국제적인 수준을 이해하고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것이 부족했다. 전반적으로 성장 중이다.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계속 맞춰가면서 우리의 최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어 “공격적인 측면에서 작년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췄다. 작전타임 때도 전술적인 부분을 더 얘기하고 있다. 상대팀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떤 변화를 적용할지 등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며 대표팀이 작년에 비해 성장한 부분을 설명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FIVB 랭킹 34위로 한 계단 더 떨어졌다. 내년 파리올림픽은 물론 2028 LA올림픽 본선 진출도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세자르 감독은 “사실 FIVB 랭킹 시스템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올림픽으로 가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팀들은 랭킹 포인트를 잃지 않지만, 우리는 랭킹 포인트를 잃고 있다”면서도 “올림픽 예선에서도 상위에 랭크된 팀들과 만난다. 불가능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한 계속 노력할 것이다. 만약에 올림픽에 갈 수 없게 된다면 감독으로서 책임을 질 것이다. 협회와 상의를 해서 대표팀 방향성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아직 VNL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 중국, 폴란드와 맞대결이 예정돼있다. 세자르 감독은 “신체적으로 강하고 우세한 팀들을 만난다. 경기를 준비할 때는 늘 이기려고 준비를 한다. 25패를 한 경기 역시 그랬다. 오늘 경기도 졌지만 팀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 본다. 오늘과 같은 투지를 더 자주 보여줘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대표팀은 VNL이 끝난 뒤 소집 해제된다.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세자르 감독은 향후 계획에 대해 “KOVO컵 대회도 체크하고, 우리가 했던 VNL을 다시 분석할 예정이다. 이후 올림픽 예선을 준비하기 위해 16명의 선수를 부를 것이다”고 짤막하게 전했다.
사진_수원/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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