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무라드를 정규직으로 이끈 세 개의 무기, 건강함-적응력-간절함

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2-13 17: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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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몸과 뛰어난 적응력, 그리고 한국에 남겠다는 간절함이 무라드를 생존으로 이끌었다.

대한항공이 도드람 2023-2024 V-리그의 잔여 시즌을 함께 할 외국인 선수로 무라드 칸(등록명 무라드)을 최종 선택했다. 구단은 12일 “외국인 선수를 무라드로 교체 공시 완료했다”고 밝히며 무라드를 선택했음을 알렸다. 기존의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와는 세 번째 시즌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채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

무라드와 링컨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대한항공의 시즌 후반부와 결말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기로였다. 각자의 장단점이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을 포함한 대한항공 구성원들의 고민은 마감 기한이었던 2월 12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간까지 계속됐지만, 최종 선택은 무라드였다.

배구판의 비정규직이나 다름없었던 대체 선수 무라드가 구단의 최종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무라드 선택의 이유를 “좋은 피지컬을 이용한 강력한 공격력과 블로킹 능력이 우수하며, 잠재력이 높은 선수다. 지난 8주 동안 팀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팀의 목표인 우승을 달성하는 데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틸리카이넨 감독이 언급하지 않은 부분들 중에서도 무라드의 생존 이유가 된 그의 장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건강함이었다. 링컨이 끝까지 증명하지 못한, 무라드의 절대 우위가 돋보이는 요소였다. 무라드는 무려 52점을 퍼부었던 4라운드 현대캐피탈전에서도 5세트까지 꾸준히 높은 타점을 유지했다. 공격 파워 역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무라드는 좋은 회복력까지 갖췄다. <더스파이크>와의 인터뷰에서는 역대 최장시간 신기록을 세운 현대캐피탈과의 혈투를 벌인 다음 날도 “딱 적당한 정도로만 피곤했다.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반면 링컨은 11월 30일부터 허리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올스타 브레이크까지도 100%의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무라드가 최종 선택을 받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적응력이었다. 무라드는 2000년생으로 나이도 아직 어리고, 무슬림이라는 국내에서 생활하기 쉽지 않은 종교적 특색을 가졌지만 한국 생활에 무난하게 적응했다. 그는 이제 대한항공의 구성원들을 가족 같은 존재라고 여기고, 그들과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는다. 숙소에 있는 고양이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국 음식은 너무 맛있다. 소고기를 특히 많이 먹고, 생선 요리와 파스타, 국 종류 음식들도 다 맛있다”고 말할 정도로 식생활에도 문제가 없다. 배구 외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의 큰 장점이다.

마지막 하나는 간절함이었다. 애초에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지원할 때부터 무라드는 한국행을 원했고, 불가리아에서의 시즌을 보내던 도중에도 오퍼를 받고 대한항공 합류를 선택했을 정도로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길 원했다.

무라드는 <더스파이크>와의 인터뷰에서 “이 곳에 남을 자신이 있다. 또 다음 시즌에도 한국에서 뛰고 싶다. 나는 챔피언결정전에 함께 가기 위해 대한항공에 왔고, 이 팀이 잘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어쩌면 이런 간절함이야말로 대한항공의 구성원들과 팬들이 외국인 선수에게 가장 원하고 바랐던 요소였을지 모른다.


이러한 장점들을 살려 최종 선택을 받았다고 해서 무라드의 V-리그 커리어에 꽃길만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최대 약점인 기복과 단조로운 하이 볼 처리 패턴을 해결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본격적으로 시작될 상대 팀들의 분석과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무라드에게 이제는 언제든 한국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그의 경기력과 멘탈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마침내 찾아온 심리적 편안함을 발판 삼아 부지런히 땀을 흘린다면, 무라드는 그가 한국에 들어올 때부터 원했던,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사진_용인_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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