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다”
강주희 심판은 7월 19일 여자배구대표팀과 함께 도쿄로 향했다. 22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귀국한 강 심판은 11일 <더스파이크>와 전화 통화에서 “무사히 살아서만 돌아오자는 생각이 강했다”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운을 뗐다.
코로나19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 대부분의 생활엔 제약이 따랐다. 강주희 심판은 철저한 방역 지침과 동선 제한에 모든 걸 방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배정이 없는 날 유일하게 허락된 활동은 경기 관전이었다.
강 심판은 “지정된 공식 활동에 경기장 방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배구 경기장 외에 외부 활동이 금지됐다. 숙소 앞 편의점조차 갈 수 없어서 배달로 밥을 챙겨 먹었다. 혹시 모를 상황으로 인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념품도 사오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제한된 일상 속 강주희 심판을 웃게 한 건 한국대표팀이었다. 강주희 심판은 “내가 심판으로 갔던 대회에선 한국대표팀이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이번엔 4강에 올랐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정말 뿌듯했다”라며 웃었다.
강주희 심판이 맞이한 두 번째 올림픽이다. 강주희 심판은 5년 전 리우올림픽을 떠올리며 “첫 올림픽 땐 낯선 환경 속에서도 설렘이 있었고, 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에 신경을 썼고, 애를 쓰다 보니 귀국 후엔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도쿄올림픽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강주희 심판은 “두 번이나 올림픽을 다녀왔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사실 내가 세운 목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덤덤했다. 올림픽 전 VNL 때 정말 힘들었기에 이번엔 모든 걸 받아들이고자 했다”라며 솔직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내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고,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자 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내가 내 집에 있는 편안함 그 자체였다“라고 말했다.
강주희 심판은 총 7경기에 투입됐다. 그중 하나는 프랑스와 튀니지, 남자부 경기였다. 강 심판은 “사실 최근에는 여자 심판이 남자 경기에 투입되는 경우가 잘 없는데 내가 배정을 받았다. 의외였다”라고 이야기했다.
여자부 조별 예선 A조. 한국대표팀과 같은 조에 포함됐던 세르비아와 도미니카공화국 첫 경기에도 들어갔던 강주희 심판은 “당시 우리가 8강에 가기 위해선 도미니카공화국을 이겨야 승산이 있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지난 9일 여자배구대표팀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를 탔던 강주희 심판. 공항의 많은 인파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 심판은 “지금이 영광을 누릴 수 있는 황금기가 아닐까 싶다. 후배들이 잘해줬고 그들이 일궈낸 성과다. 너무 장하다. 팬들의 기대에 선수들이 그만큼 부응해줬기에 인기가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지켜보는 선배 입장에선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사진_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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