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이 넘치는 노우모이 케이타(등록명 케이타)를 옆에서 본 ‘새 식구’ 한성정이 놀랐다.
한성정은 지난 26일 우리카드를 떠나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KB손해보험은 미들블로커 김재휘와 군 복무 중인 윙스파이커 김동민을 내주고, 윙스파이커 한성정과 202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얻었다.
한성정은 2일간 훈련을 했고, 28일 한국전력전에 선발 출전했다.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0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과 효율은 각각 50%, 44%로 안정적이었다. 리시브 효율은 18%로 저조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블로킹과 공격 성공으로 팀의 3-1(22-25, 27-25, 30-28, 25-20)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범실은 2개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1세트 막판 주전 윙스파이커 김정호가 발목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케이타-한성정-홍상혁이 새로운 삼각편대를 구축해 마지막에 웃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한국전력전 5연패를 끊었고, 동시에 2연패 탈출에 성공하며 선두 대한항공을 맹추격했다.
경기 전 코트 위에서 연습을 할 때부터 선수들은 ‘새 얼굴’ 한성정의 스파이크 하나에 박수를 치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케이타도 한성정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어깨도 토닥이며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적이었던 케이타를 동지로 만난 한성정은 “처음에 팀에 왔을 때 놀랐다. 케이타가 경기 때보다 흥이 더 많았다. 오늘 경기를 하면서도 계속 웃으면서 했던 것 같다. 지고 있을 때도 웃으면서 재밌게 배구를 한 것 같다”고 했다.
흥 넘치는 케이타와 함께 평소에도 팀 분위기가 밝은 KB손해보험이다. 이날도 케이타는 득점 후 공을 두 손으로 잡고 마치 어린 아이처럼 코트를 뛰어다니는 세리머니를 했다. 늘 유쾌한 에너지가 넘친다. 한성정도 흥이 더해진 배구를 하고 있다.
2017년 프로 데뷔 후 첫 이적 그리고 새 유니폼을 입고 뛴 첫 선발 경기를 마쳤다. 한성정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프로 데뷔전보다 더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원래 경련이 잘 안 나는데 처음으로 종아리에 경련이 왔다. ‘진짜 많이 긴장했구나’를 느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트레이드 직전에 우리카드에서는 출전 시간도 줄었다. 윙스파이커 송희채가 시즌 도중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한성정은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꼭 내 가치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긴장을 해서 못 보여준 것 같다”면서 “감독님이 못해도 되니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시면서 편하게 해주셨다”고 밝혔다.
부담감도 컸다. 한성정은 “첫 이적해서 경기를 했다. KB손해보험이 2위인에 내가 와서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이겨서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성정을 비롯해 팀원들을 다친 김정호를 위해서라도 이기려고 했다. 한성정은 “우리가 이기는 것이 정호를 위로하는 거라고 얘기를 했다. 그래서 다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힘줘 말했다.
오른 발목을 다친 김정호는 바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X-레이 검사 결과 이상은 없었다. 다만 붓기가 가라앉은 뒤 MRI로 정밀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해보인다. 결국 윙스파이커에는 한성정과 홍상혁, 정동근 등이 투입될 전망이다.
1, 2라운드 4위를 기록했던 KB손해보험은 10승8패(승점 33),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후인정 감독은 “플레이오프가 아닌 챔피언결정전까지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을 믿는다”며 후반기 각오를 전했다. 한성정과 손을 잡은 KB손해보험은 두 시즌 연속 봄배구를 꿈꾼다.
사진_수원/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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