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사상 첫 대학 선수 신인이 탄생했다. 이채은(광주여대)이 불굴의 의지를 드러내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채은은 170cm 아웃사이드 히터 겸 리베로로 경해여중-포항여고 출신이다. 2022년 여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채은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채은은 포기하지 않고 프로 입단을 위한 도전을 이어갔다.
이채은은 바로 광주여대로 진학했다. 광주여대 배구부 창단 직전이었다. 광주여대 최성우 감독과 함께 2023년 드래프트 도전을 계획했다. 광주여대는 3월 창단 후 본격적으로 여자대학부 대회에도 출전했다. 첫 대회인 2023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에서 단번에 준우승을 거두는 성과를 이뤘고, 제천대회에서도 ‘최강팀’ 단국대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채은도 광주여대에서 힘든 훈련을 소화하며 기량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올해 신인 드래프트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신인 드래프트 시행 세칙에 따르면 드래프트 신청 자격에는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및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소유한 선수 중 프로구단에 입단을 희망하는 선수가 해당된다.
1~4라운드 지명까지 이채은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 조 트린지 감독이 이채은을 수련 선수로 지명하는 순간 이채은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이채은은 “두 번째 드래프트 만에 뽑혔다. 정말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페퍼저축은행에서 뽑아줘서 그냥 눈물만 났다. 대학 선수도 뽑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내년에 후배들에게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채은은 대학 선수로 첫 프로 지명을 받은 사례가 됐다. 지난 2021-2022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실업팀 소속의 세터 이윤정과 리베로 문슬기가 프로 입단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이윤정은 고교 졸업 후 바로 실업팀에 입단했고, 프로 데뷔하자마자 신인선수상을 거머쥐었고 지난 시즌에는 우승 세터까지 됐다. 문슬기도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세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실업팀에서 출발했지만, 프로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채은도 새로운 꿈을 키우게 됐다.
올해 드래프트에서는 총 40명의 지원자 중 수련선수 6명을 포함해 21명이 프로 지명을 받았다. 21명이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동안 그대로 자리에 남은 19명의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다. 서로를 토닥이며 위로를 건넸다.
19명의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채은은 “나도 작년에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해서 대학교 가서 다시 준비를 했다. 자신감을 갖고 다시 도전했으면 좋겠다. 이번 드래프트가 끝이 아니다. 기회는 계속 있다. 될 때까지 지원을 했으면 한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이채은도 1년 전 이 자리에서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정말 배구를 포기해야하나 생각했다. 다행히 대학교에 잘 갔고, 부모님께서도 밀어주셔서 이 길까지 온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프로 관문은 통과했다. 이제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공교롭게도 페퍼저축은행에는 문슬기와 함께 리베로 오지영, 김해빈도 있다. 이채은은 “오지영 선수가 롤모델이다. 지영 언니의 파이팅 있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뒤를 잇고 싶은 마음으로 경기에 뛰겠다”며 “코트 안에서 기술이 아니더라도 파이팅이라도 돋보이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누구보다 절실했기에 여기까지 왔다. 확실한 목표를 갖고 버티고 또 버텼다. 이채은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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