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강예진 기자] 줄이고 흔들어야 산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1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예선 라운드 다섯 번째 경기에서 도쿄올림픽 같은 조에 속한 도미니카공화국에 0-3(23-25, 26-28, 18-25)으로 패했다. 전날 휴식을 취했던 김연경, 양효진, 오지영을 비롯해 이소영, 박정아, 박은진까지 스타팅으로 코트에 섰지만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면서 3연패를 떠안았다.
경기 내내 한국이 끌려갔던 건 아니다. 1세트 초반엔 상대 범실과 염혜선의 날카로운 서브 공략으로 3점차 리드를 잡았다. 리시브가 다소 안정적이지 못한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공격 범실을 유도했고, 제대로 된 세트플레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모습도 나왔다.
문제는 범실이었다. 이날 도미니카공화국(23개)보단 범실(19개)을 적게 했지만 쫓아가는 순간, 점수를 더 벌리려는 순간마다 범실에 발목을 잡혔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파워와 높이, 공격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최대한 범실을 줄이면서 할 수 있는 플레이를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다.
‘양날의 검’이라 불리는 강서브엔 범실이 따라오기 마련. 더 중요한 건 어느 타이밍에 범실이 나오느냐다. 이날 한국은 1세트 리드를 뺏겼다가 반격 과정에서 김연경의 마무리로 22-21로 역전에 성공하며 세트 선취 기회를 노렸지만 곧바로 이소영의 범실로 동점을 허용했고 상대에게 한숨 돌릴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상대 블로킹에 공격이 차단되고 연결 범실로 1세트를 내줬다.
2세트는 중반까지 박빙이었다. 염혜선의 서브 차례 때 한 점차 리드를 잡기도 했고, 한때 상대 화력에 5점차로 뒤처졌지만 ‘서브’라는 무기를 앞세워 20-22까지 맹추격했다.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갔지만 결국은 또 범실이었다. 26-27에서 마지막 한 점을 공격 범실로 허무하게 헌납하며 위기에 몰렸다.
같은 맥락의 3세트였다. 이번엔 초반부터 양효진의 블로킹과 함께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박은진의 서브 득점까지 더해져 12-9로 앞서갔다. 흐름이 좋았지만 상대 맹타를 막아설 수 없었다. 2점차 간격을 유지한 채 역전 기회를 노렸으나 교체로 들어온 김다인과 정지윤의 호흡이 어긋나면서부터 점수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리시브까지 흔들리면서 이는 공격 범실로 이어졌고 라바리니 감독이 작전 타임으로 끊어갔지만 승기를 잡은 도미니카공화국이 먼저 25점째를 올렸다.
세 세트 모두 비슷한 양상이었다. 서브로 상대를 흔들며 분위기와 리드를 잡고도 범실로 확실하게 치고 나가지 못했다. 상대가 잘한 플레이에 대해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지금 대표팀이 할 수 있는 건 범실 관리, 그리고 준비해 온 플레이를 펼쳐나가는 것이다. 경기 후 염혜선은 “강한 공격이었지만 당황하진 않았다. 내일은 우리가 해야 할 것, 준비해왔던 것에만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2일 벨기에와 VNL 여섯 번째 경기를 가진다. 한국은 2019 VNL에서 벨기에에 대회 첫 승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 벨기에를 제물로 3연패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진_FIVB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