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팀’ GS 그리고 두 번째 기회 잡은 김민지 “끝까지 살아남자”

장충/이보미 / 기사승인 : 2023-11-08 08: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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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의 리베로 김민지가 두 번째 기회를 얻고 코트 위에서 활짝 웃었다.

2004년생 김민지는 일신여중-일신여상을 거쳐 2022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흥국생명에서는 1경기 1세트 출전 기록에 그쳤다. 결국 2023년 자유신분 선수가 됐다.

김민지는 배구를 그만 둘 생각까지도 했다. 하지만 GS칼텍스로부터 연락을 받고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김민지는 “그 때는 배구를 안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후 다시 실업팀 테스트도 봤는데 마침 신보식 전력분석코치님한테 연락이 왔다. 사실 마음을 비워놓은 상태였다. 멘탈이 나갔었는데 잘 된 것 같다”며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김민지는 간절한 마음을 안고 올해 7월 GS칼텍스와 계약을 맺었다. 그는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는 쉽게 안 온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회를 어렵게 잡은 거니깐 오랫동안 끝까지 살아남자는 마음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프로 2년차 김민지는 올 시즌 1라운드 6경기에서 모두 교체 투입됐다. GS칼텍스는 ‘서베로(원포인트 서버+리베로’로 프로 7년차 한수진과 더불어 김민지까지 적극 활용 중이다.

마침내 김민지는 지난 7일 V-리그 한국도로공사전에서 4세트 서브로 1득점을 올리며 프로 데뷔 첫 V-리그 득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4세트 15-15에서 김민지를 투입했고, 8번의 서브를 연속으로 시도했다. 팀은 연속 득점을 챙겼다는 뜻이다. 22-15로 단번에 흐름을 뒤집은 GS칼텍스가 4세트를 가져오면서 세트 스코어 2-2를 만들었다. 김민지는 4세트 마지막까지 코트에 남았다.

5세트에도 김민지 교체 카드가 통했다. 13-11에서 한수지 대신 투입된 김민지는 연속으로 서브 득점을 올리며 직접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상대 전새얀, 문정원의 리시브 실패였다.

김민지는 이날만 서브로 3득점을 올렸다.

경기 후 차상현 감독은 “서브를 잘 때리는 선수다. 민지가 4, 5세트 분위기를 바꿨다”며 칭찬했다.

차 감독은 ‘서베로’ 선수들의 서브 득점 시 사비로 10만원씩 주기로 했다. 차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서베로로 들어가는 선수들이 서브에이스를 하면 10만원씩 준다. 오늘 30만원 나가게 됐다”면서 “이 선수들이 서브 에이스를 하면 나부터 쳐다본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민지는 “팀이 초반부터 흔들리는 모습도 있고, 지고 있었는데 투입이 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기용해주셨다. 내 할 몫만 하고 나오자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않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뻤다”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어 “항상 비디오 미팅할 때 어느 코스로, 어느 선수한테 때리라고 감독님이 주문해주신다. 오늘은 내가 때리는 주 코스의 반대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라고 하셨다. 잘 들어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며 멋쩍인 웃음을 보였다.

서브 3개로 얻은 용돈 30만원에 대해서는 “내가 이 팀에 오기 전부터 이렇게 해왔다. 올해 컵대회 현대건설전에서 서브에이스를 하면서 3만원을 받았다. 오늘은 그 10배인 30만원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김민지 스스로도 야간 훈련을 마다하지 않고 기량을 갈고 닦았다. 김민지는 “야간 운동을 할 때 서브 연습을 많이 한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한다”면서 “얼마 전에 서브 루틴을 바꾸기도 했다. 원래 심호흡하고 들어가서 세 번 맞추고, 바닥에 공을 한 번 튕기고 숨쉬기를 하고 때린다. 8초 안에 때려야 하는데 재보니깐 8.58초가 나오더라. 그래서 템포를 좀 더 빠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GS칼텍스에는 10년간 함께 했던 주전 리베로 한다혜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민지는 서브와 수비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각오다.

김민지는 “다혜 언니가 잘하고 계신다. 난 서브가 좋은 편인 것 같아서 장점으로 보여주고 싶고, 또 파이팅과 수비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선생님들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해주셨는데 마침 바라는 대로 나와서 좋다. 오늘을 계기로 자만하지 않고 더 겸손해야할 것 같다”고 말하며 강단 있는 성격을 보여줬다.

아포짓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도 김민지를 향해 “서브를 때리러 갈 때 자신감이 있었다. 야간에도 서브 연습을 했는데 오늘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며 함께 기쁨을 누렸다.

두 번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김민지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다. 올 시즌 차 감독으로부터 용돈을 얼마나 받을지도 궁금하다.

사진_장충/이보미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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