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소방수' 박철우가 12번째 봄에 맞이한 기적 [준PO]

장충/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2-04-02 01: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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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둥글었고, 승리의 여신은 베테랑 소방수 박철우의 손을 들어줬다.

37세 베테랑인 박철우는 어느덧 프로 17년 차다. 프로 무대를 밟는 동안 이번 시즌에 앞서 11번의 봄배구를 경험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이번 시즌, 과거 주전 아포짓으로 활약하던 시절과는 다른 위치에 섰지만 어느 위치에서든 그는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2020-2021시즌 한국전력으로 새롭게 둥지를 튼 박철우. 이적 시즌에 팀은 승점 1점 차로 아쉽게 봄배구 문 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우리카드와 준플레이오프 경기. 단판으로 치러지는 만큼 이날 승패에 따라 모든 게 결정 났다.

이번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 6전 전패를 기록했지만, 과거에 지나쳤다. 박철우는 이날 경기에서 교체로 투입돼 14점, 50%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전력은 세트스코어 3-1로 이기며 6전 7기 끝에 우리카드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을 뿐만 아니라 의정부행 플레이오프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경기 후 신영석은 “철우 형 눈이 이상했다. 누굴 잡아먹을 듯한 눈빛이었다. 우리가 바라볼 때는 든든한 맏형으로 싸우고 달래주는 눈빛이었지만, 상대는 아니었을 거다”라고 박철우의 투지를 언급했다.

이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시절, 수많은 우승 경험을 쌓은 박철우. 경험에서 나오는 아우라와 경기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달라진 팀에서 봄배구를 맞이하는 기분은 달랐다. 항상 좋았고 힘든 기억도 많았다. 우승을 했던 때도 있었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눈물을 흘렸던 적도 있었다. 많은 경험을 하면서 굳은살이 배긴 것처럼 무뎌지더라”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전력에선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배구. 박철우는 “이 순간을 집중하기 위해 힘든 나날을 겪었다. 어느 때보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기쁘고 감사하고 소중하다”라고 소감을 들었다.

주장으로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힘든 건 영석이와 재덕이가 제일 힘들 거다. 발목 인대가 끊어진 상황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잇몸으로 버티면서 36경기를 소화했다”라며 “이 선수들이 대단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끌어왔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비시즌 때 훈련에 많이 참가하지 못했지만 최대한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 내 자리가 어떻든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어느 위치에 있든 항상 한국전력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박철우는 “사실 소심하고 속으로 겁을 많이 내는 스타일이다. 극복하고 싶어 더 소리 지르고 박수 치고 뛰어다녔다. 이번 경기에 팬들이 많이 오셨더라. 팬들 덕분에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국전력은 이제 오는 3일 KB손해보험과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가진다. 한국전력은 유니폼에 첫 별을 새길 수 있을까.

 

 

사진_장충/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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