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챔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 우리가 김연경에게 열광하는 이유

이정원 / 기사승인 : 2021-03-31 01: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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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인천/이정원 기자] 누가 김연경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녀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흥벤져스', '어우흥'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야심찬 시즌 출발을 알렸다. 비록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에서는 GS칼텍스에 일격을 당하며 무너졌으나 본 대회인 정규리그에서는 달랐다.

1, 2라운드 전승을 거두며 지난 시즌 4연승 포함 정규리그에서만 14연승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흥국생명에게 큰 위기가 왔다.

시즌 중반 갑작스러운 팀 내 불화설에 이어 주축 선수였던 이재영과 이다영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인해 두 선수는 '무기한 출전 정지'를 받았고 흥국생명은 추락했다. 팀 성적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까진 내려앉았다.

시즌 후반 흥국생명은 힘 빠진 사자의 모습이었다. 어깨 부상으로 팀을 떠난 루시아 대신 들어온 브루나는 국내 선수들보다도 못한 기량을 가진 선수였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세터 김다솔도 안정감을 찾지 못했고, 그 외 여러 선수들은 힘을 내지 못했다. 두 선수가 나간 이후 2승 6패를 기록했다. 

그럴 때마다 김연경은 주장으로서 팀 동료들을 다독였다. 훈련 때도 가장 솔선수범하며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이재영, 이다영이 나간 이후 김연경이 코트 위에서 해야 될 역할도 어떻게 보면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했다. 그게 에이스가 해야 될 책임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에서 김연경은 30경기에 출전해 648점, 공격 성공률 45.92%, 리시브 효율 34.6%, 세트당 서브 0.277개를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과 서브는 1위, 득점은 6위, 디그는 5위, 리시브 효율은 12위 정말 전천후 플레이어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팀은 1위에서 2위로 내려왔어도 김연경의 활약은 돋보였다. 

이대로 시즌을 끝낼 수는 없었다. 김연경은 배구여제다. 배구여제의 시즌이 이대로 끝난다는 건 자존심상 허락되지 않는다. 김연경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 시즌 그 이상의 힘을 내기 시작했다. 세 경기 모두 출전해 72점, 공격 성공률 55.37%, 디그 39개를 잡아내며 고군분투했다. 동료들의 활약이 저조했어도 배구여제 활약 덕분에 흥국생명은 챔프전에 올랐다.
 


하지만 챔프전에서는 혼자 모든 것을 하기에 역부족이었다. GS칼텍스 삼각편대 이소영, 강소휘, 러츠를 홀로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더군다나 김연경은 PO 2차전에서 오른쪽 엄지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공수를 모두 책임지려다 보니 과부하가 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3차전에서 더욱 힘을 내려고 노력했다. 홈 팬들 앞에서 이렇게 무너질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1, 2세트를 내줬으나 3세트 김연경은 7점에 공격 성공률 85%를 기록하며 승부를 4세트로 끌고 갔고, 4세트에서도 7점을 기록했다. 5세트에서도 4점을 올렸다. 김연경의 이날 기록은 27점, 공격 성공률 52%, 리시브 효율 42%로 만점 활약이었다. 하지만 팀은 2-3으로 패했다. 흥국생명은 시리즈 전적 3연패를 기록하며 GS칼텍스에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올 시즌 단 한 번의 우승컵도 들지 못했다. 김연경이 V-리그 와서 단 한 번의 우승컵도 들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 2005-2006시즌부터 2008-2009시즌까지 있으면서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프전 우승 3회를 기록했다.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2007-2008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컵은 들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챔프전까지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우리는 김연경에 돌을 던질 수 없다. 김연경은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그 모습을 팬들은 알고 있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경기 후 박미희 감독은 "김연경 선수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또 다른 어려움이다. 그 부분은 내가 덜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직접적으로 해줄 수 없어 아쉽다. 그래도 주장답게 리더 역할을 잘 해줬다. 앞으로의 행보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적장 차상현 감독도 "김연경 선수가 가지고 있는 투지와 그런 부분을 보면서 상대 선수긴 하지만 대단하더라. 김연경 선수가 가지고 있는 멘탈이 좋다고 봤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연경도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옆에서 도와줬다. 우린 어려운 부분을 이겨내고 플레이오프를 넘어 챔프전까지 왔다. 잘 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조금 더 책임감을 갖게 됐던 시즌이었다"라고 총평했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1년 계약은 일단 마무리됐다. 김연경이 다음 시즌 흥국생명에서 계속 뛸지 아니면 해외리그에서 뛸지는 그 어느 누구도 모른다. 김연경만이 알고 있다. 김연경은 "미래는 천천히 준비할 생각이다. 이제 시즌이 끝났다. 천천히 여유 있게 생각을 해야 한다. 폭넓게 생각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안다. 김연경이 팀을 위해서 얼마나 희생하고 헌신했는지. 우리는 그저 고생하고 최선을 다한 김연경에게 박수를 보내주면 된다. 김연경이 다가오는 미래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우리는 그녀의 앞날이 창창하길 기도할 것이다.

흥국생명 팬들은 김연경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김연경 선수, 올 시즌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진_인천/문복주,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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