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 김건태 경기운영본부장(왼쪽)
[더스파이크=상암/김하림 기자] 배구 경기를 진행하는데 가장 필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심판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원하는 2021 심판아카데미를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27일에 걸쳐 주말마다 진행한다.
마지막 이론 교육이 진행되던 5월 30일, <더스파이크>는 현장에서 김건태 KOVO 경기운영본부장을 만났다.
현역 심판 시절 ‘코트의 포청천’이라고 불렸던 김 본부장은 지난 시즌 도중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비시즌인데도 불구하고 매주 주말을 반납하며 심판아카데미 진행에 매진하는 김건태 경기운영본부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작년 겨울에 돌아온 현장은 어땠나요.
2016년에 정년으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어요. 아시아연맹심판위원으로 많은 국제심판위원으로 활동했고, 대한체육회에서 ‘클린심판아카데미’도 진행하고 있었어요. 5년 만에 돌아왔을 때 전혀 생소하진 않았어요. 반가운 마음보단 걱정이 더 앞섰죠. 팀들의 전력이 평준화되면서 심판 판정이 많이 중요해졌더라고요. 또 과거엔 체육관에 있는 사람들만 오심인 줄 아는데 이젠 중계를 통해서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보니 두려움도 있죠.
Q. 지난 시즌 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 전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이 펼쳐졌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프로스포츠는 팀과 관중, 심판 3개의 축이 잘 맞물려야 해요. 한 개의 축이라도 무너지면 흥행이 어렵잖아요. 근데 지난 시즌의 경우는 팀이랑 심판은 있는데 관중들이 다 숨어버린 거죠. 상당히 생소했던 것 같아요.
Q. 비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습니다.
작년 연맹에 출근하고 난 후에 보니까 새로운 심판도 많아지고 규칙에 대한 혼란도 많아졌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심판아카데미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기다리다가 시즌 끝나자마자 이렇게 하고 있죠.
Q. 코로나19 상황으로 심판아카데미를 준비하는데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적어도 40명 이상이 모여야 하니까 방역수칙을 철저히 따라야 하죠. 주중에 하게 된다면 식사, 장소 대관에 차질이 있더라고요. 마침 수강생들도 주말에 다 쉬고 대한항공 측에서도 주말에 연습을 안 한다고 해서 이때를 이용해서 하게 됐죠. 다들 배려해줘서 고맙죠.
Q. 이론 교육이 잘 마무리 됐습니다. 끝난 소감이 어떤가요.
규칙적인 문제에 관해서 심판들 간에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놀랐어요. 그만큼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얻은 거는 많겠죠. 이제 어떤 경우가 있어도 한 의견으로 통일이 될 수 있겠죠.
Q. 교재 준비도 직접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준비하는 데 제일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어딜까요.
‘좋은 심판의 조건과 판정’이란 강의를 직접 했습니다. 직접 심판을 보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해 놨죠. 심판 정신, 국제 심판 자질, 비디오 판독 등 다양하게 저의 경험들이 담겨있죠.
Q. 사실 지난 시즌에 KOVO 로컬룰과 FIVB 룰 사이에 차이로 인해 문제가 좀 있었잖아요. 두 개 룰 간의 차이를 보완한 부분이 있을까요.
작년 시즌 로컬룰의 경우는 잘못된 부분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규정을 바꾸는 것은 추후에 정해야 될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아카데미에선 FIVB 규칙과 판례집과 같은 자료들을 통해 규칙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죠.
Q. 규칙과 관련된 이론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심리적인 강의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커리큘럼에 넣은 이유가 있을까요.
심판 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심판이 받는 스트레스를 상상을 못해요. 심판들은 이 스트레스 속에서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심판들은 최상의 신체적, 심리적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현장에서 일하는 심판들이 자료를 준비하고 강의를 해서 많은 이점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자료를 만들고 강의를 하면서 공부가 되는 거죠. 또 다른 심판한테도 경종을 울리게 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내가 조율을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 주는 식으로 했는데 너무나 잘 됐죠.
Q. 심판이 가져야 할 덕목 중에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입니까.
좋은 심판이 가져야 할 조건으로는 ‘자기 관리가 확실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점이에요. 심판은 일거수일투족이 다 분명해야 하죠. 동종업계에서 일을 하니 더 그렇죠. 혹시라도 가깝게 지내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항상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
두 번째론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심판은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해요. 다만 오심이 나올 땐 문제가 되고 하니 많이 안 하려고 해요. 그럼에도 저는 ‘반드시 우리나라 최고의 심판이 한번 되겠다’라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그만큼 사명감이 많이 중요해요.
그리고 ‘인성’이 좋아야 해요. 항상 용기도 있어야 되고, 정직해야 하고, 용서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심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론 ‘창의력’이 있어야 해요. 모든 직종에 창의력이 없으면 살아날 방법이 없어요. 심판도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가 어떤 방법으로 나만의 길을 걸어가면서 독창적으로 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창의력은 좀 의외의 답변이네요.
심판에게 필요한 창의력이라고 하면 그런 거죠. 제가 세계 최초로 ‘비디오 판독’을 만들고, 트리플크라운을 도입한 것처럼 이런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Q. 본부장님이 원하는 V리그 심판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비록 우리보다 앞서간 다른 프로 종목보다는 열악하지만 비디오 판독은 배구가 제일 앞서 있잖아요. 다른 종목 심판들보다 잘한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죠. 심판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오심을 오심으로 인정받을 때예요. 제가 항상 수도승처럼 해야 한다고 할 만큼 이 자리가 고독하고 외로워요. 항상 심판들을 이쁘게 봐주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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