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청년 요스바니와 쿨한 청년 이재현이 멋진 승리를 합작했다.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는 삼성화재 입장에서 이번 시즌의 최대 고비였다. 4연패에 빠지면서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주전 세터 노재욱까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화재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간절함으로 뭉쳐 함께 승리를 향해 전진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와 이재현이 있었다. 요스바니는 55.88%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며 무려 44점을 퍼부었다. 개인 통산 7호 트리플 크라운 달성은 덤이었다(백어택 15점, 블로킹 3점, 서브 6점). 그런가하면 이재현은 노재욱의 빈자리에 선발로 나서 당차게 경기를 풀어갔다. 1세트에는 듀스 접전을 끝내는 2단 오픈 공격을 터뜨리기도 했다.
두 선수는 경기 종료 후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먼저 이재현은 “형들이 있었을 때는 형들이 좀 해주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노)재욱이 형도, (이)호건이 형도 없었다. 그렇다보니 이번엔 내가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경기 전부터 컸다. 훈련 때부터 감독님과 코치님들, 형들이 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셨고, 경기할 때 그게 도움이 됐다”며 노재욱의 빈자리를 잘 메운 소감을 전했다.
이재현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요스바니는 “감독님께서 공격수들이 (이)재현이를 도와줘야 한다고 하셨다. 나도 최대한 재현이를 도와주려고 했다. 패스가 좀 흔들리더라도 자신 있게 때리려고 했고, 재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좋은 이야기들을 해줬다”며 이재현과 함께 고비를 극복한 하루를 돌아봤다.
두 선수의 호흡이 경기 내내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경기 초반에는 요스바니를 향하는 이재현의 백패스가 너무 짧고 빠르게 떨어지면서 요스바니의 공격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장면도 많았다. 다행히 이 문제는 세트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해결되는 모습이었다.
요스바니는 “연습 때는 빠른 호흡을 준비했었는데, 경기 초반에 준비했던 속도가 나오지 않고 하이 볼 상황만 계속됐다. 그래서 재현이에게 ‘하이 볼 상황이 어차피 계속 나올 거라면 균일한 높이로만 올려 달라’고 했고, 그게 이뤄지면서 나중에는 경기가 잘 풀렸다”고 점차 개선된 호흡을 설명했다.
이후 첫 선발 출전 경기를 잘 마무리한 이재현에게 여러 질문을 건넸다. 그는 가장 먼저 수성고에서는 후배였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선배인 상대 세터 한태준과의 맞대결을 치른 것에 대해 “(한)태준이가 되게 잘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배라기보다는 도전자의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후 이재현은 경기 내용에 대해서도 간략한 설명들을 들려줬다. 먼저 1세트를 끝낸 공격에 대해서는 “연습 때도 감독님이 때릴 수 있게 올라오는 공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처리해보라고 하셨다. 경기 때 그게 잘 나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자르갈척트 엥흐에르덴(등록명 에디)과의 B속공 호흡이 좋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감독님께서 연습 때 B속공을 과감하게 섞으라고 주문하셨다. 경기 때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상우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이재현이었다.
이날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상금 100만원을 받은 요스바니에게는 익살스러운 질문도 던져봤다. 받은 상금으로 이재현에게 맛있는 걸 사주면 어떻겠냐는 질문이었다. 그러자 요스바니는 미소를 짓더니 “커피를 사주겠다. 커피만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이재현은 “커피? OK!”라며 쿨하게 요스바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요스바니는 동료이자 선배로서 유망주 이재현에게 진심어린 조언도 함께 건넸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게 맞춰주기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자신 있게 밀어붙였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이 뭘 좋아하는지를 생각하지 말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찾아야 한다. 그걸 해내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라며 이재현의 앞날을 응원했다.
두 선수는 이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한다. 연패 탈출과 함께 찾아온 꿀맛 같은 휴식이다. 요스바니는 “난 무조건 회복 모드로 들어갈 것이다(웃음). 회복에 주력하면서 5라운드 준비를 철저히 해보겠다”고, 이재현은 “이번 경기를 돌아보면서 어떤 게 부족했는지를 파악하겠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더 연습하겠다”고 올스타 브레이크 계획을 소개했다.
과연 요스바니는 이재현에게 어떤 커피를 사줄까. 또 두 선수는 충분한 휴식과 철저한 복기를 통해 얼마나 더 발전하고 강해질까. 두 선수가 보낼 올스타 브레이크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하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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