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꼭대기를 지키는 현대건설, 이번만큼은 꼭 결실을 맺고 싶다 [V-리그 중간점검②]

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1-21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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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가 4라운드까지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순위표 꼭대기에는 익숙한 이름인 현대건설이 있다.

2021-2022 V-리그의 정규리그 1위를 굳건히 지킨 팀은 현대건설이었다. 31경기에서 28승 3패를 거두며 리그의 절대 1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우승 트로피와는 연을 맺지 못했다. 그 다음 시즌인 2022-2023 V-리그에서도 현대건설은 막강한 포스를 내뿜으며 1위 자리를 한동안 지켰다. 그러나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의 부상 이탈 변수가 리그 후반부를 잠식하면서 또 다시 우승을 놓쳤다.

그리고 이번 2022-2023시즌, 현대건설은 4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또 한 번 순위표의 꼭대기에 서 있다. 분명 훌륭한 성과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입을 맞추지 못했던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기 전까지는 절대 만족할 수 없다. 현대건설의 우승을 향한 염원은 간절함을 넘어 처절함이 됐다.


서로를 도운 OH 라인, 팀을 안정적으로 지휘한 김다인
현대건설의 시즌 초반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정지윤이 대표팀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고, 고예림 역시 무릎 수술 이후 한동안은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서야 할 두 선수가 모두 코트에 나설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 팀을 구한 선수는 김주향과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이었다. 정지윤과 고예림을 대신해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아웃사이드 히터 쪽의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김주향과 위파위도 1~4라운드를 풀로 소화한 것은 아니었다. 김주향은 부상으로, 위파위는 부친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그 타이밍에는 기가 막히게 부상에서 돌아온 정지윤이 제몫을 했다. 세 선수가 두 자리를 번갈아가며 메운 탓에 체력적으로 고비가 올 즈음인 4라운드 들어서는 고예림도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위기를 극복한 것.

슬기롭게 고비를 극복할 정도로 좋은 기량과 멘탈을 갖춘 아웃사이드 히터들을 비롯해 신구 조화가 돋보이는 미들블로커 듀오 양효진-이다현, 팀의 주포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까지 현대건설에는 양질의 공격수들이 즐비했다. 이들을 조율하며 팀을 이끈 선수는 김다인이었다.  


김다인은 비시즌 동안 국가대표 일정을 타이트하게 소화했지만 체력 문제를 드러내기는커녕 오히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더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공격 옵션을 고루 활용하며 경기를 운영했고, 까다로운 서브를 활용해서 직접 경기를 풀어가기도 했다. 그 결과 4라운드에는 개인 통산 첫 라운드 MVP를 수상했다. 단연 현대건설 선두 수성의 1등 공신이다.


든든한 백업 플레이어들과 돌아온 고예림의 역할이 중요할 후반부
현대건설의 1위 질주에는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을지라도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백업 선수들의 공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아진 서브로 서베로 역할을 수행한 한미르, 김다인이 독감으로 결장했을 때 깜짝 활약을 펼친 김사랑, 원 포인트 서버부터 백업 아웃사이드 히터까지 광범위한 역할을 소화한 고민지 등이 그들이다.

남은 두 라운드 동안 이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금부터는 기량이나 멘탈 못지않게 체력이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위를 지키기 위해 주전 선수들의 플레이타임을 길게 가져갈 수밖에 없는 현대건설로서는 더더욱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백업 선수들은 우선 각자가 해야 할 지금의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나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는 주전들 대신 코트 위에서 긴 시간을 뛰며 주전들의 체력을 아낄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코트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영주, 나현수, 황연주, 정시영 등의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또한 무릎 수술 후 재활을 마무리하고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는 고예림의 역할도 중요하다. 4라운드까지 현대건설을 이끌어온 아웃사이드 히터들인 정지윤, 김주향, 위파위는 모두 리시브보다는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다. 리시브에 안정감을 더해주면서 나쁘지 않은 사이드 블록까지 보여줄 수 있는 고예림은 정상 컨디션에서는 팀에 반드시 필요한 옵션이다. 그가 실전 감각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자신감도 더 찾는 과정이 수월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현대건설이 염원하는 우승 트로피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4라운드의 마지막 경기였던 페퍼저축은행전을 마친 뒤, 김다인은 인터뷰에서 “압박감을 느끼기보다는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과연 현대건설은 저력 있는 추격자들의 맹추격 속에서 압박감을 뿌리치고 ‘즐기는 자 모드’를 보여줄 수 있을까. 남은 두 라운드 동안 그걸 해낼 수 있다면 그들의 염원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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