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리니까요” ‘임성진 딜레마’의 해결책은, 결국 임성진 자신이었다

수원/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3-14 06:00:1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임성진이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 시기가 늦은 것은 아쉬웠지만, 희망을 남긴 경기였음은 분명했다.

한국전력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봄배구 도전은 이미 좌절됐다. 모든 것이 결정되는 6라운드에 무너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6라운드 들어 4연패를 당하면서 순식간에 중위권 경쟁에서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임성진의 부진이 겹쳤고, 임성진을 대체할 백업 선수도 마땅치 않았다. 임성진을 계속 쓸 수도, 그렇다고 뺄 수도 없는 ‘임성진 딜레마’가 팀을 덮쳐버렸다.

비록 봄배구 진출은 이미 무산된 이후였지만, 임성진은 마침내 그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냈다. 13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삼성화재와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의 세트스코어 3-1(26-24, 25-18, 23-25, 25-18) 승리를 이끌었다. 58.06%의 공격 성공률로 개인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인 26점을 퍼부었고, 여기에는 블로킹 5개와 서브 득점 3개가 포함됐다. 리시브 효율 역시 51.61%로 높았다. 결국 딜레마의 해결책은 임성진 자신의 도약이었던 것이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임성진은 “봄배구에 못 가게 돼서 다들 아쉬워하고, 후회도 하고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나름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고 경기 준비 과정과 결과를 돌아봤다. 그는 “결과는 많이 아쉽지만, 준비하는 시간들은 모두가 최선을 다했기에 의미는 있는 것 같다”고 시즌 전반도 함께 돌아봤다.

임성진에게 개인과 팀 모두에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을 6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임성진은 “잘 될 때는 서로 밝게 웃으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6라운드에는 중요한 경기가 이어지다보니 다들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또 이기려는 의욕이 너무 앞서면서 서로 짜증을 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우리의 경기력이 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고 부진의 원인을 짚었다. 


그러나 임성진 개인으로서는 주전으로 치른 첫 풀타임 시즌 속에서 느끼고 얻은 것들도 분명 많았다. 그는 “장기 레이스를 기복 없이 완주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인 컨디션 관리 같은 것들을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즌에는 이번 시즌보다 기복도 적고, 기술적으로도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다” 느낀 것들과 원하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임성진은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예전에는 20점대에서 자신감이 좀 많이 떨어졌었다. 그래도 이번 시즌에는 내가 그걸 이겨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한 마음을 먹고 플레이하려고 했다. 실제로 중요한 순간에 좋은 플레이를 했던 순간들도 많았던 것 같다”며 한 뼘 성장한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나는 공을 가장 많이 받는 자리에 서는 선수다. 그래서 내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는 이야기를 꺼낸 임성진은 “많은 연습을 통해 리시브에서의 안정감을 더 높이고 싶다. 다른 부분들에서도 어느 정도 높은 저점을 유지하고 싶다”며 팀에서 상수인 존재가 되고 싶음을 언급했다. 시즌 후반부에 팀을 괴롭혔던 ‘임성진 딜레마’의 원인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깨달은 듯한 이야기였다.


이후 임성진은 “이렇게 시즌이 끝난다는 게 많이 아쉽다. 다시 팬 분들을 만나려면 또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우선 이틀 동안 준비를 잘해서 마지막 경기에서 팬 여러분들의 응원에 보답해드릴 수 있는 승리를 거두고 싶다. 그리고 나서 더 열심히 준비해서 팬 여러분들과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겠다”며 팬들을 향한 진심을 전하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임성진에게 결국 수원의 봄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임성진은 왜 자신이 이 팀에서 가장 소중하고 핵심적인 존재인지, 그리고 그 기대치를 채우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해나가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이 깨달음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내일을 바라보며 전진한다면, 이번 시즌에 놓쳐버린 봄보다 훨씬 길고 찬란한 봄날들을 거닐 수 있을 것이다.


사진_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