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슴' 황연주가 다시 올라오고 있다.
황연주는 한국 여자 배구를 대표하는 공격수 중 한 명이었다. 아포짓 스파이커로서는 비교적 작은 177cm에 불과하지만 공격력 하나는 인정을 받았다. 탄력이 좋다. 각도 큰 공격은 물론이고, 간결한 스윙과 함께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드는 빠른 공격이 매력적인 선수였다.
2005년 V-리그 원년 시즌부터 코트를 누빈 황연주. 역대 기록도 화려하다. V-리그 여자부 역대 최초로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했으며 여자부 최초 5,000점을 넘긴 선수다. 통산 420경기에 출전해 5,461점, 공격 성공률 36.51%를 기록했다.
2012 런던올림픽 4강, 2016 리우올림픽 8강 등 한국이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낼 때도 언제나 그 옆엔 황연주가 있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도 목에 걸었다.
하지만 황연주도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점차 출전 기회가 줄기 시작했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8-2019시즌 20경기 140점, 2019-2020시즌 8경기 26점, 2020-2021시즌에는 19경기 18점에 머물렀다. 세 시즌 합해 184점에 불과하다. 2017-2018시즌에 올린 378점에 절반을 살짝 넘긴 점수다.
외인과 포지션이 겹치다 보니 출전 기회가 줄 수밖에 없었다. 황연주는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점프 높이도 점차 낮아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랬던 황연주가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황연주의 활약을 볼 수 있었다. 외인이 안 뛰고, 국내 선수들만 뛰었지만 그래도 언니의 파워를 동생들에게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조별예선 1차전 흥국생명전에서 7점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2차전 IBK기업은행전에서는 서브에이스와 블로킹 1개를 더해 11점, 공격 성공률도 36%를 기록했다.
하이라이트는 조순위결정전 KGC인삼공사전이었다. 황연주는 4세트 중 3세트만 뛰었음에도 18점에 공격 성공률 56.25%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18점은 양 팀 최다 득점이다. 믿을 수 없는 각에서 선보이는 감각적인 앵글샷은 여전했다. 후위 공격 득점도 5점을 기록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베테랑이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니 수장인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KGC인삼공사전 종료 후 강성형 감독은 "비시즌 방송 중계 때문에 훈련을 많이 못 했다"라고 농을 건넨 뒤 "갔다 와서 본인 관리를 잘 했다. 웨이트 훈련도 열심히 했다. 결국 본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는 사람마다 연주 몸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코트에 나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다. 본인이 외모도 4살 젊어지고, 몸도 4살 젊어졌다고 하더라. 경기 후 단장님을 만났는데 연주 활약에 깜짝 놀라셨다"라고 덧붙였다.
황연주는 착실하게 비시즌 훈련을 임하며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 기회를 잡아 맹활약을 펼치며 강성형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물론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뛰는 외인 야스민 베다르트가 들어오면 황연주의 입지는 다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지윤도 아포짓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되기에 어쩌면 황연주는 제3의 카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팀에 노련미가 필요하거나,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 분명 있다. 강성형 감독은 컵대회에서 보여준 황연주의 활약을 기억하고 그녀를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연주. 그 이름 석 자만 들어도 팬들은 설렜다. 김연경과 함께 한국 배구를 이끌던 황연주였다.
"몸도, 얼굴도 네 살은 젊어지겠다"는 황연주의 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멈췄던 황연주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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