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디그여왕' 김해란(37)이 돌아왔다.
2021 여자부 FA 시장 종료일인 15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김해란의 복귀 소식이다.
2019-2020시즌을 마치고 FA 미계약으로 흥국생명을 떠났던 김해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과 총액 1억 원(연봉 8천, 옵션 2천)에 계약했다. 지난해 12월 아들을 출산한 김해란은 약 1년 만에 다시 코트 위로 돌아오게 됐다.
김해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리베로다. 2002년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김해란은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 흥국생명 등을 거쳤다. 특히 김해란하면 디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떠올랐다. 김해란은 V-리그 통산 424경기에서 디그 성공 9,816개를 기록했다. 또한 2005-2006시즌부터 무려 9시즌 동안 디그 1위 자리를 지켰다. 2015년에는 V-리그 최초로 10,000수비(리시브 정확+디그 성공)에 성공했다. 한 경기 개인 최다 디그 54개 등 여러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2007-2008시즌, 2008-2009시즌, 2011-2012시즌에는 여자부 수비상을 수상했고, 지난 2014년 선정한 V-리그 10주년 올스타 리베로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012 런던올림픽 4강 주역이었으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는 데 힘을 보탰다. 2018-2019시즌에는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무관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도 때넸다. '전설의 리베로'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선수다.
1년을 쉰 김해란에게 지금 당장 무언가 활약을 바라는 건 무리일 수 있다. 아무리 운동 능력이 좋고,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려 팀에 합류한다 해도 자칫 오버 페이스로 인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서두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김해란의 역할을 코트 위의 활약만으로 제한하면 안 된다. 맏언니로서 후배들에게 힘을 주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도 김해란의 역할이다. 김해란을 보고 한 단계 더 성장할 두 선수가 있다. 도수빈과 박상미는 든든한 조력자를 얻었다. 박상미도 이번에 FA 자격을 얻었으나 흥국생명과 총액 9천만 원(연봉 8천, 옵션 1천)에 재계약했다. 올 시즌 도수빈과 박상미는 흥국생명 투 리베로로 경기에 나서며 김해란의 공백을 메우고자 최선을 다했다.
두 선수가 대한민국 최고의 리베로의 빈자리를 메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리시브 담당이었던 도수빈은 올 시즌 30경기(114세트)에 출전해 리시브 효율 6위(39.69%)에 올랐다. 정규시즌 리시브 효율은 크게 나쁘지 않지만, 큰 경기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플레이오프에서는 29%에 그쳤고, 챔프전에서도 35%에 머물렀다. 큰 경기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디그 담당 박상미는 30경기(104세트)에 출전해 세트당 평균 1.99개의 디그를 잡았으나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파이팅 넘치고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에 힘을 주고자 했지만 타팀의 선수들에 비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주전으로서 뜻깊은 한 시즌을 치른 건 분명 의미가 있다. 소중한 경험치를 쌓았다. 또한 최고의 리베로 김해란의 합류로 이전보다 더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터.
김해란 역시 코트 위 활약도 중요하지만 두 선수의 조력자로, 두 선수의 성장에 큰 힘이 되는 역할을 맡는 것도 필요하다. 후배 선수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배구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해란은 흥국생명 리베로 라인에 풍부한 경험치를 더할 생각이다. 도수빈과 박상미는 김해란의 활약상을 보며 한 단계 더 성장하고자 준비 중이다. 세 선수가 다음 시즌 보여줄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진_더스파이크 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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