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업을 달성하려는 대한항공의 마지막 승부수는 막심 지갈로프의 영입이었다.
대한항공이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구단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 외국인 선수인 무라드 칸 대신 카타르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러시아 국적의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로 교체한다. 무라드는 전임자인 링컨 윌리엄스의 부상에 따른 교체선수로 선발돼 팀이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데 기여했으나, 기량이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돼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과감한 교체를 결정하게 됐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야말로 승부수다. 4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제 대한항공의 최종 성적은 막심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심을 처음 만나게 될 V-리그 팬들에게 그는 어떤 선수인지를 소개한다.
아시아 리그‧우승 경력 다수! 실전 감각에도 이상 무
막심은 203cm의 신장을 갖춘 1989년생의 러시아 출신 왼손잡이 아포짓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는 자국 리그에서만 활약한 막심은 2018-19시즌에 짧게 폴란드 리그에서 뛰었고, 2022년부터 중국-아랍에미리트-카타르를 거치며 풍부한 아시아 리그 경험을 쌓았다. 아시아 리그에서 긴 시간을 활약한 것은 그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아시아 리그 경험 외에 막심이 가지고 있는 값진 경험이 또 있다. 바로 다수의 우승이다. 그는 러시아 대표팀의 일원으로 2013년 월드리그(현 발리볼네이션스리그)‧2017 유럽선수권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클럽에서도 2013-2014 챔피언스리그 우승‧2014-2015 세계클럽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4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는 대한항공에 적합한 이력을 갖춘 ‘우승 청부사’다.
실전 감각에 문제가 없는 부분도 기대 요소다. 막심은 2월 28일에 카타르 리그 폴리스 유니온 소속으로 리그 3-4위전 경기를 소화했다. 챔피언결정전이 시작될 3월 29일과는 불과 한 달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약간의 조율만 거치면 매치 핏을 만드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타점과 파워는 하락세, 기술과 스피드는 건재…단단한 블로킹, 무난한 서브
막심은 1989년생이다. 곽승석보다 한 살이 어리고,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보다 한 살이 많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고, 이로 인해 전성기에 비해 타점과 파워는 다소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막심이 선수로서 최전성기의 나이에 있었던 2017년과 최근의 경기 영상을 비교해보면 타점과 파워에서는 확실히 하락세에 접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타점과 파워가 핵심인 하이 볼 처리 능력에 대한 의문 부호도 자연스레 붙게 된다.
그러나 기술과 스피드는 여전하다. 특히 스피드는 나이를 생각했을 때 상당한 수준이다. 빠른 스텝과 스윙을 갖춘 만큼 대한항공의 빠른 배구에 적응하기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코스 공략 능력이 탁월해 직선-반대각-대각을 자유롭게 공략할 수 있다. 특히 왼손잡이 공격수들이 선호하지 않는 4번 자리에서의 공격도 특유의 코스 공략 능력을 살려 무난히 수행하는 점이 돋보인다. 여기에 후위에서의 공격력도 준수하다. 따라서 빠른 세팅이 동반되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제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로 예상된다.
블로킹의 경우 지켜야 할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 눈에 띈다. 날개에서 투 블록을 뜰 때 자리를 잘 지키면서 필요한 위치에 벽을 세우고, 손 모양 역시 좋은 편이다. 서브의 경우 구질의 변화는 좋지만 구속 자체가 빠르지는 않은 편으로, 종합적으로는 무난하다고 볼 수 있다.
막심은 대한항공이, 대한항공은 막심이 마음에 든다
대한항공의 현 상황과 팀 환경은 막심에게 웃어주는 부분이 많다. 우선 대한항공이 왼손잡이 아포짓을 활용하는 데 도가 튼 팀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미 막심과 유사한 테크니션 스타일의 왼손잡이 공격수 링컨 윌리엄스와 함께 두 차례의 통합 우승을 일군 경험이 있다.
링컨과 호흡을 맞췄던 세터 한선수와 유광우가 여전히 팀의 주축인 만큼 막심이 팀의 공격 시스템에 녹아드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한 막심은 리그 적응을 위한 시간이 조금은 필요한 상황인데, 임동혁이라는 국내 정상급 아포짓과 함께 뛰는 만큼 출전시간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대한항공 역시 막심이 마음에 들 것이다. 링컨이 건재하던 때에 세터-아포짓 더블 스위치는 대한항공의 주무기 중 하나였다. 오른손잡이인 임동혁 대신 왼손잡이인 링컨이 들어가면서 전위에 전혀 다른 유형의 공격을 구사하는 주 공격수이자 사이드 블로커를 세 차례 더 기용할 수 있는 용병술이었다.
막심은 많아봤자 다섯 경기, 적으면 세 경기만을 소화하고 V-리그에서의 첫 여정을 마무리할 것이다. 과연 그가 짧은 시간 동안 압도적인 임팩트를 남기며 대한항공의 우승 청부사로 기억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_구단 제공,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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