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커피야, 밥을 사야죠” “넌 그만 좀 먹어” 서재덕X신영석의 코트 밖 티격태격 케미

대전/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2-17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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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안에서 의기투합해 멋진 승리를 합작한 서재덕과 신영석이었지만, 코트 밖에서는 숨 쉬듯 서로를 놀리며 싸웠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각 팀 별로 8~9경기 정도의 정규리그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최후의 순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남자부의 봄배구 경쟁은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다. OK금융그룹-삼성화재-한국전력이 거의 격차 없이 얽혀서 혈투를 벌이고 있고, 현대캐피탈도 그 뒤를 쫓고 있다.

그래서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의 5라운드 맞대결은 많은 것이 걸린 빅 매치였다. 승점 3점을 얻는 팀은 3위로 치고 나가며 봄배구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승자는 한국전력이었다. 세트스코어 3-0(25-22, 25-20, 25-23)으로 삼성화재를 완파하고 3위 자리에 올랐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는 함께 멋진 승리를 합작한 한국전력의 베테랑 듀오 서재덕과 신영석이 방문했다. 서재덕은 17점을 터뜨리며 공격에서 고비마다 맹활약을 펼쳤고, 신영석은 역대통산 서브 성공 300개(6호, 국내 선수 한정 4호)를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두 선수는 먼저 승리 소감을 전했다. 서재덕은 “순위를 끌어올린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승점 싸움이 한창이기 때문에 1점이라도 더 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남겼고, 이어서 신영석은 “직전 경기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아서 안 좋은 영향이 이어질까봐 걱정했다. 그걸 잘 극복하면서 이겨서 다행이다. 다음 경기까지 이 기운을 쭉 이어가고 싶다. 앞으로의 네 경기에 우리 팀의 운명이 달린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후 먼저 신영석과 서브 성공 300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들블로커 중에서는 아직 200개를 달성한 선수도 없다. 그래서 더 자부심이 생긴다. 은퇴하기 전에 이 기록을 달성한 내 자신을 민망하지만 칭찬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신영석은 “후배 미들블로커들 중에서도 강한 서브를 때리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미들블로커는 플로터 서브를 때리는 게 당연하다는 고정 관념이 깨졌으면 좋겠다. 노력하면 다 강서브를 때릴 수 있다”며 후배들의 분발을 기대했다.

신영석의 서브 성공 개수는 한동안 299개에서 멈춰 있었다. 1월 18일 KB손해보험전에서 299개째를 찍은 뒤 거의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서브 득점을 터뜨리지 못했다. 이런 부분이 스트레스가 되진 않았는지 묻자 신영석은 “스트레스를 받긴 했는데, 좋은 스트레스였다. 욕심을 내면서 준비하다 보니 서브 리듬이 더 좋아졌다”며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컨트롤했음을 전했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에도 300개째가 안 터졌으면 할 정도였다. 300개째를 터뜨리는 순간 그간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어지니까 약간의 아쉬움도 느꼈다. 그래도 속은 시원했다”고 범인들은 생각하기도 힘든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을 전한 신영석은 기준기록상 상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묻는 질문에 “올스타전 때 받은 상금은 팬 분들을 위해 썼으니까, 이건 팀을 위해 써보고 싶다. 고민해보겠다. 커피는 좀 식상한 것 같다”는 대답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자 이야기를 듣던 서재덕이 “그래, 뭔 커피야. 밥을 사야죠”라며 익살스럽게 끼어들었다. 이에 신영석은 “넌 밥 좀 그만 먹어라”라며 서재덕을 놀리기도 했다. 서재덕이 입을 연 김에, 그와도 본격적인 대화를 나눴다. 서재덕은 “지난 대한항공전 때 정말 아무 것도 한 게 없었다(웃음). 0점을 기록한 경기가 너무 오랜만이라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영석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그는 “너 그날 0점이었냐? 그건 좀 심했다”라며 서재덕을 놀렸다. “이러니까 스트레스를 받은 거다”라며 고개를 저은 서재덕은 “그래서 이번 경기는 이를 좀 갈고 나왔다. 다행히 경기가 잘 풀렸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날 서재덕의 경기 내용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하승우와의 호흡은 깔끔했고, 공격 성공률도 62.5%로 높았다. 그는 “연습 때 (하)승우의 스타일에 비해 내가 반 타이밍 정도를 늦게 움직였다. 그래서 경기 때는 좀 더 빠르게 처리해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적중한 것 같다. 삼성화재의 사이드 높이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도 주효했다”며 공격을 잘 풀어간 비결을 설명했다. 신영석도 “이번 경기는 정말 (서)재덕이 덕분에 이겼다. 빈말이 아니다”라며 칭찬을 보탰다.

2세트 15-11에서는 서재덕의 기습적인 플로터 서브가 득점으로 연결되는 장면도 나왔다. 서재덕은 “내가 리시브를 받고 백어택을 때리려고 할 때 갑자기 플로터 서브로 목적타를 맞으면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한테 그걸 쓰면 통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잘 통했다”며 경험을 기반으로 선택한 서브였음을 소개했다.


끝으로 두 선수는 팬들에게 각오와 인사를 전했다. 서재덕은 “대한항공전 같은 경기력을 다시는 보여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전의를 다졌고, 신영석은 “시즌 전 기자 간담회 때 밑에서부터 정상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드렸었다. 지금이 중턱쯤 되는 것 같다. 이제 가장 힘든 구간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정상을 향해 나아가보겠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친 두 선수는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까지도 티격태격 말씨름을 벌였다. 신영석이 서재덕에게 “야, 좀 앞으로 가. 너 어차피 머리 커서 상관없잖아”라고 쏘아붙이자, 서재덕이 “형도 어차피 코밖에 안 보여서 상관없어”라며 받아쳤다.

그러던 두 선수는 문득 유치한 싸움을 벌이는 자신들이 웃겼는지 ‘찐 웃음’을 터뜨리며 즐겁게 사진 촬영에 응했다. 코트 안에서는 누구보다 든든한 서로의 동료인 두 선수의 코트 밖 티격태격 케미를 엿볼 수 있는 즐거운 인터뷰였다.

사진_대전/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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