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6위에서 4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마지막 5세트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시즌을 마쳤지만, 아웃사이드 히터로 코트에 남은 허수봉은 가장 큰 수확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2023-24시즌이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현대캐피탈 사령탑으로 9시즌을 맞이했던 최태웅 감독을 경질하고, 수석코치였던 진순기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소화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충격에 빠졌던 선수단이었다. 하지만 12월 24일부터 5연승을 질주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정규리그 6라운드 5승1패로 라운드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점을 차곡차곡 쌓았다. 삼성화재, 한국전력을 제치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현대캐피탈은 V-리그 18승18패(승점 55)로 4위 기록, 가까스로 3위 OK금융그룹(20승16패, 승점 58)과 승점 차를 3점 이하로 좁히면서 봄배구 막차 열차에 올랐다. 단판 승부로 펼쳐진 준플레이오프에서 OK금융그룹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하면서 시즌 마침표를 찍어야만 했다. 그리고 진 감독대행은 마지막 인터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OH 옷을 입은 허수봉의 성장
아포짓, 미들블로커를 오가던 허수봉이 마침내 아웃사이드 히터로 정착했다.
1998년생의 195cm 허수봉은 7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정규리그 36경기 145세트 출전, 544점을 터뜨리며 리그 득점 8위를 차지했다. 동시에 공격 5위, 서브 7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진정한 OH로서 ‘받고 때리기’에도 나섰다. 리시브에서도 12위를 차지하며 버텼다.
공격 점유율은 23.08%, 공격 성공률과 효율은 각각 53.29%와 38.29%로 준수했다. 리시브 비중은 29.32%였고, 리시브 효율도 40.82%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V-리그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리시브를 받았지만, 리시브 효율은 어느 시즌보다 높았다.
시즌 도중 허수봉은 OH 정착에 대해 “일단 리시브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인정한다. 그래도 (전)광인이 형, (박)경민이한테 내 쪽을 봐달라고 한다. 동료들에게 부탁을 하고, 강서브가 오면 어택라인 중간에 띄어놓는다고 생각하면서 받는다. 공격으로 득점을 낼 수 있게 생각하면서 리시브를 버티고 있다”면서 “또 아웃사이드 히터이기 때문에 공격 득점을 내는 것보다 리시브 정확으로 공을 보냈을 때 기분이 더 좋다. 이 재미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허수봉이 “아포짓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운 것이 있는 것 같다”는 말에, 베테랑 OH 전광인은 “사실 아포짓으로 들어가면 수봉이가 더 빛이 날 수 있고, 주목받을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웃사이드 히터 수봉이가 더 길게 빛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 지금의 수봉이도 빛난다”며 OH로 변신한 허수봉을 응원했다.
2023년 대표팀에서도 아포짓으로 활약했던 허수봉이다. 이제는 온전히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허수봉의 또다른 성장이다.
리시브 1위에도 세트는 5위
현대캐피탈은 2023-24시즌 정규리그에서 리시브 효율 43.58%로 7개 팀 중 리시브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세트는 5위에 그쳤다. 득점(1위), 공격종합(2위), 블로킹, 서브, 수비(이상 3위), 디그(4위) 중 가장 낮은 순위였다. 그만큼 연결이 불안했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 프로 2년차 세터 이현승을 기용했지만 흔들렸다. 시즌 후반에는 195cm 장신 세터 김명관이 선발로 나서기 시작했다. 김명관이 정규리그 3, 4라운드 5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장신 세터의 장점을 드러내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다시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김명관을 대신해 이현승이 교체 투입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공격종합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공격력이 좋았던 현대캐피탈이다. 득점 4위를 차지한 아포짓 아흐메드 이크바이리,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과 허수봉, 미들블로커 최민호와 2023-24시즌 도중 군 전역한 미들블로커 차영석까지 가세하면서 탄탄한 공격 라인을 자랑했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안정적인 리시브에도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다.
김명관은 올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다. 현대캐피탈의 세터 보강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진순기 감독대행의 눈물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대학 무대까지 올랐던 진순기 감독대행은 이후 2011년 외국인 선수 통역, 2012년 현대캐피탈 전력분관, 2023년 수석코치를 거쳐 감독대행까지 맡았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12월 24일 한국전력전부터 3월 21일 OK금융그룹과 준플레이오프 경기까지 총 20경기 중 14승을 챙겼다.
극적으로 봄배구 무대에 올랐지만 OK금융그룹에 가로막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23-24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진순기 감독대행은 “3개월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기대 이상으로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감독 대행을 맡았을 때 충분히 강팀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시즌이었다. 출발은 불안했지만,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우리가 강한 팀이라는 걸 보여주는 계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말 고생 많았고, 대단했고, 자랑스럽다. 정말 힘들었는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선수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지난 2월 새 사령탑을 발표하기도 했다. 프랑스 출신의 필립 블랑 감독의 손을 잡은 것. 블랑 감독은 일본 남자배구대표팀 사령탑으로 2023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동메달을 거머쥐었고, 현재 일본 남자배구는 세계랭킹 4위다. 블랑 감독은 올해 파리올림픽 종료 이후 8월에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블랑 감독을 보좌할 코치는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스토르티다. 블랑 감독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코치가 2월에 한국 땅을 밟고 새 시즌 대비에 나섰다.
현대캐피탈은 진순기 감독대행과 함께 의미있는 14승을 기록했다. 그의 행보 그리고 변화를 외친 현대캐피탈의 2024-25시즌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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