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대전/서영욱 기자] KB손해보험 케이타가 시즌 초반 역대급 득점 페이스를 보이며 V-리그에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 외국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 하고 있다.
케이타는 3일 삼성화재와 대전 원정경기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무려 54점을 몰아치면서 V-리그 남자부 역대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 점유율이 69.17%에 달했음에도 공격 성공률 59.04%로 높았다. 케이타 활약에 힘입어 KB손해보험은 세트 스코어 0-2를 3-2로 뒤집고 개막 4연승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에서 놀라운 점 중 하나는 케이타가 세트를 치를수록 오히려 살아났다는 점이다. 케이타는 1세트 공격 성공률 38.89%에 불과했지만 2세트 66.67%, 3세트 56.52%, 4세트 77.78%로 살아났다. 경기 후 케이타도 “초반에는 몸이 덜 풀렸다는 걸 느꼈다”라고 돌아봤다.
역대 한경기 최다득점은 2011-2012시즌 가빈의 58점
3일 경기에서 케이타가 기록한 한 경기 개인 54점은 2014-2015시즌 삼성화재 레오가 두 번 기록한 바 있다. 처음 54점을 올린 2014년 12월 4일 우리카드전에는 점유율 66.15%에 공격 성공률 59.3%로 케이타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기록을 남긴 바 있고 두 번째였던 2015년 2월 3일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는 공격 점유율 63.56%에 공격 성공률은 무려 66.67%였다. V-리그 남자부 역대 개인 한 경기 최다득점은 58점으로 2011-2012시즌 삼성화재 가빈이 기록했다. 당시 상대도 LIG손해보험으로, 가빈은 공격 성공률 51.49%, 점유율 67.79%를 기록했다.
삼성화재전에서 다시 한번 많은 득점을 추가하면서 케이타는 역대로 보더라도 굉장한 1라운드 득점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케이타는 올 시즌 네 경기에서 총 163점, 경기당 40.75점을 기록 중이다. 아직 1라운드 두 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지금까지 기록은 V-리그 남자부 역대급 외국인 선수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2005-2006시즌 이후 매 시즌 1라운드 총 득점 1위 중 경기당 30점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여섯 번 있었다. 2011-2012시즌 가빈과 2013-2014시즌 에드가가 경기당 37점을 1라운드에 기록한 바 있고 2014-2015시즌 레오가 경기당 38.17점으로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후 2016-2017시즌 타이스(경기당 37.33점)와 2017-2018시즌 파다르(경기당 33.17점), 2018-2019시즌 아가메즈(경기당 30점)가 1라운드 득점 1위에 오름과 동시에 경기당 30점 이상을 기록했다. 케이타가 남은 두 경기에서 득점을 얼마나 올릴지는 알 수 없지만 앞선 사례와 비슷한 수준만 기록하더라도 엄청난 페이스임은 분명하다.
현재까지 KB손해보험에서 케이타 의존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네 경기에서 공격 점유율 59.82%로 60%에 육박한다. 3일 삼성화재전에서도 케이타(69.17%)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건 15%의 김정호였다.
팀 공격점유율도 60% 육박, 체력 유지가 관건
현재 KB손해보험이 공격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케이타가 앞장서 득점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기에 불가피한 면도 있다. 3일 경기에서는 김정호가 1세트 4점, 공격 성공률 75%를 기록했지만 2세트에는 3점에 공격 성공률 42.86%로 그리 좋지 않았다. 케이타가 우선 공격에서 상대 블로커와 수비를 끌어들여야 반대쪽 김정호도 좀 더 살아날 수 있다. 앞선 대한항공전은 이런 선순환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10월 30일 대한항공전에서 김정호는 17점, 공격 성공률 62.5%를 기록했고 케이타도 공격 성공률 58.62%에 37점을 올렸다.
KB손해보험은 케이타가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소화하곤 있지만 동시에 경기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개막 4연승으로 이는 전신 LIG손해보험 시절 1라운드 6전 전승을 기록한 2009-2010시즌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이다. 올 시즌 1라운드 남은 두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2017-2018시즌 이후 가장 좋은 1라운드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지난 두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처지며 승리에 목말랐던 KB손해보험이기에 이기는 경기가 늘어나고 시즌 초반이지만 분위기를 바꿨다는 게 중요하다.
관건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심해질 상대 견제와 케이타 체력이다. 케이타가 2001년생으로 매우 젊은 선수이긴 하나 지금과 같은 점유율 속에 높은 공격 성공률을 언제까지 이어갈지는 미지수이다. 라운드가 지나갈수록 상대 분석이 더해지면서 위력이 줄어들 수 있다. 우선 상대 견제에 대해 케이타는 3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항상 다른 팀 견제를 받았기에 놀랍진 않다. 그럴수록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54점이라는 굉장한 기록을 세웠음에도 케이타는 “역대 2위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1위를 하고 싶다. 1위 기록도 깰 수 있다”라고 남다른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케이타의 질주가 얼마나 이어질지도 2020-2021시즌 초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사진=대전/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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