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의 랠리별 그리고 세트별 기복을 줄이기 위해 집중력을 강조했고, 집중력을 강화하기 위한 V-리그 시스템적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흥국생명은 3연승을 질주하며 리그 2위에 랭크돼있다. 연승을 하는 과정도 매끄럽지는 못했다. 먼저 지난 4일 IBK기업은행전에서는 2세트 연속 득점을 허용하며 9-17로 열세를 보였지만 풀세트 접전 끝에 승수를 챙겼다. 이후 7위 페퍼저축은행, 6위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도 모두 1세트를 내준 뒤 역전승을 거뒀다. 페퍼저축은행전 1, 2세트 각각 16-22, 12-20으로 끌려갔고, 한국도로공사를 만나서도 1세트 6-14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2경기 연속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신고했다.
흥국생명은 3연승과 함께 18승5패(승점 50)로 2위를 유지했고, 선두 현대건설(17승5패, 승점 52)과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선두를 달리다가 2위로 내려앉은 흥국생명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공격력과 집중력을 강조했다. 그는 “좀 더 공격에서 해결책이 많았으면 한다. 이보다 중요한 문제는 집중력이다. 랠리 중 그리고 세트 중 업다운이 있다”며 팀이 보완할 점을 꼬집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집중력 저하의 원인으로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멘탈에서의 텐션(긴장감)이 다르다. 물론 경기에서 이기면 좋겠지만 한 경기 진다고 해도 큰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경기에 져서 2부리그로 내려갈 수도 있어서 그 여파가 클 수 있다. 한국에서는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덜할 것이다”며 “스트레스가 쌓여서 멘탈적인 텐션이 유지가 되고, 경기력으로 이어지면서 이 부분이 강해진다. 선수들이 배워갔으면 하는 부분이다”고 밝혔다.
이어 “텐션은 긍정적인 부분도 많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잘 관리만 한다면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시스템적으로 이 텐션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이는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고 힘줘 말했다.
시즌 초반에도 아본단자 감독은 경쟁 시스템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주위 레벨이 높아야 스스로 발전하고, 레벨도 올라간다. 갖춰진 환경에 적응하게 하는 것은 성장을 더디게 한다”면서 “국내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당연히 투입될 것이라는 생각, 투입되지 않아도 연봉을 받는다는 생각보다는 상대 그리고 내 주변이 성장하고 수준이 높아야 나도 발전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경기에 기용되는 것은 그만큼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V-리그 자유계약(FA) 제도와 외국인 선수 선발과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첫 번째로 FA 자격 획득 기간을 언급했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 자유계약선수관리규정 제2조 FA선수의 자격 취득에 따르면 ‘매 시즌 출장(경기 중 한 랠리에만 교체투입 되어도 한경기 출장으로 인정)경기가 정규리그 전체 경기의 40% 이상일 경우, 1시즌 경과로 인정하며 이 같은 기준 조건을 5시즌(고졸 입단 선수는 6시즌) 충족시 자격을 취득한다’고 명시돼있다. 이후 정규리그 3시즌을 경과하면 FA 자격을 재취득할 수 있다. 다만 선수와 구단이 계약을 체결할 시 계약 기간은 3시즌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여자 프로배구의 경우 대부분의 선수들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프로 입단을 한다.
아본단자 감독은 “선수들과 대화를 해보니 FA 자격을 얻는 데 6년이 걸린다고 하더라. 이런 것부터 줄여야 한다. 매년 재계약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처음 프로 입단 후 FA 자격을 얻는 기간이 길다는 이야기다. 이로 인해 선수 수급 및 대체의 어려움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의 경우 다른 리그에 비해 외국인 선수가 적은 편이다. 다른 리그에서는 3, 4명 기용한다”면서 “선수들끼리 경쟁 강도를 올려서 개개인의 멘탈, 피지컬, 기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스포츠 뿐만이 아니다. 경쟁이 있어야 스스로 푸시를 한다. 경쟁을 통해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고 재차 밝혔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의 변화도 필요해보인다. 배구 리그가 활성화된 이탈리아, 튀르키예, 일본 등에서는 트라이아웃 제도가 없다. 모두 자유계약으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다.
한국 V-리그에서는 2015-16시즌부터 트라이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외국인 선수의 과도한 몸값과 공격 점유율을 줄이고 국내 선수들을 활용하는 배구를 선보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올 시즌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1년차 연봉은 40만 달러, 2년차 이상은 55만 달러다. 여자부는 1년차 25만 달러, 2년차 이상 30만 달러다.
보통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의 경우 100만 달러 이상을 받는다. 남자부 연봉 4~55만 달러는 유럽 팀 내 슈퍼스타를 제외한 주전급 선수들의 연봉 수준이다. 타이스 덜 호스트(한국전력),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삼성화재), 오레올 카메호 등을 V-리그에서 볼 수 있는 이유다.
트라이아웃 도입 이전과 비교해 외국인 선수 공격 점유율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또 공개 모집이라는 제도 자체가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해외리그 혹은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등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테스트를 통해 V-리그에 입성하려고 하지 않는다. 최근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구관이 명관이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외국인 선수 수급까지 어려워진 상황에서 2023년 아시아쿼터 도입으로 한시름 덜었다.
트라이아웃을 폐지하고 자유계약으로 전환을 한다면, 현재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3명 계약 총액 최대 400만 달러(연봉, 계약금, 옵션, 이적료 등 포함) 제한과 같이 적당한 샐러리캡 제한을 두되 자유롭게 팀에 어울리는 선수 자원을 수급한다면 팀마다 보다 다양한 플레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한국과 현재 일본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의 연봉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단 1명의 외국인 선수 보유를 꼽는 시선도 있다. 아시아쿼터 선수 외 외국인 선수 보유 수를 2~3명으로 확대한다면, 2군 리그 도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팀당 정원도 점차 확대하기로 했지만, 정작 코트 위에 오르는 선수들은 정해져 있다. 여전히 웜업존에 머무르고 있는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리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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