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을 수 있는 공이었는데…" 코피 흘린 김우진, 고통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천안/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2-21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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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도중 코피가 터졌지만, 김우진에게는 고통보다 아쉬움이 먼저였다. 그게 바로 그의 경기력이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이유였다.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러진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경기 1세트에서는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가 힘껏 때린 공이 김우진의 얼굴을 강타했고, 이내 김우진의 코에서 피가 흐른 것. 현대캐피탈의 홈팬들마저도 격려의 박수를 보냈을 정도로 보는 이들조차 흠칫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우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빠르게 지혈을 한 뒤 다시 코트 위에 나섰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좋은 활약을 펼쳤다. 59.26%의 공격 성공률로 16점을 터뜨린 김우진의 활약 속에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2(25-22, 15-25, 25-22, 18-25, 16-14)로 꺾으며 승점 2점을 얻었다.

경기 후 김우진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실을 찾았다. 그는 “너무 정신없이 경기에 임했다.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가장 먼저 안도감과 기쁨을 함께 전했다.

김우진에게 가장 먼저 1세트의 ‘유혈 사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린 김우진은 “처음 공을 딱 맞았을 때는 괜찮았다. 그런데 코를 만져보니까 피가 흐르더라. 급하게 막고 나서 경기를 치르긴 했는데, 솔직히 눈물이 핑 나왔다. 정신도 없었다”며 당시를 솔직하게 돌아봤다.

김우진은 “이후로는 공을 안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 공격도 잡을 수 있는 공격이었는데 얼굴에 맞아버린 거였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얼굴을 강타당해서 코피가 흐르는 상황에서도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을 스스로 되짚었던 것.

이어서 김우진과 경기 내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먼저 경기 내내 교체 없이 공격 점유율 20%를 책임진 부분에 대해 김우진은 “공격 때리는 걸 원래 좋아한다. 세터들에게도 항상 더 달라고 한다. 그래서 딱히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경기 내용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굳이 안 해도 될 범실이 여러 차례 나온 게 아쉽다. 이런 부분들을 보완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씩씩하게 자신의 체감과 생각을 전했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부분에 대해서도 김우진은 씩씩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우리가 요스바니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공격수들도 요스바니 한 명이 없다고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삼성화재의 높이에서의 약점, 그리고 낮은 연봉 총액에 대해서도 김우진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었다. “우리는 다른 팀보다 신장이 낮다. 이런 약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연봉 총액이 낮은 것도 마찬가지”라며 겸허히 현 상황을 인정한 김우진은 “하지만 코트에 들어가면 그냥 다 똑같은 프로 선수다. 그래서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들고, 그 마음을 먹은 채 경기에 임한다”는 자신의 굳은 마음가짐을 밝혔다.

김상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우진은 군 입대 전 별다른 기회를 받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선수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라는 칭찬은 덤이었다.

김우진은 “군 입대 전에 내가 가진 기량을 펼칠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 그런데 감독님께서 ‘이제 군대도 갔다 왔지 않냐. 이제부터가 진짜 기회다. 실수를 최대한 줄이면서 기회를 잡아 봐라’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연습 때부터 감독님께 최대한 믿음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김 감독과 나눈 대화와 그 대화로 인한 긍정적 변화를 소개했다.


자신의 노력에 대한 김 감독의 칭찬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아직 스스로는 좀 답답함을 느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김우진은 끝까지 씩씩하고 밝은 얼굴을 보이며 인터뷰실을 떠났다.

코피가 터져도 아픔보다는 플레이에서의 부족함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과, 감독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는 모습에서 김우진이 왜 이번 시즌 삼성화재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됐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김우진이 지금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와 삼성화재가 넘어설 수 없는 한계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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