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강예진 기자] 프로배구는 비시즌 동안 적지 않은 선수들이 팀을 옮겨 새출발했다. 이적 선수들은 이미 지난 9월 컵대회를 통해 코트에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2020-2021 V-리그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적생이 올 시즌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취약 포지션 메운 한국전력, OK금융그룹, KB손해보험
시즌 전초전인 코보컵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팀은 단연 한국전력이다. 과감한 투자와 함께 토종 거포 박철우를 FA로 영입하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해결사 역할을 해줄 국내 공격수부재가 아쉬웠던 팀 상황에서 박철우는 35세 적잖은 나이임에도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여기에 OK저축은행에서 한국전력으로 새 둥지를 튼 윙스파이커 이시몬도 제 몫을 해줬다. 공격보다는 수비 공헌도가 컸다. 리베로 오재성과 함께 후방 리시브를 책임졌고, 2년차 세터 김명관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데 크게 기여했다.
OK저축은행(現OK금융그룹) 당시 이시몬은 경기 출전 시간이 적었지만 한국전력에선 다르다. 주전 선수로 자리했고, 경기를 치를수록 자신감도 올랐다. 지난 두 시즌(2018-2019시즌 25.61%, 2019-2020시즌 39.72%) 40%가 되지 않았던 리시브 효율과 비교했을 때 컵대회(58.12%)에서 팀 기여도는 상당했다. 이시몬은 “경기 출전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신감도 붙고 책임감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장기 레이스로 펼쳐지는 정규리그에서 박철우와 이시몬의 역할은 한국전력에 중요한 요소다.
OK금융그룹은 첫 외부 FA로 베테랑 진상헌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 성장세를 보인 손주형이 심장 수술로 시즌 아웃 됐고, 전진선, 박원빈밖에 남지 않은 미들블로커 뎁스에 진상헌의 합류는 팀에 안정감을 더했다. 진상헌은 꾸준함이 있는 선수다. 속공과 블로킹에서 제 몫을 해주며 자리를 지켜왔다. 이적 후 진상헌은 비시즌 연습경기부터 컵대회까지 교체 없이 풀타임으로 출전해 체력적 부담을 안은 모습이 컵대회에서 노출됐다. 하지만 석진욱 감독은 진상헌을 향한 믿음과 만족감을 드러냈다. 베테랑으로서 경기 내외적으로 진상헌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팀에 큰 힘이 된다.
KB손해보험은 220-2021 남자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과 11월 전역 예정인 현대캐피탈 김재휘를 맞바꾸며 미들블로커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현재 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는 김홍정, 박진우 구도현 그리고 수련선수 김승태가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속공 성공률 최하위에 그쳤다. 가장 취약한 포지션으로 꼽히는 중앙에 김재휘의 가세는 팀에 천군만마다. 김재휘는 입대 전 속공 9위(성공률 56.60%), 블로킹 8위(세트당 0.515개) 그리고 블로킹 어시스트는 팀 내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78개). 세터 황택의와 대표팀에서 호흡 맞춘 바 있기에 적응엔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전 선수 변화 준 우리카드,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비시즌 삼성화재와 우리카드는 4대 3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주전 라인업에 큰 변화를 줬다. 윙스파이커 황경민이 삼성화재로 갔고, 병역의무를 마친 류윤식이 우리카드로 팀을 옮겼다. 지난 시즌 황경민은 프로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공수에서 활약하며 팀 정규리그 1위에 앞장섰다.
하지만 컵대회에서 황경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격 성공률(48.63%->36.73%)과 리시브 효율(46.32%->34.88)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카드에서는 나경복, 이상욱이 함께 리시브 라인을 버텨줬다. 삼성화재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리베로 이지석은 주전 리베로로서 첫 시즌을 맞이한다. 황경민과 측면을 이룰 정성규 또는 신장호 역시 리시브가 안정적인 편이 아니다. 황경민이 먼저 중심을 잡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류윤식은 입대 전 52.95% 리시브 효율과 44.40%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우리카드에서 해야 할 역할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윙스파이커 외인 알렉스와 리시브 라인을 꾸려야 한다.
시즌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선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세터를 맞트레이드했다.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게 된 김형진은 팀 배구 스타일 적응에 순조롭다는 후문이다.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꾸준히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17-2018시즌 삼성화재에 입단한 김형진은 2018-2019시즌부터 주전 세터로 올라섰지만 기복 있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최태웅 감독은 김형진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은 새 둥지를 튼 이승원에게 노련미를 기대하고 있다. 우승 경험을 토대로 팀 명가재건에 힘써 달라는 의미로 통한다. 또한 낮고 빠른 플레이에 익숙한 황경민과 궁합도 좋다는 게 고희진 감독 말이다.
세터 대이동이 가져올 변화는
여자부는 남자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적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단연 주목해야 할 점은 주전 세터들의 연쇄 이동이다. 프로 첫 FA자격을 얻은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의 흥국생명 이적이 조송화를 흥국생명에서 IBK기업은행으로, IBK기업은행 이나연을 현대건설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어 한국도로공사는 이효희가 은퇴한 자리에 GS칼텍스 이고은을 불러들여 자리 메우기에 나섰다.
전체적인 선수단 변화는 적지만 주전 세터가 바뀌면서 기존 선수들과 호흡 맞추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리시브가 잘 됐을 경우는 물론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양효진에게 올라가는 볼이 많았다. 변화 없는 주전 라인업에 유일하게 이나연이 들어왔다. 컵대회에서 선수들과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리시브가 받쳐주기만 한다면 세트 플레이를 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은 GS칼텍스에 컵대회 우승을 내줬지만 여전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이다영은 리시브가 어느 정도로 받쳐주기만 한다면 중앙과 측면을 자유로이 사용하는 세터다. 다만 외인 루시아와 호흡이 좋지 못했고 이는 클러치 상황 김연경에서 치우친 공격 패턴을 보였다. 컵대회 이후 얼마나 호흡을 맞췄을지가 중요한 요소다.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는 컵대회 예선 전패의 쓴맛을 맛봤다. 조송화와 이고은 모두 외국인 선수와 호흡이 맞지 않았다. 특히 IBK기업은행은 리시브가 불안하다. 한 발 더 움직여야 하는 조송화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컵대회에서 드러난 불안한 경기력을 지울 필요가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주전 라입업만 놓고 보면 어느 팀에 밀리지 않는 전력이다. 미들블로커 정대영-배유나가 버티고 있다. 지난 시즌 외국인 몫까지 해낸 박정아 그리고 임명옥, 문정원이 후방을 지키고 있다. 외인 켈시와 호흡은 점차 좋아지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고은이 얼마나 팀에 빠르게 녹아드냐에 따라 팀 성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서연-이원정 합류로 든든해진 GS칼텍스 백업진
GS칼텍스는 한국도로공사에 이고은, 한송희를 내주고 유서연, 이원정을 받아왔다. GS칼텍스에는 이소영, 강소휘가 건재하지만 유서연의 합류는 백업 라인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유서연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영리한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컵대회 때 그의 활약은 차상현 감독을 미소짓게 했다. 이소영이 빠진 준결승 경기에서 18점으로 깜짝 활약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세터 이원정은 컵대회에서 안혜진이 흔들렸을 때 소방수 역할을 수행했다.지난 시즌 이고은-안혜진의 투 세터 체제가 이제는 안혜진-이원정으로 바뀌었다. 이원정은 패스 구질과 경기 운영 센스가 준수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이원정의 투입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려볼만하다.
사진=더스파이크DB(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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