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과 나이를 초월한 박사랑과 야스민의 우정이 멋진 승리까지 합작했다.
스포츠에서 약팀이 강팀을 꺾는 상황은 패배를 당한 강팀의 이해 당사자들과 팬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흥미로움을 선사하는 이벤트가 된다. 대다수가 예상치 못한 결과가 주는 신선한 충격과, 늘 패배에 시달리던 약팀이 설움을 털어낼 때의 카타르시스 같은 것들이 다양한 흥미로움의 예시 중 하나다.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페퍼저축은행과 흥국생명의 경기가 그런 경기였다. 연패 중이었던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이 선두 경쟁을 위해 총력전에 나서는 2위 흥국생명을 꺾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모든 구성원들은 똘똘 뭉쳐 전력을 다했고, 세트스코어 3-1(19-25, 25-22, 25-23, 25-14) 승리라는 짜릿한 결과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박사랑과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가 있었다. 박사랑은 1세트에 크게 흔들리며 잠시 코트를 떠나기도 했지만, 2세트부터 각성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야스민은 블로킹 2개 포함 38점을 퍼부으며 팀 공격의 선봉에 섰다.
경기 후 두 선수는 사이좋게 인터뷰실을 함께 찾았다. 박사랑은 “순위가 높은 팀과의 경기였지만,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보자는 마음을 먹었기에 이길 수 있었다. 팬 여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는 승리 소감을 전했고, 야스민 역시 “이겨서 매우 기쁘다. 무서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이날 1세트를 제외하면 두 선수의 호흡은 대체로 준수했다. 특히 퀵오픈뿐만 아니라 라이트 백어택, 중앙 백어택에 안쪽으로 파고드는 시간차까지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적절히 돌려가며 활용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야스민이 “호흡이 여러 방면에서 굉장히 좋았다. 우리는 훈련 때 호흡을 맞추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 (박)사랑이가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박사랑을 칭찬하자, 박사랑 역시 “야스민이 많은 이야기를 해준 덕분에 자신감 있게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두 선수는 이날 각자의 본업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동반 활약을 펼쳤다. 각자 16개씩의 디그를 잡아낸 것. 특히 박사랑의 경우 디그 성공률이 100%였다(16/16). 박사랑은 “전위에서 블로킹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서, 후위에서는 분석한대로 공의 위치를 찾고 연결도 잘해보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고, 야스민은 “모든 볼을 다 쫓아가보려는 마음이었다. 아포짓으로 들어갔을 때 라이트에서 수비하는 거랑 아웃사이드 히터로 들어가서 센터 수비를 보는 건 차이가 크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앞서 잠시 드러난 두 선수의 훈훈한 케미는 다른 이야기에서도 이어졌다. 외국인 선수임에도 선수단을 이끌고 투지를 일깨우는 야스민의 스타일에 대해 박사랑이 “야스민은 배구에 대해 열정적이고, 배구 외적으로도 밝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 선수라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야스민 덕분에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웃으며 감사를 표한 야스민은 “나는 평상시에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사람이다(웃음).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해주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야스민에게도 박사랑은 어떤 동료이고 동생인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오우, 박사랑. 사랑해 박사랑”이라며 유쾌하게 운을 뗀 야스민은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비시즌에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해보면 엄청난 성장을 해낸 것 같다. 사랑이가 코트 위에서 더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코트에서 사랑이한테 장난도 많이 치면서 긴장을 풀어준다. 우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박사랑을 아끼는 마음을 한껏 표현했다.
두 선수 모두에게 이번 시즌은 의미가 있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한 박사랑은 “기회를 많이 받았다. 안 되는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또 잘 되는 순간에는 그걸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를 익혔다”고 시즌을 돌아봤고, 허리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씻어내며 시즌 완주를 향해가고 있는 야스민은 “회복하고 코트로 돌아오기 까지 많은 과정들이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시즌이었지만, 부상 복귀 후 시즌을 완주하고 있는 스스로가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박사랑도, 야스민도 각자의 성취를 이룩한 이번 시즌도 이제 단 두 경기만이 남았다. 두 선수가 꿈꾸는 마무리는 비슷했다. 야스민은 “이번 경기의 승리를 통해 마련한 토대 위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로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고, 박사랑은 “누구에게도 진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얻은 좋은 분위기를 잘 이어가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사랑과 야스민의 국적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 멋진 승리까지 이어졌다. 두 선수는 이번 경기 승리의 좋은 기운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어가고 싶어 한다. 함께 꿈꾸는 최선의 마무리를 해내기 위해, 박사랑과 야스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볼 참이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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