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0대가 됐지만, 손현종은 노력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발전을 원했고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자 하고 있었다.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시절 손현종은 팀을 이끄는 주 공격수였다. 이강원(현 우리카드)과 함께 토종 거포 듀오를 이뤄 KB손해보험을 이끌었던 시절의 손현종을 기억하는 팬들은 그가 대한항공 이적 후 이전보다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현종은 이에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몸과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이번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클럽 배구선수권은 그런 손현종에게 큰 기회였다. 주전 아포짓 링컨 윌리엄스가 동행하지 않았고,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공언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손현종은 19일(이하 현지 시간) 치러진 바양홍고르(몽골)과의 상위 라운드 E조 경기에 아포짓으로 선발 출전했다. 그는 10점·공격 성공률 53%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숙소에서 손현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손현종은 “지금까지 잘 못 뛰던 선수들이 기회를 받은 경기였다. 저도 좋은 경험을 쌓은 것 같다. 결과도 좋아서 다행이고 기분이 좋다”는 짧은 소감을 먼저 전했다.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 컸다. (정)진혁이에게 도움을 많이 못 준 것 같아 아쉽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더 잘 할 수 있었다”는 겸손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아마추어 때는 물론 프로에 입단해서도 손현종은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 바양홍고르전에서는 아포짓으로 나섰지만, 평소에는 리시브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밝힌 손현종은 “우선 팀이 저에게 원하는 게 뭔지가 가장 중요하다. 팀에서 저를 아포짓으로 쓴다고 하면 아포짓으로, 아웃사이드 히터로 쓴다면 아웃사이드 히터로 준비를 할 뿐이다. 어디로 가더라도 실력을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포지션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손현종은 대한항공전 승리 이후 솔직한 발언으로 화제가 된 드미트리 무셜스키(산토리 선버즈, 러시아)의 인터뷰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그 선수의 개인적인 입장이고 생각이다. 사실 우리도 온전한 전력은 아니었다. 그걸 알고 한 발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았다. 우리가 100%의 전력이었다면, 충분히 산토리를 이길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손현종과 무셜스키 사이에는 개인적인 악연도 있었다. 손현종에게 대회 시작 전 “(손)현종이 형이랑 룸메이트인데,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에 같이 고통 받고 있다”는 송민근의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며 지금은 괜찮은지 묻자, 그는 “더 이상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그냥 방을 옮겨버렸다”고 익살스럽게 답했다. 손현종은 “알고 보니 그 때 위층에 지내던 사람이 무셜스키더라. 그 발소리는 무셜스키의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였다”는 웃픈(?)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층간 소음뿐만 아니라 음식도 손현종에게는 또 하나의 고난이었다. “현지 음식이 잘 안 맞는다(웃음). 향이나 간이 한국 음식이랑 느낌이 너무 다르다. 일단 쌀부터가 다르게 생겼지 않나”라며 고충을 토로한 손현종은 “한국에 가면 김치찌개를 제일 먼저 먹고 싶다. 아내한테도 집에 가면 김치찌개를 제일 먼저 먹고 싶다고 이야기해뒀다”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현종에게 대한항공이라는 팀에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어느 때에, 어느 자리에 들어가든 내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있다. 노력을 통해 내가 더 좋은 선수가 된다면, 또 우리 팀이 더 좋은 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굳은 다짐을 전했다.
어느덧 팀 내에서 베테랑 축에 끼게 된 손현종이지만, 배구에 대한 열정과 팀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가짐은 여느 젊은 선수들 못지않게 뜨겁고 올곧다. 오늘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_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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