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화성/이정원 기자] IBK기업은행 표승주는 두 번 당하지 않았다. 1차전 굴욕을 딛고 일어서 팀 승리에 앞장섰다.
표승주는 지난 2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득점은 단 5점에 불과했다. 공격보다 리시브가 더 문제였다. 표승주는 1차전에서 흥국생명 서브 89개 중 44개를 받았다. 점유율이 49.4%였지만, 효율은 18%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표승주를 집중 공략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게 적중했다. 사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집중 공략을 하겠다는 건 그 선수를 꽁꽁 묶고 싶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선수가 약해 공략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표승주는 보기보다 강한 여자였다. 표승주에게 힘을 준 단어는 '긍정'. 표승주는 화성에서 열린 2차전에서 긍정의 힘으로 모든 위기를 이겨내려 했다. 어차피 윙스파이커 포지션에 있는 선수에게 서브가 많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표승주는 목적타 부담감을 갖기보다 최대한의 잡생각을 버리고 자기 플레이만 집중했다.
긍정의 힘으로 경기에 임하니 술술 풀렸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까지 있으니 표승주는 힘을 낼 수 있었다. 2차전에서 표승주는 16점에 공격 성공률 36.84%, 리시브 효율 24.14%를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던 표승주는 이날 고개를 들고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홈 팬들에게 짜릿한 승리를 선사했다.
경기 후 표승주는 "1차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목적타 서브를 받는 건 내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 했다. 단기전에서는 생각을 많이 하면 꼬이는 부분이 많다. 긍정적이고 좋은 마음을 가지고 하려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2차전도 상대의 적극적인 서브 공략이 이어졌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9개의 서브를 받았다. 그래도 표승주는 버티고 또 버텼다. 경험이 많지 않은 김주향, 육서영이 부담감을 갖기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자신이 힘든 부분을 다 가져갔다.
표승주는 "아무렇지 않았다. 사실 상대팀의 목적타 서브 대상은. 시즌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모두 나였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있을 수 있지만 이겨내야 한다. 우리 팀 윙스파이커 중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 주향이나 서영이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내가 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표승주의 말에서 강함이 느껴졌다.
올 시즌 표승주는 28경기에 출전해 267점, 공격 성공률 35.69%, 리시브 효율 27.57%를 기록하는 등 IBK기업은행 주전 윙스파이커로 활약했다. 비록 빼어난 활약이라고 볼 수 없지만 기록에서 보이지 않는 표승주만의 존재감이 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또한 표승주를 시즌 내내 괴롭히고 있는 무릎 통증도 그녀의 열정을 이길 수 없다. 김우재 감독도 "컨디션이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래도 의지가 있으니 믿고 가려 한다. 홈에서 하고 관중들도 있으니 조금 더 파이팅 있고, 활기차게 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제 24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3차전이 남았다. 표승주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다. 오래오래 하고 싶다. 더 잘 준비를 해 1차전 같은 경기가 안 나오도록 하겠다. 챔프전에 가겠다"라고 말했다.
사진_화성/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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