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선수들이 발전했지만 가장 크게 발전한 선수는 임동혁이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한 말이다.
아직 만 22세, 그러나 이제는 임동혁을 유망주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어느덧 대한항공의 한 축, 코트 위에 들어가면 상대에 위협을 주는 에이스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임동혁은 전임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인상 깊게 본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산틸리 감독은 임동혁의 플레이를 보며 "임동혁은 놀라운 재능을 가졌다. 임동혁은 확실히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다. 충분히 더 빠르고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확신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임동혁을 눈여겨본 산틸리 감독은 충분한 기회를 줬다. 그 결과 임동혁은 33경기(123경기) 출전에 506점, 공격 성공률은 51.23%에 달했다. 모두 커리어 하이였다. 팀의 통합우승에 일조했다. 외인이 없을 때 대한항공이 순항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임동혁이 타 팀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잘 버텼기 때문이다.
임동혁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또 한 번의 성장과 더 큰 곳으로의 도약을 위해 비시즌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자신의 주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에는 팀 사정상 주로 외인이 버티기에, 외인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보다 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또한 시즌 초반 정지석이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싸여 경기 출전이 어려웠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임동혁을 윙스파이커 자리에 배치했다. 임동혁에게는 익숙지 않은 자리지만 늘 최선을 다했다. 리시브에서는 곽승석과 오은렬의 도움을 받았다. 자신의 장기인 공격에서 힘을 줬다. 10월 27일 현대캐피탈전에서는 역대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인 38점을 올리는 등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수비에서도 최대한 버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모습을 본 틸리카이넨 감독도 산틸리 감독과 마찬가지로 임동혁의 성장과 코트 위 활약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24일 인천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경기 전 틸리카이넨 감독은 "많은 선수들이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도전을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발전했지만 크게 발전한 선수는 임동혁이다"라고 말했다.
1, 2라운드 때와는 다르게 3라운드부터는 웜업존에서 경기를 출발한다. 그래도 임동혁은 코트 위에 서면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고, 감독이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선수다. 한국전력전 때도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가 부진하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바로 임동혁을 꺼냈다.
그리고 임동혁은 2세트부터 4세트까지 한국전력 수비수들을 벌벌 떨게 하는 화끈한 공격을 보여줬다. 전위, 후위 위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선수가 빠르게 올린 패스를 빠른 스윙을 통해 상대 코트에 내리찍었다. 공에 묵직함이 담겨 있었다. 임동혁이 잘 하니 링컨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23점, 공격 성공률은 71.4%. 엄청난 활약이었다. 블로킹 2개, 서브 1득점도 더했다. 임동혁의 활약을 더한 대한항공도 한국전력에 3-1(22-25, 25-15, 25-14, 25-18) 승을 거둘 수 있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임동혁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임동혁 투입을 통해 큰 변화가 왔다. 임동혁이 잘 해 기분이 좋다. 1, 2라운드에는 윙스파이커로 뛰느라 힘들었는데 그마저도 잘 극복했다. 기회가 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칭찬했다.
적장 장병철 감독도 임동혁 제어 실패에 대해 "대한항공이 리시브에서 잘 버티고 한선수가 빠른 패스로 쏴주니 우리 블로커들이 눈에 익지 않은 플레이에 당황했다"라고 아쉬워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계속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임동혁이다. 임동혁 본인 역시 "감독님이 새로 오시고 나서 빠르게 플레이하려고 한다. 스킬도 있어야 하는데 연타나 테크닉 같은 부분에 대해 많이 알려주신다"라고 이야기했다.
산틸리 감독과 틸리카이넨 감독이 임동혁에게 푹 빠졌다.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가르침은 임동혁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산틸리 감독은 항상 열심히, 밝게 하라고 했다. 표정이 어두워지거나 텐션이 낮아지면 기를 살려주려고 하셨다. 토미 감독님은 연습 때나 경기 때나 배구 스킬이나 이런 부분을 알려주신다. 두 분 다 믿어주셔서 감사하다. 두 분 모두 밝고 활기차게 하는 배구를 좋아하는데 내가 과격한 세리머니도 하고 열정적으로 하기에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임동혁은 18경기 241점, 공격 성공률 51.36%를 기록 중이다. 득점은 9위, 공격 성공률은 6위다. 시즌 초반과 달리 출전 시간이 일정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잘 살려 팀 승리에 힘을 주는 선수, 바로 임동혁이다. 한국전력전처럼 링컨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혹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시즌 초반처럼 정지석이나 곽승석이 풀리지 않을 때 그 자리에 들어갈 능력도 있고, 경험도 키웠다.
산틸리 감독에 이어 틸리카이넨 감독도 반한 남자 임동혁. 그의 배구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 보여줄 게 더 많았기에, 임동혁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한편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승점 33점(11승 7패)을 기록한 대한항공은 1위로 3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오는 30일 현대캐피탈전을 통해 4라운드 일정에 돌입한다.
사진_인천/박상혁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