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대표팀 세자르 호에서 3번째 시즌 아웃 선수가 나왔다. 흥국생명 세터 박혜진이다.
무릎 연골 파열로 수술을 받는다. 구단 관계자는 “무릎 통증으로 4곳의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모두 같은 진단이 나왔다. 연골이 찢어졌다는 소견이었다. 선수의 나이가 어리고 미래를 고려했을 때 더 미루지 말고 완벽하게 치료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혜진도 권순찬 감독과의 면담에서 “수술을 받고 완치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조만간 수술대에 오른다. 부상 부위가 무릎인데다 수술 이후 재활 기간까지 고려하면 2022~2023시즌 출전은 사실상 어렵다. 김다솔, 박은서, 박혜진 등 3명의 세터로 시즌을 꾸려나가던 권순찬 감독의 시즌 구상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세화여고 출신의 김지우를 선발해둔 것이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었다.
박혜진은 유난히 부상이 많았던 국가 대표팀에서 나온 3번째 시즌 아웃 사례다.
첫 번째는 VNL(발리볼내이션스리그) 2주 차 브라질에서의 훈련 도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노란(KGC인삼공사)이다. 그는 현지에서 수술 받은 뒤 귀국해 기나긴 재활에 들어갔다. 두 번째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불가리아 전지 훈련 때 어깨를 다친 하혜진(페퍼저축은행)이다. 어깨를 들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귀국 뒤 정밀 진단을 받은 병원 2곳에서의 소견은 모두 오른쪽 어깨인대 부분파열이었다. 7일 수술을 받았다. 재활까지 8개월 이상 걸린다. 시즌 출전은 물론이고 추후 선수 생활 지속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박혜진의 부상은 대표팀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는 지난 시즌 이다영이 빠져나간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로 한 시즌을 소화했다. 프로 2년 차로서 경험은 부족했지만, 강제로 세대 교체에 들어간 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루키 시즌에 10경기 27세트에 출전했던 박혜진은 프로 2년째에 29경기 96세트에 출전했다. 프로 선수로 긴 시즌을 소화할 만큼의 몸을 완벽하게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많이 출전하다 보니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박혜진은 비시즌 때 부상을 치료하고 보강 운동 등 재활에 매달려야 했지만, 뜻밖에도 국가대표팀의 호출을 받았다. 생애 처음 대표팀에 뽑혀 VNL에 참가한 결과 부상이 재발했다. 이번에는 다른 쪽 무릎이었다. 반대편 무릎에 하중이 실리면서 새 부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VNL 2주차 때는 코로나19에 감염돼 홀로 격리돼 있었다. 이후 소속 팀에 복귀해 계속 재활에 매달렸다. 순천 KOVO컵 때는 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출전했다. 팀에서 출전 가능한 유일한 세터였기에 훈련도 못 한 채 2경기에 출전했다.
대표팀을 다녀온 선수들의 줄 부상에 프로 구단의 불만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많은 선수가 국가의 부름이라는 명분과 여론에 밀려 차출에 응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해서다. 다가올 프로 시즌 때 활약해야 할 팀의 주전 선수가 빠져 손실이 큰 데다 부상 이후 처리 과정에서 큰 실망감을 느꼈다. 프로 구단과 감독들은 대한배구협회의 무관심을 특히 아쉬워한다.
선수가 다쳐서 돌아오면 소속 팀 팀이나 감독 혹은 선수에게 연락해서 안타까운 마음도 전하고, 선수를 격려해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예 V리그와 대화를 거부한 세자르 감독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협회 누군가는 나서야 할 일이었다. 이 바람에 구단은 협회가 팀의 귀한 자산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고 난 뒤 나 몰라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선수가 다치면 구단은 가슴이 철렁한다. 팀 전력의 영향도 그렇지만 치료와 재활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13년 남자대표팀의 문성민이 월드리그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왼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했을 때 나왔던 지적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문성민은 시즌이 끝나는 큰 부상을 당했는데 치료와 재활 비용을 놓고 현대캐피탈은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배구협회는 “구단에서 치료비를 청구하면 지급하겠다”고 했고 현대캐피탈은 돈 문제만은 아니라고 했다. “구단이 그 정도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상해보험 등의 근본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공문까지 보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협회는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번에 많은 선수가 다쳤기에 상해보험에 등에 가입됐다면 계약 내용을 알려주고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을 구단과 선수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만일 이런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여지도 있다.
대표팀 소집과 관련해서는 다른 문제도 생겼다. 최근 KGC인삼공사는 특정 선수를 향해 악성 댓글을 달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해 법적 조치를 선언했다. 이들이 도를 넘어서 특정 선수를 공격한다고 판단해서다. 정확한 사실도 모르는 이들은 부상으로 대표팀에 가지 않은 선수들을 향해 근거 없는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남을 헐뜯으며 자신의 불만을 해소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는데, 배구계는 이들에게 너무 관대했다. 무관심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마치 배구계 전체의 의견이나 되는 양 행세하며 점점 도를 넘어섰다. KGC인삼공사는 고희진 감독 선임 때도 이들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입을 다문 다수의 의견을 왜곡하는 주제 넘는 행태를 참다 못한 KGC인삼공사는 마침내 칼을 들었다. 막연히 팬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참아온 다른 구단과 한국배구연맹, 대한배구협회는 이번 조치가 어떤 결과를 만들지 궁금해 한다.
사진 FIVB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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