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리그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이할 이다영이 8월 5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2022-2023시즌 프랑스 리그 챔피언인 새 소속팀 르 카네 볼레로에서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호출했다. 이 바람에 4월 20일 루마니아 리그 라피드 부쿠레슈티와의 1년 계약을 마치고 귀국한 지 3개월 보름 만에 다시 한국을 떠난다.
당초 이다영은 8월 28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취업 비자를 위한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르 카네는 “일찍 입국해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고 컵대회 출전 준비를 해달라”며 5일 오전 9시 5분에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하는 일정의 항공권을 보냈다. 파리를 경유하는 노선이다. 프랑스 리그의 컵 대회는 9월 중순에 시작된다. 그는 김현도 에이전트 및 르 카네와 상의한 끝에 일정을 앞당겨 출국하기로 했다. 이다영은 새로운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면서 프랑스 현지에서 취업 비자를 받는 방법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지내는 동안 이다영은 아픈 허리를 치료하고 꾸준히 재활을 해왔다.
7월부터는 다음 시즌을 대비한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는 모교 선명여고에서 후배들과 훈련을 했지만, 특정 세력이 이를 문제 삼아 교육청에 민원을 넣고 주변 사람마저 괴롭히자 훈련장소를 알리지 않았다. 그는 “6월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7월부터 공을 만지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빨리 훈련을 시작했다. 허리 이상으로 조기에 귀국해 일찍 휴식한 덕분이다. 한참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상태는 아니다. 팀에서는 부상을 염려해 쉬기를 바랬지만 그럴 수 없어서 가볍게 준비만 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다영은 2020-2021시즌 V-리그 도중 중학교 때 발생했던 학교폭력이 폭로되면서 소속팀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고 시즌 뒤에는 계약이 해지됐다. 당시 흥국생명은 3년 FA계약을 맺은 쌍둥이 자매를 소속 선수로 등록하려고 했지만, 여론의 거센 비난에 밀려 2021년 6월 30일 자유 신분으로 공시했다. 쌍둥이 자매는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ITC(국제이적동의서) 발급을 거부하는 대한배구협회와 실랑이 끝에 그리스 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이재영은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고 이다영은 유럽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꾸준히 이어가며 3년 만에 첫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앞뒀다. 이다영은 유럽 리그 진출 첫해 그리스 리그 PAOK 소속으로, 지난해에는 라피드 유니폼을 입고 CEV 컵 대회에 출전했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16명의 팀 엔트리를 다 채운 르 카네는 프랑스 리그 소속이지만 프랑스 국적 선수는 고작 3명인 다국적 팀이다. 러시아, 불가리아, 독일, 리투아니아, 크로아티 등 선수구성이 다양하다. 이 가운데 러시아 국적의 유망주가 6명으로 사실상의 러시아 대표팀 2진이다. 이다영의 주전 경쟁자는 2004년생 신장 183cm의 빅토리아 코브자다. 2018년 U-18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고 세터 상을 받았다. 주포는 V-리그 몇몇 팀이 군침을 흘렸던 반야 사비치(세르비아)와 빅토리야 루수(러시아)다. 루마니아 리그의 최강팀 알바 블라즈 소속으로 2년간 활약했다. 르 카네가 그를 영입하려고 경기장을 찾았을 때 상대 팀에서 경기를 압도하는 이다영의 플레이를 보고 스카우트를 결심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날 라피드는 이다영 덕분에 7년 만에 알바 블라즈를 이겼다. 이다영은 “아직 새로운 동료들이 어떤 선수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프랑스 선수가 많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루수는 알바 블라즈에 있을 때 상대 선수로 경기를 해서 조금 안면이 있다”고 했다.
르 카네는 2023~2024시즌 CEV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에서 E조에 편성됐다. 챔피언스리그는 20개 참가 팀을 포트 4개에 나눠, 추첨한다. 이 방식에 따라 튀르키예 리그와 이탈리아 리그 1, 2위 팀과 폴란드 리그 우승팀이 1포트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리그, 튀르키예 리그 3위 팀과 폴란드 리그 2, 3위 팀, 프랑스 리그 우승팀은 2포트다. 프랑스 리그 2위 팀과 독일 리그 1, 2위 팀, 우크라이나 리그, 불가리아 리그 우승팀은 3포트에 배정됐다. 4포트는 헝가리,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리그 우승팀과 CEV 컵대회 1, 2위 팀이 들어간다. 르 카네는 가장 경쟁이 약한 E조에 편성되는 행운이 따랐다. 조별리그 상대는 폴란드 리그 우승팀 우쯔, 우크라이나 리그 우승팀 SC 프로메티, CEV 컵 준우승팀이다. 우쯔에는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했던 발렌티나 디우프가 3년째 뛰고 있다. 이다영은 “다가올 시즌에는 개인 기록보다는 팀 성적이 꼭 좋았으면 한다. 챔피언스리그 조 편성이 좋아 결선까지 꼭 올라가길 기대한다. 중요할 때 팀에서 꼭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다영은 출국에 앞서 공항에서 취재진이 요구하면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다. 그는 2021년 10월 16일 V리그 개막 때 그리스 PAOK 입단을 위해 출국하면서 공항에 모여든 많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취재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문 채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이번에 공개된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피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자신과 쌍둥이 언니 이재영을 둘러싼 수많은 억측과 관련해서 이제는 회피하지 않고 숨겨진 얘기를 모두 털어놓기로 작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배구계를 뒤흔들었던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은 한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두 사람은 매스컴으로부터 집요할 정도로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 2년 반 동안 이들은 입을 다물고 대중의 눈에서 사라져 당시 학교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고 이들이 잘못한 행동은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할 기회를 놓친 채 시간만 흘렀다. 침묵을 선택했던 이다영이 이번에 마음을 바꾼 것은,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기회에 과거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배구 선수만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자신과 관련한 모든 오해와 무성한 소문을 훌훌 털고 정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동안 배구계에서는 이다영의 흥국생명 시절 특정 선수와 관련된 많은 소문이 꾸준하게 퍼져왔다. 5일 이와 관련한 매스컴의 질문이 나왔을 때 이다영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 그의 발언에 따라 상상하기 힘든 파장이 배구계에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사진 르 카네, 라피드,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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