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순천에서는 배구 축제가 한창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GS칼텍스의 우승으로 끝난 여자부 경기를 앞두고 내심 흥행을 걱정했다. 국가대표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매 경기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 감동적인 얘기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여자부는 2만5552명 관중이 순천 팔마 체육관을 찾았다. 몇몇 스타 선수들을 아이돌처럼 대하는 젊은 여성 팬 중심의 팬덤 현상과 배구 자체를 즐기려는 가족 팬의 증가가 만든 결과다.
28일 남자부 결승까지 계속되는 순천 KOVO컵은 무려 9억 원이 들어가는 여름 배구 잔치다.
대회를 유치한 순천시와 KOVO가 각각 4억5000만 원을 투입한다. 참고로 V리그 올스타전 한 경기에는 3억 원이 들어가고 각 구단은 시즌 때 한 경기 당 2000~3000만 원을 쓴다.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대형 이벤트를 유치할 때 주최 측과 같은 액수만큼 지원하는 조례를 두고 있다. 매칭 시스템으로 부르는 이 조례는 아무리 지역 주민을 위한 행사라 하더라도 주민들에게 실제로 이익이 돌아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순천시는 3년 만에 KOVO컵을 유치하면서 4억5000만 원을 투자하지만, 16일간의 배구 축제 덕분에 지역이 누리는 경제 효과는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순천시는 KOVO컵에 3만 명의 관중이 입장하면 24억 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는 여자부에서만 2만5552명 관중이 입장해, 남자부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의 효과가 나올 것이다.
지난 13일 여자부 개막전을 찾았던 노관규 순천 시장은 4000명 넘는 관중의 뜨거운 열기를 눈으로 확인한 뒤 크게 고무됐다. 동행한 순천시 체육회와 배구협회 임원들에게 “다음에도 KOVO컵을 유치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을 주면서 많은 외지인이 순천을 찾아주는 스포츠 이벤트의 효과를 실감했다는 뜻이리라.
요즘 불경기로 많은 자영업자가 힘들어하는데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떨어트리는 돈은 지역에 가뭄에 단비 같은 효과를 준다. 일단 남녀 참가 13개 팀이 순천에 머무르면서 쓰는 돈이 상당하다. 시즌 때 각 팀은 1박 2일 원정 비용으로 대략 500만 원을 쓴다. KOVO컵 기간 각 팀은 성적에 따라 순천에 체류하는 기간이 달라지는데 통상적으로 대회 1~2일 전부터 현지에서 코트 적응 훈련을 한다. 지금은 여름 성수기여서 순천 지역의 숙박 비용이 상당했다. 구단 별로 최소한 일주일간 머물렀다고 가정했을 때 13개 구단의 숙박비만 무려 4억5500만 원이다. 선수단이 먹는데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선수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잘 먹어야 한다.
선수들을 지원하는 구단 직원 등 많은 스태프, 대회 취재를 위해 순천에 모인 취재진과 전 경기를 생중계하는 TV 중계진, 경호 요원과 대행사 관계자들, KOVO 임직원과 배구인, 경기를 보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순천을 찾은 팬도 많은 돈을 쓰고 간다. 남녀 선수단과 지원 스태프를 팀당 30명씩만 잡아도 약 400명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먹고 자고 현지에서 뿌리는 돈은 지역 경제가 쉽게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순천시 배구 협회가 벌어 들이는 돈도 상당하다. KOVO는 지방에 대회를 유치할 때 지방 배구협회와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대회 진행과 홍보, 관중 동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조가 필요한데 당근책도 있다. 총 입장 수입의 일정 비율을 지역 배구 협회를 위해 내놓는다. 3년 전 순천 KOVO컵은 3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와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그 이상의 입장 수입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일정 부분은 순천시 배구 협회의 몫이다. 1억 원을 훌쩍 넘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2022 KOVO컵을 위해 준비한 예산 9억 원은 어떻게 사용될까.
가장 먼저 상금 항목이다. 2억 원이 나간다. 남녀 각각 우승, 준우승 팀에 5000만 원, 30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개인상도 있다. 남녀 MVP에 각각 300만 원, MIP에 100만 원의 상금이 걸렸다. 라이징스타와 심판에게도 각각 100만 원을 상금으로 준다. 이렇게 상금으로만 대략 2억 원을 사용한다.
예산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대회 진행 비용이다.
이번 대회를 진행하는 대행사는 공개 입찰 끝에 이디아스포츠로 결정됐다. 3억 원을 KOVO로부터 받는다. 통상적인 V리그 시즌 중 대회 진행 비용은 연간 단위로 계약하는데 그 액수와 비교하면 보름간의 대회 진행 비용은 그다지 많은 액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회 진행 비용에는 경기장 시설물 설치와 장식, 경기장 안팎의 이벤트 진행, 치어리더와 경호 요원 동원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대행사가 쓰는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팔마 체육관에 설치된 2개의 대형 LED 전광판 비용이다. 이번 대회는 비디오판독 영상을 경기장 내 전광판에 보여줄 수 없지만, 관중들에게 멋진 경기 장면을 쉼 없이 보여주고 흥겨워하는 팬의 모습도 비추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비다. 고해상도의 대형 LED 전광판은 고가의 장비다. 임대 비용만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 안팎을 멋지게 단장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들었다. KOVO는 V리그의 이미지를 위해 경기장을 멋지게 꾸미는데 투자하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 대행사에 요구하는 조건도 까다롭다. 여러 차례 지방에서 대회를 치른 노하우도 쌓였다. 덕분에 KOVO컵은 대회를 거듭할수록 더 화려한 경기장 장식을 요구한다. 이렇게 해야 팬들에게 프로배구의 멋진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KOVO 관계자는 “그동안 열악한 환경의 경기장에서 대회를 진행하다 보니 다양한 노하우가 쌓였다. 컵 대회가 열리기 전의 팔마 체육관과 지금 경기장 모습을 비교해보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남은 예산 4억 원은 대회 진행에 필수적인 사람들을 위해 사용된다.
일단 KOVO는 서울의 사무국을 사실상 순천으로 옮겼다. KOVO의 사무국 임직원들과 전문위원들은 경기가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대회 내내 지원한다. 이들이 순천에서 머무는 기간은 약 20일이다.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지방자치단체, 순천시 체육회, 배구협회와 준비할 것이 많다. 경기 진행에 필수적인 심판(한 경기당 최소 8명)과 선수들의 모든 플레이를 기록하고 데이터로 남기는 KOVIS 요원들도 있다. 이들이 순천에서 지내는 동안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출장비와 수당은 물론이고 먹고 자야 한다.
이처럼 스포츠 이벤트는 돈을 쓰는 행사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돈을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그런 면에서 순천시는 참으로 현명했고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이 제한 받지도 않아 대박의 행운도 따랐다.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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