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모두 주저앉았다. 한국이 7경기 연속 한 세트도 얻지 못하고 0-3으로 패한 이유다.
한국은 17일 오전 5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닐슨 넬슨 경기장에서 열린 VNL 2주차 크로아티아전에서 0-3(23-25, 21-25, 14-25)으로 패했다.
미들블로커 정호영(KGC인삼공사)이 팀 내 최다 득점인 10점을 기록했다. 그만큼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IBK기업은행)가 9점을, 정지윤(현대건설)과 문지윤, 강소휘(이상 GS칼텍스)가 나란히 5점에 그쳤다.
1세트는 기회였다. 경기 시작부터 팽팽한 흐름을 가져가며 첫 세트 획득에 도전했다. 1세트 후반 21-18, 23-20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이내 정호영 속공이 읽히면서 블로킹에 당했고, 문지윤의 후위 공격 범실이 나왔다. 23-23이 됐다. 염혜선과 문지윤의 라이트 후위 공격 시도 상황에서 1세트에만 두 번이나 라인을 밟는 범실이 나왔다. 이후 한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상대 안드레아 미할예비치, 디야나 카라토비치에게 공격 득점을 내주면서 1세트를 뺏기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2, 3세트마저 내주면서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 대회 7경기 연속 0-3 패배다. 크로아티아가 대회 첫 승을 올리면서 한국은 유일한 무승팀이 됐다. 한국은 최하위 16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지난 1주차 튀르키예, 캐나다, 미국, 태국전, 2주차 브라질, 일본, 크로아티아전까지 총 7경기에서 4차례 세트에서 듀스 접전을 펼쳤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 어떠한 상황에도 랠리 매듭을 지어줄 해결사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조직력을 무기로 나서야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 그 중심을 잡아줄 리더도 없다.
국제무대에서 리시브는 흔들릴 수 있다. 타 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를 잡아줄 세터도, 공격수도 같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결 과정에서의 실수는 더 커보인다. 랠리 과정에서 정확한 연결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교한 연결로 어떻게든 공격수가 편하게 공격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점수를 가져올 수 있다.
크로아티아도 한국보다 전력은 앞섰지만, 완성도가 높은 팀은 아니었다. 한국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서브로도 우위를 점했다. 상대 리시버들을 충분히 괴롭혔다. 하지만 공격력에서 밀렸다. 한국의 공격의 날은 무뎠다. 특히 수비가 된 상황에서도 불안한 연결과 공격으로 쉽게 득점을 챙기지 못했다. 이미 상대에게 보이는 단조로운 공격을 펼쳤다.
일본전도 똑같다. 양 팀은 계속해서 수비를 성공시키면서 긴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일본은 수비가 된 상황에서 빠르게 반격을 펼쳤다. 미들블로커의 움직임도 기민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공격수 3, 4명이 동시에 공격을 구사할 수 있도록 코트 위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일본 세터도 중심을 잘 잡았다. 공격 패턴이 다양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3명이 삼각편대를 이룬 가운데 라이트, 중앙 후위 공격도 구사했고, 미들블로커가 라이트 공격을 펼치는 등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기 위한 다양한 루트를 선보였다. 상대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변칙 공격을 펼친 셈이다. 니시다 사리나, 이시카와 마유, 이노우에 아리사 등을 제외하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었지만, 갖춰진 시스템을 토대로 팀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매체 ‘닛칸 스포츠’는 지난 16일 한일전이 끝난 뒤 “도쿄올림픽 4위 한국이 에이스 김연경 은퇴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작년에도 한국은 VNL 12전 전패를 기록했다. 첫 승을 위해서는 고비를 넘기는 힘이 필요하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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