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구미 KOVO컵 해외리그 초청팀 참가에 숨겨진 다양한 얘기들

김종건 / 기사승인 : 2023-06-19 08: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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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촌부리와 일본 파나소식 참가. 항공료만 부담하면 숙식은 제공하는 조건. 우승 상금은 없어,

 

오는 7월 29일부터 8월 13일까지 벌어지는 2023 구미 KOVO컵에 해외리그의 팀이 참가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조만간 공식 보도자료를 낼 전망이다. 남자부는 파나소닉 팬더스(일본), 여자는 슈프림 촌부리(태국)가 초청 팀으로 확정됐다.

 

남녀 14개 구단 실무자 모임에서 이미 조 편성도 마쳤다. 남자부는 초청팀이 8위로 시드 배정을 받았다. 지난 시즌 1,3,5,7위 팀이 A조, 2,4,6,8위 팀이 B조다. 여자부는 지난해처럼 추첨으로 조 편성을 했다. 지방에서 대회가 벌어지면 구단은 할 일이 많다. KOVO컵은 여름철 휴가 성수기에 벌어져 숙소를 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 편성과 경기 일정을 조기에 확정해야 하는 이유다.
 

 

KOVO컵에 해외리그의 팀을 초청하는 것은 5년 만이다.
제천에서 열렸던 2018년 남자부 대회에서 JT 선더스(일본), 보령에서 열렸던 여자부에서는 EST(태국)와 베틴뱅크(베트남)가 각각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JT 선더스는 조별 리그에서 3연패를 당했다. 9개의 세트를 내주고 고작 1세트만을 따냈다. 일본의 짜임새 넘치는 배구를 내심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여자부도 마찬가지였다. 선수 구성이 힘들어 복수의 팀에서 선수들을 모았던 EST도 JT 선더스와 같은 결과였다. 단일팀이지만 V-리그와는 수준 차이가 컸던 베틴뱅크는 9세트를 내준 끝에 3연패로 물러났다. 2006년부터 시작된 KOVO컵에서 해외의 초청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2009년 부산 대회가 유일했다. 텐진 보하이은행(중국)이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순천 대회에는 일본 리그의 우승팀 히사미츠 스프링스가 참가하기로 해 국내 팀 감독들이 긴장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히사미츠는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상치 않자 참가를 포기했다. 워낙 긴박하게 내려진 결정이라 대타를 구할 시간이 없었다. 그 바람에 A조는 GS칼텍스, 흥국생명, IBK기업은행 등 3개 팀이 조별리그를 펼쳤다. 상대편의 B조는 4개 팀이 경쟁했다. A조는 1승만 해도 4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반대편 조보다 경기 숫자가 줄어들어 체력적으로 유리했던 GS칼텍스는 결국 도로공사를 꺾고 우승했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등장으로 이제 남녀부 모두 홀수인 7개 팀 체제다. 경기 일정의 유불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짝수 팀 출전은 필수다. KOVO가 구미 대회에 남녀 각각 해외리그의 팀을 초청한 근본적인 이유다. 이전까지는 남자부는 국군 체육부대가 자주 출전했지만, 올해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V-리그의 낮은 경쟁력을 걱정해온 KOVO는 해외리그의 강팀을 초청해 팬들에게 새로운 배구를 보여주고 우리 선수들과 지도자에게는 신선한 자극도 주려고 한다. 순천 대회를 앞두고 일본의 여러 팀이 출전을 원하고 이 가운데 히사미츠가 참가를 결정하자 내심 기뻐했다.

구미 KOVO 컵을 준비하던 KOVO는 다시 한번 일본 배구협회에 연락했다.
남자부에서는 쉽게 출전팀이 정해졌다. 2010년 한일 우승팀끼리 대결하는 탑 매치에 출전했던 파나소식이 참가를 확정했다. 파나소닉은 2022-2023시즌 일본 V리그에서 3위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1부리그에서 우승 1차례, 준우승 2차례, 3위 2차례를 차지한 강팀이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했던 아시아쿼터에서 파나소닉에 소속된 오타케 잇세이(아포짓), 이가 료헤이(리베로) 등이 지원해 지명을 받는 등 여러모로 V-리그와 접점이 많다. 여자부는 일본 팀을 대신해 태국 팀이 출전한다. 일본배구협회는 6월 30일~7월 2일, 7월 7일~9일 각각 열리는 2023서머리그를 최근 신설했다. 동부 서부로 나눠 대회가 열린다. 일본 리그의 1,2부 등 28개 팀이 빠짐없이 참가한다. 이 대회 출전을 위해 KOVO컵 초청을 사양했다.


 

KOVO는 일본 팀의 대타를 찾았다. 태국과 베트남 배구협회를 통해 수소문했다. KOVO와 태국 배구협회는 2017년부터 한태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를 3년간 해왔다. 공교롭게도 2019년 태국에서 제3회 대회가 열린 이후 대회는 중단 상태다. 코로나19와 2020도쿄올림픽 최종예선전 등으로 대회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KOVO는 2019년 이후 중단된 ‘한태 여자배구 올스타전’을 계속 이어가자고 태국배구협회에 연락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개최할 차례여서 “제주도에서 경기를 하자”며 의사 타진을 했다. 그런데 돌아온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태국배구협회는 “국제대회 일정이 빡빡해서”라며 이유를 댔다. 자격지심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한국 배구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을 쏟았던 태국배구가 이제는 더 배울 게 없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다행히 지금 태국에는 남자대표팀을 지휘하는 박기원 감독이 있었다. 그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준 덕분에 이번에는 쉽게 결정이 나왔다. 촌부리를 출전시키기로 했다.



최종 결정까지는 다른 문제가 남아 있었다. 촌부리는 KOVO컵에 참가하고 싶지만, 만만치 않은 항공료가 부담이었다. 결국 촌부리와 태국 배구협회가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촌부리에는 태국대표팀의 공격수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윌라반 아핀야퐁이 감독으로 있다. 지난 시즌 4위에 그쳤지만, 태국 리그에서 우승 3차례, 준우승 4차례를 차지한 강팀이다. 2016-2017, 2017-2018시즌에는 2년 연속 아시아클럽선수권 우승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발급되기 전에 벌어진다. 원칙적으로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선수는 참가할 수 없다. 외국인 선수는 V-리그와의 계약이 8월 1일부터 시작된다. 아시아쿼터 선수는 7월 1일부터여서 몇몇 구단은 아시아쿼터 선수만이라도 출전시키자고 했다. 대한배구협회가 나서서 임시 ITC 발급을 요청하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GS칼텍스 시절 모마가 이 방법을 이용해 베트남 리그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에도 구단들은 이런 요구를 했는데, ITC 발급을 위해 움직여줘야 하는 대한배구협회가 열심히 도와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쩔지 모르겠다.
 


남자부는 활용 가능한 선수가 부족한데다 국가대표팀과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차출이 많아 걱정이 많다. 만일 아시아쿼터와 대표팀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면 몇몇 팀은 7~8명으로 대회를 치러야 한다. 여자부는 VNL(발리볼내이션스리그)을 마친 대표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다. 이들은 VNL을 마친 뒤 소속 팀에 복귀했다가 8월 초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최종예선을 위해 다시 소집될 예정이다. 다만 여자 대표선수들의 KOVO컵 출전을 놓고 구단과 감독들은 눈치를 볼 것이다. 자칫 부상이 생기면 가뜩이나 흔들리는 대표팀 성적 부진의 책임까지 모두 뒤집어쓸 수 있어서다. 몸 상태와 여론의 동향을 봐가며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궁금한 것은 파나소닉과 촌부리의 전력이다. 주전선수와 비주전 선수와의 기량 격차가 큰 V-리그의 팀보다는 활용할 선수 폭이 넓어 유리할 수도 있다. 만일 이들 초청 팀이 결승전에 오르면 관심이 가는 부분은 상금이다. KOVO컵은 우승팀에게 5000만원, 준우승팀에게 3000만원의 상금을 각각 준다. 초청 팀에게는 항공료를 제외하고 대회 기간에 국내에서 머무르는 동안의 숙식 비용을 KOVO가 부담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금까지 가져가면 V-리그의 자존심이 크게 상처받는다. KOVO는 초청팀에게 상금을 주지 않기로 하고 미리 계약서도 작성했다. MVP 등 개인상 수상자에게 돌아가는 상금도 마찬가지다. 대신 트로피는 준다. 돈 대신 명예만 가져가라는 뜻이다. 구미 KOVO컵에서 V-리그 팀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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