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진 세자르 감독과 V리그 감독들의 간담회 뒷 얘기

김종건 / 기사승인 : 2022-07-08 08: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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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 14명? 선수들은 대표팀 차출을 꺼려하고, 결론 없이 평행선을 달렸던 대화


 2022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12연패 무승점으로 망신을 당한 여자대표팀의 세자르 감독과 V리그 5개 구단의 감독이 6일 오후 수원에서 만났다. 전날 대표팀과 함께 귀국한 세자르 감독과 대한민국 여자배구 최상위 리그인 V리그 사령탑들이 만나서 이번 대회를 결산하고 다가올 세계선수권대회를 대비해 서로 협조를 부탁하겠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중요한 자리였기에 페퍼 저축은행 김형실 감독,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KGC인삼공사 고희진 감독 등 5명의 사령탑은 오후 훈련 일정도 생략하고 참석했다. 김종민 감독과 차상현 감독, 고희진 감독은 각각 김천, 가평, 대전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수원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간담회는 세자르 감독이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일정 때문에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11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찍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사람을 억지로 잡아둘 수도 없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잦은 부상 선수 발생으로 다가올 V리그 시즌을 고민하는 프로 팀 감독들이었다. 대표팀에 참가하고 온 선수들 사이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부정적인 얘기도 많아 프로 팀 감독들은 걱정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세자르 감독은 대한민국 배구계의 정서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고 V리그 감독들은 외국인 감독의 배타적인 자세에 더욱 실망했다. 어느 감독은 꽉 막혔다. 벽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이라고 했고 어느 감독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대화가 이어지다 감정이 폭발해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프로 팀 감독들은 차오르는 분노를 자제해가면 여자 대표팀을 위해 전폭적으로 도와줄테니 대표팀 경기력향상위원들의 조언도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했지만, 세자르 감독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갈등은 언제든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세자르 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16명의 예비선수를 선발해 훈련하겠다고 사실상 통보를 했다. 합동 훈련은 8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처음 구상했던 7월 하순보다 미뤄졌다. 이 일정이 뒤로 미뤄진 것이 눈길을 끈다. V리그 감독들은 세계선수권대회가 중요하다면 더 일찍 대표팀을 구성해 훈련할 수 있도록 선수를 조기에 보내주겠다. 다만 이번에는 여러 선수를 대표팀에 데려가서 테스트하기보다는 14명의 정예 선수를 추려서, 훈련에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세자르 감독은 이 제안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세자르 감독은 프로 팀에서 도와주지 않는다고 했고 도와주지 않으면 집으로 가겠다는 말도 했다. 이 말을 들은 프로 팀 감독들은 우리가 도와주지 않는 것이 무엇이냐”면서 반발했다. 서로 상대의 얘기를 듣지 않으면서 언성이 높아졌고 통역이 감독들의 화난 목소리를 액면 그대로 전하는 데 애를 먹었다.

 

어느 사령탑은 세자르 감독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이미 국가대표팀 코치로 3년을 보냈고 이제 대표팀 감독이 됐는데 지난 3년 간 V리그를 제대로 지켜봤다면 우리 선수들의 많은 것을 알 텐 데 아직도 선수를 불러서 테스트해보겠다는 것은 감독의 능력 문제 아닌가. 게다가 우리는 유럽의 리그와 달리 이미 선수들이 모여서 각 팀에서 훈련하고 있다. 원하는 선수의 기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싶다면 감독이 각 프로 팀의 훈련장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 왜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영상만 보고 대표팀에 불러서 알아보려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감독은 올림픽 예선전에 나가는 것이 우선 중요하니까 이번에 은퇴한 선수 가운데 특정 선수를 설득해서 대표팀에 복귀시키는 방안도 있다. 일단은 이기고 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필요 없다였다

 지금보다 발품을 더 팔고 대표팀에 충실해 달라는 감독들의 요구에도 세자르 감독은 프로 팀에서 제대로 도와주지 않으면 앞으로 VNL은 물론이고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도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VNL동안 몇몇 선수들로부터 대표 선수들이 그런 것도 못 한다며 한국배구를 무시하는 말을 뒤에서 자주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던 감독들은 분노했다. “만일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V리그 감독들은 되물었다.

 


 협회의 조언까지 무시하고 자신의 고집대로 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세자르 감독에게 한 가지 확인된 사실은 있다. 프로 감독들은 세자르 감독에게 어떤 배구를 추구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배구는 확실한 라이트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3명의 레프트가 돌아가면서 빠른 공격을 하는 배구라고 했다. 일본 여자 대표팀의 플레이 패턴을 우리도 도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선수 명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윙 공격수가 뽑힐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는 특정 선수들의 이름도 많이 거론됐다. 프로 감독들은 16명을 뽑아서 훈련한 뒤 14명으로 추리는 과정에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는 많은 상처를 받고 자칫 다가올 시즌과 선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재고를 요청했지만, 세자르 감독은 대를 위한 희생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대화는 발전적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선수 차출의 최종 결론도 내지 못했다.

 

 


우리 여자 배구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국가대표팀 감독과 프로배구 V리그 지도자들 사이의 상호 목표 공유와 협의라는 대의명분은 사라졌고 서로를 향한 날 선 감정만 남은 채 간담회는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이런 가운데 VNL을 다녀온 선수들 가운데 몇몇은 대표팀 차출을 꺼리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대표팀이 이번 VNL에서 실력을 떠나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욕 없는 플레이가 이어졌던 배경도 선수들의 입을 통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과연 세자르 호는 제대로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칠 수 있을까.  

 

사진 FIVB,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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