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9월 5일 열리는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의 뒷얘기들

김종건 / 기사승인 : 2022-08-15 08: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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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28일 트라이아웃으로 기량 파악, 남자부는 지원금 문제로 일정 미정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활약할 새 얼굴을 뽑는 신인 드래프트 날짜가 확정됐다.

최근 여자부 7개 구단 감독들과 한국배구연맹(KOVO)은 신인 드래프트를 95일에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감독들은 이에 앞서 827, 28일 이틀간 V리그 입단을 원하는 고교 졸업반 선수들을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을 한다. 이들이 학교 수업을 빠질 수 없는 학생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말에 이틀간 열기로 했다. 선수들의 기량 테스트 장소는 신탄진의 KGC인삼공사 훈련장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학생들의 이동 편리를 고려한 결정이다. 감독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해마다 입단 예정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기량 테스트를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각 구단 감독들은 코로나19 환경에서 고등학교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할 방법이 적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출전 비용 부담과 선수 숫자의 부족, 학교 수업 일정 등이 겹쳐 선수들이 출전할 대회는 과거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구단들은 팀의 미래가 될 선수들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지방을 순회하면서 고교 팀과 연습경기를 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프로 팀과의 경기를 통해 실전 기회를 주고 기량도 마음껏 뽐내보라는 뜻이었다. 마음에 둔 선수를 따로 프로 팀의 합숙소로 불러 테스트를 하는 구단도 있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이 같은 활동이 사전 접촉 의심으로 비난도 받았다. 여자부 감독들은 사전 접촉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트라이아웃을 선택했다. 공개 테스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에는 절박한 상황에서 열렸다. 당시는 코로나19로 많은 아마추어 대회가 취소됐다. 그 바람에 졸업반 선수들이 기량을 보여줄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학부모들은 애가 탔다. 이들은 프로 구단에 자식들의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펐던 자발적인 트라이아웃의 탄생이었다. 전주 근영여고에서 열렸던 당시 행사에는 모든 프로 구단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참가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애타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해 신인 드래프트는 흉작이었다. 39명의 참가 선수 가운데 13명만 지명을 받았다. 역대 최악의 지명률이었다. 당시에는상위 지명이 유력한 몇몇 선수들이 공개 테스트에 참석하지 않아 뒷말도 나왔다. 이번에는 모든 대상자가 기량 테스트에 참석하기로 했다. 프로 구단 감독들은 감사의 표시로 팀마다 반드시 2명 이상은 뽑기로 약속했다.

 

최소 14명은 프로구단 유니폼을 입을 것이 확실한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이 눈여겨보는 선수들은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출신의 박은지 김사랑(이상 세터), 김보빈(미들블로커), 이예은(윙스파이커), 정예원(리베로) 등이다. 박은지는 페퍼 저축은행 윙스파이커 박은서의 친동생이다. 이밖에 몽골 출신으로 귀하를 추진 중인 장신 미들블로커 염 어르헝도 있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페퍼 저축은행이 그의 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현재 V리그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선수 만을 드래프트 대상으로 삼지만, 귀화를 추진 중인 선수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조건으로 지명을 허용하고 있다. GS칼텍스에 입단했던 중국 동포 출신 이영이 첫 사례였다. 프로 구단 감독들은 당장 팀의 즉시 전력이 될만한 선수는 많지 않지만, 학생 배구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서 많이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자부와는 달리 남자부는 아직 신인 드래프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사정이 복잡하다. 언제 열릴지 불투명하고 최악의 경우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남자부 프로 구단들과 많은 선수를 신인 드래프트에 내놓는 대학교들이 사전에 협의를 마쳐야 한다. 그동안은 한국배구연맹(KOVO)이 사이에서 조율을 해줬는데 올해는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원인은 돈이다. 남자 구단이 지급하는 학교 지원금이 뜨거운 이슈다.

현재 각 구단은 신인 선수의 입단 지원금과 같은 액수를 학교 지원금으로 내놓는다. V리그 출범 이후 계속된 관례였다. 구단들은 이제부터 지원금을 아예 없애거나 줄이겠다고 한다. 구단들은 V리그 출범 이후 해마다 팀 별로 최소 2억 원 이상, 누적 총액 200억 원을 아마추어 지원을 위해 투입했지만, 원하는 선수는 점점 줄어들고 기량도 갈수록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 지원금 액수가 과다하게 많다는 점도 불만이다. 현물로 지급하는 다른 종목과는 달리 V리그는 현금으로 지원해왔다. 구단들은 명확한 회계 처리를 위해 지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구체적인 자료 제출도 원하고 있다. 그래서 구단은 각 학교에 배분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지원하는 돈이 투명하게 쓰였다는 것을 확인할 방법도 함께 달라고 한다.

 

구단은 KOVO와 시뮬레이션을 거쳐 현재 각 학교에 지원하는 금액은 큰 변동 없이 지원금은 절반 이상 줄일 방법도 있다고 본다. 만일 이렇게 할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대학배구연맹과 대학 감독이 될 전망이다, 현재는 가장 많은 액수를 받는 곳이다. 프로 구단의 새로운 방침에 대학 측은 반발한다. 신인 드래프트를 아예 거부하겠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마저 들린다. 물론 프로 구단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1학년을 포함해 얼리 드래프트로 유망주를 많이 데려왔기에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지 않아도 크게 아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구단들은 학생들이 졸업한 3월 이후에 실시하면 지원금을 줄 이유도 없어 버틸 생각이다.

 


KOVO는 파국을 막기 위해 양측이 한 발씩 뒤로 물러서기를 원한다. 조만간 프로 구단 사무국장들이 모여서 새로운 방침을 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다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바람에 남자부는 언제 신인 드래프트가 열릴지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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