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대전/이정원 기자] "호영이의 미래를 위해선 미들블로커를 하는 게 맞다."
KGC인삼공사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은 선수는 정호영이었다. 선명여고 시절부터 유망주로 평가받은 그녀는 프로에서 통할 재목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호영은 데뷔 시즌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0경기(38세트)에 출전해 20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윙스파이커 포지션에서 리시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어릴 때부터 듣던 '제2의 김연경'이라는 호칭 역시 정호영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혹독한 데뷔 시즌을 겪은 정호영에게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녀는 다가오는 시즌부터 윙스파이커가 아닌 미들블로커로 뛴다. 미들블로커로 뛰고자 하는 정호영의 의지가 강했고, 이영택 감독 역시 선수 미래를 위해선 미들블로커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비시즌 정호영은 명 미들블로커 출신 이영택 감독 밑에서 쑥쑥 성장하는 중이다. 이영택 감독은 정호영에게 칭찬과 쓴소리를 번갈아가며 그녀의 잠재력을 이끌고 있다.
지난 12일 대전에 위치한 KGC인삼공사 연습체육관에서 <더스파이크>와 만난 이영택 감독은 "지난 시즌 호영이는 리시브나 수비 때문에 경기를 못 들어갔다. 호영이의 미래를 위해서는 미들블로커를 하는 게 맞다"라며 "지난 시즌에도 미들블로커로 넣은 적이 있는데 곧잘 했다. 무엇보다 호영이가 어릴 때부터 계속 들어왔던 '제2의 김연경'이라는 수식어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었다. 제1의 정호영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5월, 선수단 첫 소집 미팅 날 이영택 감독은 첫 번째로 정호영을 불렀다. 그 자리에서 이영택 감독은 정호영의 단호한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정호영의 첫 마디는 "저 미들블로커 하겠습니다"였다.
이 감독은 "비시즌 첫 미팅 때 호영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호영아, 어쨌든 비시즌 훈련을 시작하는 데 포지션을 정해서 했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뭘 했으면 좋겠는지 생각은 있지만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네가 하고 싶은 거 하자'라고 했다. 그때 호영의 입에서 바로 나온 답이 '저 미들블로커 하겠습니다'였다.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도 호영이는 미들블로커로 뛰고 싶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학교 사정에 의해 뛰지 못했다. 호영이는 지금 미들블로커 옷이 딱 맞다"라고 덧붙였다.
정호영이 미들블로커로 전향을 한다 하더라도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GC인삼공사 주전 미들블로커는 한송이와 박은진이다. 두 선수 모두 이 포지션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이들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정호영이다. 그래도 이영택 감독은 비시즌 정호영의 성장 속도가 빠르기에 많은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실 호영이가 곧바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빨라 다들 기대를 하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고 우리 선수단 모두 호영이가 성장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3~4개월 만에 이 정도 성장 속도를 보였기에 내년, 내후년에는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끝으로 이영택 감독은 "호영이를 미들블로커 고정으로 뛰게 하면 나도 욕을 먹을 것이고, 호영이도 아쉬운 소리 들을 수도 있다. 그래도 본인은 미들블로커로 뛰겠다고 하더라"라고 강조한 뒤 "호영이 경기하는 거 보면서 '포지션 변경이 신의 한 수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하도록 더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포지션 변경과 함께 정호영이 더 높이 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_대전/문복주 기자, 더스파이크 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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