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훌륭함을 넘어 위대한 선수다." 김연경과 함께 런던 신화를 쓴 바 있는 김형실(70) 감독이 남긴 말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보여줬던 투혼과 열정은 온 국민을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약체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일본, 터키 등을 제압하며 4강 신화를 이뤄냈다.
도쿄에서 보여준 열정을 본 많은 이들은 9년 전 2012 런던올림픽을 떠올렸다. 그 당시에도 한국은 강호 이탈리아 등을 제압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36년 만에 4강에 올라 화제를 모은바 있다.
2012 런던올림픽 여자국가대표팀 사령탑이었던 現 AI페퍼스 김형실 감독도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하다고 한다. 최근 <더스파이크>와 인터뷰를 가진 김형실 감독은 "도쿄올림픽 보면서 그때가 늘 생각나더라. 지금도 스포츠 채널 보면 런던올림픽 경기를 재방송한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시간이 흐르면 런던이나 도쿄에서의 기억은 선수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늘 고맙다"라고 운을 뗐다.
이번에는 총 6억 원의 고생한 여자 대표팀 선수들에게 포상금을 주는 등 충분한 보상을 안겨줬다. 하지만 9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일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김형실 감독도 알고 있던 부분이다.
김형실 감독은 "그 당시 배구협회도 어려운 살림이었다. 지원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올림픽을 소화했다. 런던올림픽 전에 열렸던 2008 베이징올림픽에 여자배구 대표팀이 출전을 못했다. 그때의 한을 풀고자 했던 열정과 집중력만이 우리 선수들에게 있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후 김형실 감독은 사비를 털어 선수들과 반지를 맞췄다는 일화가 소개돼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시간이 흘렀지만 반지를 맞춘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묻자 김형실 감독은 "작은 마음의 표시였다. 너무나 열심히 해준 선수들에게 해준 작은 선물이다"라며 웃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배구여제 김연경(상하이)의 활약은 대단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득점왕 및 최우수 선수에 올랐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득점과 공격 성공률, 디그 부분 모두 2위에 오르는 세계 최정상급 윙스파이커임을 입증했다.
김형실 감독도 "우리나라에는 지금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김연경 선수는 훌륭함을 넘어 위대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선수가 많이 양성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은 포스트 김연경, 앙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라며 "지금 많은 선수들이 기대를 받고 있다. 박정아(도로공사), 이소영(KGC인삼공사) 선수도 있고 정지윤, 이다현(이상 현대건설) 선수 성장도 기대된다. 강소휘(GS칼텍스) 선수도 눈에 띈다"라고 덧붙였다.
도쿄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과 투혼은 기존에 있는 팬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팬들을 끌어모으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제 도쿄의 뜨거운 열기가 V-리그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김형실 감독이다. 김형실 감독은 신생팀 AI페퍼스와 함께 배구인생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끝으로 김형실 감독은 "지금 마치 여자배구의 르네상스를 보는 듯하다. 도쿄의 열기가 V-리그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정말 한 팀이 되어 멋진 경기를 해준 것에 대해 칭찬하고 감사를 표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AI페퍼스는 오는 30일 오후 3시에 광주시청 대강당에서 창단식을 갖는다. 10월 19일 광주염주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와 대망의 창단 첫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김형실 감독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더스파이크> 10월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_FIVB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