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에게 국가대표는 어떤 의미였을까.
지난 16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김연경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지난 12일 김연경의 대표팀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김연경은 오한남 회장과 면담을 통해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고, 오한남 회장도 김연경의 의사를 존중했다.
김연경은 ″막상 대표 선수를 그만둔다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대표 선수로서의 활동은 제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간 많은 가르침을 주신 감독님들과 코칭스태프님들, 같이 운동해온 대표팀 선배님, 후배 선수들 너무 고맙다.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김연경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대표팀을 떠나지만 우리 후배 선수들이 잘 해 줄 것이라 믿는다. 비록 코트 밖이지만 열심히 응원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오한남 회장도 ″지난 17년 동안 대표선수로 활약하면서 정말 수고가 많았다. 김연경이 대표선수로 좀 더 활약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룬 성과도 클 뿐 아니라 본인의 앞으로의 인생 계획도 중요하니 은퇴 의견을 존중한다. 이제는 남은 선수 생활 건강하게 잘 펼쳐나가길 항상 응원하겠다. 회장으로서 이러한 훌륭한 선수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연경은 2004년 아시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무려 16년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수원한일전산여고(現 한봄고) 3학년 재학 중에는 2005 FIVB 그랜드챔피언스컵에 출전하며 성인 무대에 처음 데뷔했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지만 김연경은 언제나 국가대표에 진심이었다.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 늘 제 몫을 했다. 늘 소속팀에서 수많은 공격, 상대의 집중 견제로 인해 체력적으로 지쳐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즌이 끝나면 언제든 달려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일본, 터키, 중국 등 해외리그에서 뛰어도 언제든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대표팀과 함께 비시즌을 보낸 김연경이었다.
김연경과 함께 한국 여자배구는 계속해서 성장했다. 김연경은 세 번의 올림픽(2012 런던, 2016 리우, 2020 도쿄), 네 번의 아시안게임(2006 도하,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세 번의 세계선수권 등 셀 수 없이 많은 국제 대회에 참가해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줬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에 약 20년 만에 금메달을 안겼고,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득점왕 및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런던올림픽 당시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4강 신화를 이룩한 한국인데, 김연경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전 세계 배구 팬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대회인 도쿄올림픽에서도 그녀의 활약은 빛났다. 쉴 새 없이 코트를 누볐다. 득점 2위(136점), 공격 성공률 2위(44.85%), 디그 2위 등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또한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목이 샐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한국 선수들은 힘을 얻었고, 상대 선수들은 김연경의 존재감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그 결과, 8강 진출도 장담하지 못했던 한국에 4강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특히 조별예선 일본전-도미니카공화국전, 8강 터키전에서 보여준 짜릿함은 최고였다. 비록 '메달 획득'이라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매 경기 투혼과 열정을 보여준 김연경에게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배구 팬들은 김연경에 열광한다. 물론 그녀가 세계적인 선수이고, 경기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기에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김연경은 언제나 배구 그리고 국가대표에 진심이었다. 부상이 있어도 참고 뛰었다.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도 복근 부상을 참고 진통제를 맞고 투혼을 발휘했다. 그리고 한국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끌어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거의 교체 없이 매 경기를 풀로 소화했다. 이에 국제배구연맹도 "김연경은 10억 명 중에 1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승리를 향한 승부욕, 국가대표 자부심 그리고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알기에 우리는 김연경을 응원했다.
동료들도 김연경이라는 든든한 캡틴이 있어 행복했다. 오지영(GS칼텍스)은 개인 SNS를 통해 "언니는 항상 우리에게 최고였고 절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존재였어요. 언니와 함께 운동했던 날들, 저에겐 크나큰 행운이자 어디에서도 할 수 없던 경험이었어요. 영원한 우리의 캡틴, 존경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연경의 절친 김수지(IBK기업은행)도 개인 SNS를 통해 "연경 선수 없는 국가대표가 상상이 가질 않더라. 오 캡틴, 마이 캡틴!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캡틴, 김연경"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팬들 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김연경이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었어도 김연경의 활약은 계속된다. 2021-2022시즌에는 중국리그 상하이에서 활약한다. 언제나 국가대표의 최선이었던 김연경. 성적과는 관계없이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우리가 김연경에게 열광한 게 아니었을까.
한편, 이젠 소속팀에 집중하게 될 김연경은 국내에서 휴식 및 병원 치료에 임하며 시즌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은 9일 입국 후 "현재로서는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다. 중국에 가기 전까지 한두 달 정도 시간이 있다. 몸을 다시 만들어 리그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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