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리시브를 하는 김희진의 변신은 성공할까

김종건 / 기사승인 : 2022-09-20 1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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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탈락 뒤 김호철 감독과 허심탄회한 면담, 아직 해보지 않은 길을 향해 도전

과연 김희진의 변신은 가능할까.

김연경에 이어 대한민국 여자 배구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김희진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V리그 데뷔 이후 전혀 해보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 바로 리시브다. 그동안 미들 블로커와 아포짓으로 활약해온 김희진의 활용도를 높이고 팀의 새로운 퍼즐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김호철 감독의 고육지책이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영입한 새 외국인 선수 아나스타샤와의 공존을 위해서, 또 팀의 고질적인 리시브 불안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김호철 감독은 후위에서 최소한 자기 자리에 오는 서브만 받도록 리시브 훈련을 시키고 있다. 곧잘 받는다. 아나스타샤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김희진의 리시브가 의외로 탄탄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아나스타샤의 리시브가 기대만큼 좋지 않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아직은 새로운 시도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았기에 구체적인 내용은 실전을 봐야 알 수 있다. 새로운 포맷을 처음 시도한 상대는 공교롭게도 여자 대표팀이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2번의 연습경기 파트너로 IBK기업은행이 충북 진천 선수촌을 찾았다. 김희진은 리시브에 가담하면서 오른쪽에서 공격하는 아포짓으로 출전했다. 순천 KOVO컵에서 제대로 공을 때리지 못하는 등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보여줘 걱정도 많았지만, 김 감독은 다른 시각으로 봤다. “당시는 세터의 공이 워낙 들쑥날쑥해 공격수가 제대로 타이밍을 맞춰 때릴 수가 없었다. 훈련 때 보면 제대로 올려주는 공을 힘 있게 잘 때리고 있다. 몸에 이상이 없어야 그렇게 때린다면서 그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에는 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2012런던올림픽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뒤 11년간 지켜온 대표팀 자리를 내준 뒤라 김희진의 기량에 의문 부호를 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를 능가하는 피지컬의 선수가 쉽게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국제 대회에서 보여준 성적은 대표팀의 주 공격수로는 기대 이하였다. 결국 세자르 감독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부를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끝내 외면했다. 김희진도 당분간 대표팀에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위에 말해 왔다. 이제 김희진에게는 현재 상황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기량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것만 남았다.

 


누구보다 김희진을 아끼고 최근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김호철 감독은 김희진의 사기를 올리고 기량을 살려내기 위해 두 팔을 걷었다. 감독은 대표팀 탈락 뒤 김희진과 개별 면담에서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감독은 대표팀에 뽑히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결국은 너의 실력이 모자라서다. 코보컵에서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남이 아닌 자신의 탓으로 받아들여라. 앞으로는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는 없다. 많은 팬이 너를 응원하고 있는데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기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면서 김희진의 각성을 유도했다. 이와 함께 생활 습관부터 바꾸기 위해 거의 24시간 밀착해서 지도하고 있다.

 

여러 상황의 변화 덕분인지 김희진도 많이 달라졌다. 훈련 때는 솔선수범하며 동료들에게 얘기도 하고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고 있다. 리시브도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다. 연습경기에서 김희진이 리시브를 하고 공격하는 것을 본 대표팀 선수들은 저렇게 잘 할 수 있는데 왜 시키지 않았지?라고 수군거렸다. 사실 리시브는 모든 선수가 어려워하는 기술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량이 후천적인 노력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김호철 감독은 리시브를 잘할 수 있는데 그동안 누구도 김희진의 그런 능력을 몰랐고 시키지도 않았다면서 변신이 성공할 것으로 봤다.

 


 김호철 감독은 후위에서 한두 자리 뿐 아니라 전위에서도 할 수 있으면 리시브에 가담시키려고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면서 김희진에게 많은 주문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팀의 주포로서 꼭 필요한 공격 체력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외국인 공격수는 한 경기에 최소 50번, 많으면 100번 점프해서 강타를 때린다. 너도 최소한 50번 이상을 점프해서 강타를 때릴 강한 체력이 돼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시즌을 마치면 다시 FA선수 자격을 얻은 김희진이기에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구단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의 몸값을 6억 원(연봉 45000만 원+옵션 15000만 원)으로 대폭 상승시켜줬다. 팀을 떠나지 못하도록 단단히 둑은 쌓아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몸값에 맞는 역할을 하는지 여부다. 만일 새로운 시즌 김희진이 6억 원에 맞는 기량과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는 그저 인기가 많은 스타일뿐 진정한 스타 선수는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9월에 많은 연습경기 일정을 소화하려고 한다. 당장 20GS칼텍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주말에는 도로공사와의 김천 원정 2연전이 있다. 다음 주에는 흥국생명과의 연습경기도 잡혔다. 김호철 감독은 많은 실전을 통해 김희진의 리시빙 아포짓 가능성과 새 외국인 선수 아나스타샤의 결정력도 확인하려고 한다. 아직은 아나스타샤의 공격이 블로킹에 비해 미흡했다. 감독은 많은 점검을 통해 팀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9월이 끝나기 전에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김희진에게도 그렇지만 아나스타샤에게는 더 중요한 9월이 될 듯하다.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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