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뒤에서 대표팀을 지켜본 김연경도 ‘시간’을 언급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연경이 두 시즌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8일 홍천종합체육관에서는 2022 여자프로배구 홍천 서머매치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복귀 소감을 전했고, 경기 출전은 하지 않았지만 도로공사와의 첫 경기에서 웜업존을 지켰다.
김연경은 오랜만에 비시즌 여유를 되찾았다. 작년 2020 도쿄올림픽 4강 감동을 선사한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김연경이다. 그동안은 국제대회에 맞춰 몸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맞춤형 트레이닝을 통해 몸 만들기를 했다.
지난 5일 귀국한 세자르호의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경기도 지켜봤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베테랑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등이 빠진 가운데 VNL 12전 전패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돌아왔다.
김연경은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했다. 그 대회 나갔을 때 힘든 것도 잘 안다.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아쉽게도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모든 분들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대표팀을 응원하는 마음을 전했다.
세계 강호 중국, 일본에 이어 태국의 돌풍은 매서웠다. 태국도 언니들이 대표팀에서 떠났지만, 유스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성인대표팀 주축 멤버가 됐다. 또 이들은 일본, 튀르키예 등 해외리그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태국전에서 0-3으로 패했고, FIVB 세계랭킹도 태국에 밀려 19위까지 떨어졌다.
이에 김연경은 “아시아팀들 경기도 봤는데 확실히 팀 색깔이나 배구 스타일이 확고하게 느껴졌다. 아직 한국이 따라가기에는 많이 부족하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나, 훈련을 해서 좋아지는 부분이 보였다. 보완해서 세계선수권을 잘 준비한다면 VNL 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김연경에 이어 새로운 캡틴이 된 박정아와 연락도 주고 받았다. 김연경은 “새롭게 주장을 맡으면서 어떤 식으로 하는게 좋을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다 같은 여건이겠지만 이동거리나, 시차 등으로 인해 선수들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최대한 도와주려고 했고, 모든 선수들이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세자르 감독도 귀국 당시 스피드를 강조한 바 있다. 김연경도 ‘스피드한 배구’와 함께 ‘시간’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그는 “세계배구 흐름을 보면 브라질, 미국 등 스피드한 배구를 구사하는 팀이 많다. 정말 빠르구나 느낄 정도다. 한국배구 방향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이 되려면 스피드한 배구를 해야 한다.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 걸로 한다. 스피드한 배구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한국 리그에서는 FA 자격을 얻게 되면 이미 연봉이 올라있다. 해외 진출을 하려다 보면 선수는 거액 연봉자가 돼있다. 해외에서 봤을 때는 신인 선수인데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유튜브에서 말했다”며 “제도는 바뀔 수 없다. 그보다는 구단에서 젊은 선수들을 양성하기 위해 해외로 보냈다가 돌아오게끔 한다면 한국배구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일본은 자국 리그 자체 수준이 높다. 태국리그는 수준 높은 리그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 나간다. 태국이 좋은 예다. 해외에서 경험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작년까지 대표팀 코치로 함께 했던 세자르 감독, 스테파노 라바리니 전 감독과 얘기도 나눴다. 김연경은 “세자르 감독님과도 인연이 있다.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한국배구가 더 좋아질 것 같은지 질문도 해주셨다”면서 “라바리니 감독님은 폴란드여자배구대표팀이 한국에 왔을 때 봤다. 김수지, 표승주, 양효진 선수와 대전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대표팀에서의 에피소드나 한국배구 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있으신 것 같았다. 한국에 자주 오고 싶다면서 내가 광고 찍을 때 같이 찍고 싶다고 농담을 하시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으시다”고 밝혔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베테랑들의 공백 지우기에 나섰다. 오는 9월에는 세계선수권에 출격한다. 세계선수권에서 승수를 쌓고 세계랭킹을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진_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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