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정선/강예진 기자] “우는 케이타를 보니 짠하더라고요. 차기 시즌엔 케이타를 울리지 않으려고요.”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히트상품 케이타와 2021-2022시즌도 함께한다. 말리에서 온 케이타는 2001년생의 젊은 나이에서 오는 쾌활함, 탄력과 높이 그리고 어떤 공이든 공격적으로 나서는 플레이 스타일로 ‘케이타 열풍’을 일으켰다.
특유의 세리머니와 액션, 코트 안을 달구는 흥까지. 많은 볼거리까지 제공했다. 더불어 10년 만에 봄배구 티켓을 가져다준 케이타.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일찌감치 포스트 시즌을 마치긴 했지만 케이타 파워는 모든 배구팬들의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승부욕이 강한 탓에 아쉽게 진 경기에선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종종 있었다. 미들블로커 박진우는 그런 케이타를 보면서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강원도 정선에서 만난 박진우에게 차기 시즌 목표를 묻자,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케이타 울리지 않기’라는 이색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었다.
박진우는 “작년보다는 더 잘하자는 큰 틀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면서 “또 하나는 케이타 울리지 않기다. 케이타가 승부욕이 강하다. 아깝게 경기를 진 날에 혼자 라커룸 구석에 가서 울고 있더라. 보는 데 짠하더라. 경기를 함께 뛰는 입장에서 미안하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우리카드 소속이었던 미들블로커 박진우는 2019년 트레이드로 인해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구도현도 함께 팀을 옮기게 됐다. 그들은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30대에 접어드니 한 시즌 한 시즌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구도현은 “조금 덜 아프고, 한 시즌을 무사히 치르는 게 중요해졌다. 끝날 때까지 다치지만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지난 시즌 보다 코트 안에 좀 더 머물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자율적인 분위기 속 책임감을 강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선수들에게 자유를 부여함과 동시에 따라오는 책임 의식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구도현과 박진우는 그런 분위기를 반기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들은 “‘우리가 이러한 분위기를 늦게 맞이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젊은 선수들은 단 하루라도 일찍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그 ‘나이’가 부럽기도 하다”라며 웃었다.
새 사령탑 후인정 감독과 보내는 첫 비시즌. 선수 시절 블로킹에 유능했던 후 감독의 비법 전수를 그들은 기대하고 있다. 구도현은 “볼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아니기에 세세하게 지도받진 못했지만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를 많이 알려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진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_정선/강예진 기자, 구단 제공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