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중심에는 KB손해보험이 있었다. 비록 우승컵은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로 새 역사를 썼다.
KB손해보험은 2021-2022시즌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 3차전 5세트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하며 1승 2패 기록,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마지막에 눈물을 흘렸지만 KB손해보험은 어느 팀보다 빛나는 시즌을 보냈다.
KB손해보험은 2021-2022 시즌을 앞두고 후인정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후 감독은 “선수들이 코트에서 즐거워야 관중들도 즐겁다”라며 즐길 수 있는 배구를 목표로 했다.
이 목표는 달성했다. 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선수들은 물론 팬들까지 흥이 넘쳤다.
KB손해보험은 2020-2021 시즌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를 앞세워 10년 만에 봄 배구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케이타와 재계약에 성공한 KB손해보험은 전력 강화를 위해 트레이드를 실행했다. 미들 블로커 김재휘와 윙스파이커 김동민을 우리카드에 주고 윙스파이커 한성정과 2023년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케이타, 김정호, 한성정 삼각편대를 완성한 KB손해보험은 득점 1위(3310점), 서브 1위(1.58개), 공격 성공률 1위(53.86%)를 기록하며 리그 내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잘나가던 KB손해보험에 악재가 찾아왔다. 3라운드 한국전력 경기에서 김정호가 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복귀까지 5~6주 정도 걸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케이타와 함께 공격을 이끌던 김정호가 빠지게 됐지만 홍상혁과 한성정이 힘을 보탰다. 신인 양희준도 4라운드부터 코트에 오르기 시작했고, 신인왕 후보에 오를 정도로 깜짝 활약하며 도왔다.
무엇보다 KB손해보험은 ‘케이타’를 보유한 팀이었다. 케이타는 김정호가 빠진 시기에도 중심이 돼 팀을 이끌었다. 2014-2015 시즌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세운 한 시즌 최다 득점인 1282점을 1285점으로 깨며 V-리그 역사에 본인 이름을 남겼다.
케이타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기록은 또 있었다. 이번 시즌 1, 3, 4, 6라운드 MVP를 수상하며 역대 남녀부 최초 한 시즌 4번 라운드 MVP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2010-2011 시즌 삼성화재 가빈 슈미트(등록명 가빈)가 갖고 있던 챔피언 결정전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틀(53점)도 57점으로 갈아치웠다.
만 21세의 나이로 V-리그를 제패한 케이타를 앞세운 KB손해보험의 공격력은 막강했다.
블로킹도 아쉬웠다. 이번 시즌 세트당 1.85개를 기록하며 6위에 머물렀다. 후인정 감독도 이를 알고 있다. 시즌 중에도 “블로킹이 다른 팀에 비해 약점이 있다. 높이가 부족하다”라며 블로킹에 대한 아쉬운 점을 나타냈다.
뚜렷한 약점이 있지만 KB손해보험은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가족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케이타는 지난 시즌 끝나고 고국인 말리에 한국 가전제품을 사서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그러지 못했다. 이를 알게 된 국내 선수들은 말리에 있는 케이타 집에 TV 2대와 냉장고 1대를 깜짝 선물했다. 감동한 케이타는 선수들에게 신발을 선물하는 스토리도 있었다.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둔 KB손해보험은 ‘우승 실패’라는 말보다 박수받을 자격이 있는 시즌을 보냈다.
두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성공한 KB손해보험은 이제 창단 이후 첫 트로피를 위해 다시 땀을 흘린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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