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존심을 지켰다. 브라질이 비록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뒀다.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11일 열린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 세계선수권 3위 결정전에서 브라질이 슬로베니아를 세트 스코어 3-1(25-18, 25-18, 22-25, 25-18)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블로킹에서 13-4로 압도적 우위를 점한 것이 주효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브라질 출신의 배구 전설 ‘지바’ 지우베르투 아마우리가 찾아와 화제였다. 지바가 지켜보는 가운데 브라질은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기분 좋게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브라질은 루카렐리 소우자가 지난 경기 부상의 여파로 출전하지 않았고, 호드리구뇨가 대신 선발 출전했다. 치열했던 1세트 초반 흐름 속에서 메가 랠리가 터졌다. 양 팀 선수들이 연달아 디그를 터뜨리며 무려 37초의 랠리를 만들어냈다. 슬로베니아의 세터 데얀 비니시치가 패스 페인트로 랠리를 마감했다. 슬로베니아는 랠리 승리에 힘입어 11-8로 초반 흐름을 잡았다. 브라질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페르난도 길과 호드리구뇨를 빼고 브루노 헤젠데와 아드리아노를 투입했다.
교체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브루노의 투입 이후 안정감을 찾은 브라질은 루카스 사트캄프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루카스는 속공과 서브 에이스를 터뜨리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브라질은 루카스의 서브 타임에 연속 6득점을 뽑아내며 18-15 역전에 성공했다. 슬로베니아는 급격히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며 자신들의 플레이를 가져가지 못했다. 루카스에 이어 브루노와 히달고 욘디 레알에게도 서브 에이스를 내주며 완벽하게 분위기를 내줬다. 브라질은 플라비오 헤젠데의 블로킹으로 세트를 끝내며 1세트를 25-18로 따냈다. 서브에서 4-1로 앞선 것이 세트 승리의 주된 요인이었다.
2세트 초반은 양 팀 모두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브라질은 상대가 3단으로 처리한 볼을 서로 미루다가 실점하는 등 조직력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왈라시 데 소우자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장면도 카메라에 잡혔다. 브라질은 플라비오와 왈라시의 활약으로 리드를 뺏기진 않았지만, 지난 세트에 비해 분위기가 처진 기색이 역력했다. 슬로베니아 역시 잦은 서브 범실로 추격 기회를 날리며 좀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경기 양상이 이어졌고, 클레멘 체불의 범실과 레알의 득점이 나오면서 브라질이 먼저 13-10의 유의미한 리드를 만들었다.
세트 중반 흐름은 레알이 지배했다. 레알은 왼쪽에서의 공격에 이은 블로킹까지 성공시키며 16-12를 만들었다. 17-14로 앞선 상황에서는 엄청난 디그까지 성공시키며 플라비오의 속공 득점에 기여하기도 했다. 슬로베니아는 체불과 야니 코바치치 등이 끈질긴 수비력을 선보였지만 결정력 부재에 시달리며 추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세터 비니시치의 토스도 안정감이 부족했다. 반면 브라질은 레알과 아드리아노가 날개에서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가며 승기를 잡아갔다. 록 모지치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2세트도 브라질의 25-18 승리로 끝났다.
슬로베니아는 3세트도 불안한 출발을 했다. 톤첵 스턴의 서브 범실에 이어 루카스에게 블로킹을 내주며 0-2로 끌려갔다. 루카스는 점프를 떴다가 코트에 착지한 뒤에도 손끝을 이용해 블로킹을 해내는 개인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루카스는 5-3 상황에서도 틴 우르나트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며 세트 초반에만 3개의 블로킹을 만들었다. 브라질은 왈라시와 레알이 날개에서도 원활하게 득점을 올리면서 경기를 손쉽게 풀어갔다. 브루노의 서브 에이스까지 터지며 점수는 11-5까지 벌어졌다.
이때 벼랑 끝에 몰린 슬로베니아가 추격에 나섰다. 체불의 파이프와 스턴의 백어택에 이어 파옌크의 서브 에이스까지 나오며 14-15까지 점수 차를 좁혔다. 위기를 감지한 브라질은 흐름을 바꾸기 위해 레알의 점유율을 올렸지만, 레알이 범실을 저지르며 슬로베니아가 17-16 역전에 성공했다. 슬로베니아는 얀 코자메르닉이 다이렉트 득점까지 만들어내며 18-16까지 앞서나갔다. 브라질이 루카스와 왈라시를 앞세워 추격에 나섰지만, 스턴의 호쾌한 공격으로 슬로베니아가 먼저 20점 고지에 도달했다. 스턴은 내친 김에 서브 에이스까지 기록하며 22-20을 만들었다. 슬로베니아는 마지막까지 브라질을 집중력으로 앞섰고, 우르나트의 득점과 함께 25-22로 3세트를 가져왔다.
기세가 오른 슬로베니아는 4세트에도 체불을 앞세워 연달아 3득점을 올리며 4-0으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브라질도 왈라시의 공격과 아드리아노의 블로킹으로 반격하며 곧바로 추격했다. 계속해서 추격을 이어가던 브라질은 왈라시의 서브 에이스로 6-5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1~2점의 간격이 이어지는 접전 양상이 지속됐다. 브라질이 왈라시와 레알을 앞세워 달아나면, 슬로베니아는 스턴과 체불의 공격으로 추격했다. 팽팽한 흐름을 흔든 선수는 루카스였다. 루카스는 체불의 파이프를 단독으로 가로막으며 14-11을 만들었다. 브라질은 뒤이어 왈라시가 서브 에이스를 터뜨리며 15-11까지 앞서나갔다.
루카스의 블로킹 이후 분위기를 잡은 브라질은 계속해서 슬로베니아를 압박했다. 브라질의 연이은 강서브에 슬로베니아 수비 라인은 어려움을 겪었다. 기세를 올리던 체불도 강서브로 인해 리시브가 흔들리자 범실을 저지르며 주춤했다. 20점 고지에 선착한 브라질은 왈라시가 어려운 볼을 노련하게 처리하며 22-17로 승기를 굳혔다. 왈라시는 24점과 25점째도 자신의 공격으로 만들어내며 브라질에 동메달을 안겼다. 25-18, 브라질의 승리였다.
사진_FIVB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