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엔 투혼과 열정이 담겨있었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가 막을 내렸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8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3-4위 동메달 결정전에서 0-3으로 패했다.
4위지만 그 어떤 메달보다도 값지다. 도쿄올림픽 개막 전만 하더라도 예선 통과는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 티켓을 따냈던 아시아예선전과 달리 라인업이 대거 바뀌었기 때문.
‘학폭 사태’로 물러난 이재영‧다영 자매를 비롯해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한 강소휘까지. 주요 포지션이었던 선수들의 이탈에 대표팀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는 드물었다.
지난 5월, 새롭게 꾸린 명단으로 나선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3승 12패. 완벽하지 않은 호흡과 상대적 열세를 보였던 전력은 그대로 성적표로 드러났다. 한국은 16개 팀 가운데 15위에 머물렀고, 이러한 대표팀을 향한 우려의 시선은 더해갔다.
기우였다.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 조별 예선 첫 경기였던 브라질에 패했지만 케냐, 도미니카공화국, 일본을 차례로 제압하면서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과 일본전에선 5세트 접전 끝 승리를 가져왔다.
끝이 아니다. 8강에서 만난 터키를 제압하면서 또 한 번 기적을 일궈냈다. 10-13이었던 5세트, 패색이 짙었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김연경이 마지막 득점을 책임지면서 포효했다.
김연경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팀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김연경은 “후회 없이 하자”라는 말로 선수단을 독려했고, 승리로 한껏 오른 분위기만큼이나 조직력도 끈끈해졌다.
코트 안팍에서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란 걸 알기에, 간절함과 투혼, 열정이 선수들의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주장으로서 누구보다 컸을 부담감.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에도 김연경은 자신을 더욱 단단히 조여 맸다.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그지만 세르비아전 패배 후 김연경은 “후회는 없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비록 마지막 퍼즐을 맞추진 못했지만 더 값진 것들을 얻었다. 그리고 김연경은 16년간 가슴에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여기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그의 라스트는 김연경 자신에게도, 모두에게도 ‘베스트’ 그 자체였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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