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의 기다림은 끝났다. 이탈리아가 마침내 세계선수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적진 한가운데에서 거둔 짜릿한 승리였다.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11일 열린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이탈리아가 폴란드를 세트 스코어 3-1(22-25, 25-21, 25-18, 25-20)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탈리아의 마지막 세계선수권 우승은 1998년 일본에서 열린 대회였다. 세터 시모네 지아넬리는 본업인 세팅은 물론 서브와 공격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조국의 24년만의 우승을 견인했다. 3세트 투입된 미들 블로커 로베르토 루소도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승리에 일조했다. 폴란드는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풀세트 혈전을 벌인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34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폴란드의 홈 팬들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시작부터 엄청난 랠리가 나왔다. 양 팀의 리베로 파웰 자토르스키와 파비오 발라소가 디그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길었던 랠리의 끝은 알렉산더 슬리브카의 득점이었고, 폴란드가 기분 좋게 선취점을 올렸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알레산드로 미켈레토의 공격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지아넬리가 혼전 상황에서도 침착한 세팅을 구사하며 이탈리아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양 팀은 모두 엄청난 수비력을 선보이며 많은 랠리를 주고받았다. 혼전 양상 속에서 폴란드는 슬리브카가 3단 처리를 재치 있게 해내며 13-11의 2점 리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다니엘레 라비아의 연이은 득점으로 14-13 역전을 만들었다. 세트 중반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이 이어졌다.
먼저 균형을 깬 쪽은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는 14-14 동점 상황에서 지아넬리의 2단 공격과 라비아의 서브로 16-14를 만들었다. 폴란드가 타임아웃을 불렀지만, 이탈리아의 흐름은 끊기지 않았다. 지안루카 갈라시의 효과적인 서브로 폴란드의 범실을 유도하며 18-15까지 앞서갔다. 그러나 폴란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테우스 비에니엑이 효과적인 서브를 연달아 구사하며 20-21까지 추격했고, 급기야 서브 에이스까지 터뜨리며 21-21 동점을 만들었다. 부진하던 쿠렉까지 어려운 볼을 해결하며 폴란드는 23-22 역전에 성공했다. 슬리브카는 전매특허인 절묘한 밀어 넣기로 24-22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고, 유리 로마노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25-22 승리까지 직접 만들어냈다. 폴란드가 대역전승으로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폴란드가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쿠렉의 공격 득점과 미켈레토의 범실, 비에니엑의 속공까지 나오며 3-0으로 앞서나갔다. 이탈리아는 라비아를 앞세워 맹렬히 추격했다. 라비아는 공격 득점에 이어 서브 에이스까지 뽑아내며 6-7 1점 차를 만들었고, 미켈레토가 쿠렉의 공격을 가로막으면서 점수는 7-7 동점이 됐다. 폴란드는 슬리브카의 득점으로 8-7을 만들며 역전까지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지아넬리의 서브 에이스로 또 다시 10-10 동점을 만들었지만, 폴란드는 야쿱 코차노프스키의 속공으로 응수하며 여전히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슬리브카가 라비아의 공격을 깔끔하게 가로막으며 16-13 폴란드의 3점 차 리드를 만들었지만, 이탈리아도 곧바로 지아넬리의 2단 공격과 로마노의 득점으로 16-16 동점을 만들었다.
피 말리는 접전 속에서 양 팀은 파인 플레이를 주고받았다. 먼저 긴 랠리를 끝내기 위한 로마노의 공격을 폴란드 리베로 자토르스키가 엄청난 반응 속도로 건져 올렸다. 폴란드는 루카쉬 카즈마렉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결하며 기세를 올렸다. 질세라 이탈리아는 지아넬리가 빈 공간을 꿰뚫는 절묘한 서브로 에이스를 만들어내며 반격했다. 지아넬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치열했던 세트의 후반을 자신의 서브 타임으로 지배했다. 계속해서 폴란드의 리시브 라인을 괴롭히는 예리한 서브를 구사했고, 이탈리아 블로커들이 하이볼에 부담을 느낀 폴란드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며 23-20까지 앞서갔다. 라비아의 파이프로 24-21 세트 포인트에 도달한 이탈리아는 시모네 안자니의 블로킹으로 25-21을 만들며 2세트를 따냈다.
3세트도 폴란드가 먼저 기세를 올렸다. 폴란드는 마르친 야누즈의 서브 에이스와 슬리브카의 블로킹으로 4-2를 만들며 초반 흐름을 잡았다. 그러나 폴란드의 기세는 범실에 발목을 잡히며 조금씩 꺾였다. 비에니엑과 쿠렉의 연속 범실이 나오며 이탈리아에 9-8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탈리아는 로마노와 라비아의 활약을 앞세워 세트 중반까지 계속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폴란드의 거센 반격에 점수 차를 여유롭게 벌리지는 못했다. 폴란드는 부진한 쿠렉 대신 세메니욱과 비에니엑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계속해서 이탈리아를 사정권에 뒀다. 세트 중반까지 점수 차는 좀처럼 3점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계속해서 폴란드에 비해 열세였던 미들블로커 포지션에 변화를 주기 위해 3세트 로베르토 루소를 투입했다. 루소는 기대에 부응했다. 중요한 블로킹을 따내며 19-15의 리드를 이탈리아에 안겼다. 이탈리아는 라비아의 득점까지 나오면서 20점 고지에 선착했다. 이탈리아가 루소의 투입으로 재미를 본 것과 달리, 폴란드는 토마쉬 포르날과 그레고르 로마취를 투입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루소가 안겨준 리드를 잘 지켰고, 안자니의 득점과 함께 25-18로 3세트를 가져갔다.
4세트 초반, 이탈리아의 어택 커버가 돋보였다. 이탈리아의 수비수들은 폴란드의 블로킹을 맞고 떨어지는 공들을 거의 다 커버하면서 세컨드 찬스를 만들어냈다. 미켈레토와 라비아는 세컨드 찬스들을 잘 살리며 꾸준히 득점을 올렸다. 이탈리아는 루소의 디그가 바로 득점으로 연결되는 행운까지 따라줬다. 반면 폴란드는 체력적 어려움으로 인해 다소 움직임이 둔해진 기색이 역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혼전 상황에서 포르날의 범실까지 나오며 이탈리아가 9-6의 리드를 가져갔다. 기세가 오른 이탈리아는 지아넬리가 2연속 오픈 공격을 시도하는 등 여유로운 플레이를 이어갔고, 안자니의 블로킹과 미켈레토의 오픈으로 13-8까지 앞서갔다.
폴란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져 있던 쿠렉을 다시 투입했고, 쿠렉은 10-13으로 추격하는 서브 에이스를 터뜨리며 기대에 보답했다. 그러나 기세가 오른 이탈리아는 그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공격의 선봉장인 로마노의 타점과 서브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반면 지친 폴란드의 공격수들은 속공조차 제대로 때릴 수 없을 정도로 타점이 내려온 상태였다. 이탈리아는 안자니의 속공 득점으로 20점에 선착하며 점점 우승컵에 다가갔다. 이탈리아의 속공이 계속해서 애매하게 떨어졌지만, 폴란드의 수비수들은 디그를 잡을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날개 공격이 막히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였던 비에니엑의 속공마저 범실이 되며 폴란드는 사실상 전의를 상실했다. 세메니욱의 서브 범실로 이탈리아의 매치 포인트가 만들어졌고, 비에니엑까지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경기가 끝났다. 25-20, 이탈리아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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