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한민국 여자대표팀이 2022VNL(발리볼내이션스리그)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17-25, 16-25, 11-25)으로 패한 뒤 경기를 본 소감을 묻자 어느 감독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또 다른 감독은 “많이 걱정스럽다”고 했고 누구는 “이것이 V리그의 냉정한 현실”이라며 자책했다. 이번 VNL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던 어느 감독은 “훈련을 하느라 보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모두가 2일의 결과에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우리 대표팀의 문제점과 해결 방법, 앞으로의 가능성을 물었다.
●세대교체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A감독은 “프로팀도 주전 선수가 한 두 명 바뀌면 손발을 다시 맞추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대표팀은 기둥 선수 3명(김연경 양효진 김수지)이 동시에 은퇴했다. 새 대표팀이 오랫동안 훈련하고 실전 경험을 쌓아가면서 다시 맞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힘든 시기를 견뎌야 한다”고 했다.
감독들은 새 대표팀을 향해 “비난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 어차피 새 전임감독으로 세자르를 선임했으니까 이제는 그의 판단과 역량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쉽게도 세자르 감독은 소속팀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늦게 귀국해 고작 사흘간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뒤 VNL에 참가했다. 아무리 이동엽 수석코치가 감독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동영상으로 많은 자료를 주고받고 확인도 했겠겠지만 실제 팀을 운영하는 감독들은 그런 말은 모두 허상이라는 것을 잘 안다. “비대면으로 감독이 선수를 완벽히 지도할 수 있다면 세계 최고의 명장에게 그런 서비스를 부탁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B감독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정확한 패스
감독들은 한일전 참패의 원인으로 부정확한 패스를 들었다. 특정 선수를 언급하기는 싫지만 배구의 특성상 다른 포지션보다 자주 공을 만져야 하고 그래서 승패의 책임을 짊어질 세터 염혜선의 플레이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C감독은 “윙 공격수에게 가는 패스의 스피드와 높이 모두가 맞지 않았다. 준비시간이 부족한 탓으로 보인다. 미들블로커와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팀의 공격 옵션 1,2번인 윙 공격수와 먼저 맞춰야 한다. 지금 상황이라면 세터가 어떻게든 이들을 살려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일전에서 팀의 주 득점원 역할을 해야 하는 김희진은 4득점, 레프트 박정아는 7득점에 불과했다. 공격효율도 각각 -11.7%, 17.39%%로 저조했다. 지난해 2020도쿄올림픽 본선 한일전에서 김희진은 8득점, 공격효율 5%를 기록했다. 그때보다 부진했던 이유도 있었다.
소속팀 감독들은 이들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박정아는 대표팀 합류 전, 등 부위에 이상이 생겨 간단한 수술을 받았다. 이 바람에 제대로 훈련을 못한채 대표팀이 합류했다. 김희진은 비시즌 때 꾸준히 개인 훈련을 해왔지만 무릎이 많이 아프다. 두 사람은 부상을 핑계 삼아 대표팀에서 빠질 수도 있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출전했다.
만일 김연경이 버티고 있었다면 세터의 부정확한 패스도 개인 기량으로 해결하면서 고비를 넘어갈 수 있지만 이제는 과거의 얘기다. 새 대표팀은 이전보다 정확한 연결이 필요하다. 현실이다. D감독은 “일본은 세터가 4번 자리로 연결하는 패스가 빠르고 정확했다. 세터의 머리 위로 날아오는 리시브도 정확했지만 세터가 공격수에게 주는 패스의 스피드와 정확성에서 두 팀의 차이가 너무 컸다”고 했다.
●경험 부족의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김수지가 빠진 중앙은 이다현과 정호영이 나섰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다른 어느 포지션보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기에 이제부터 만들어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E감독은 “센터의 스탭부터 문제가 보였다. 상대의 빠른 플레이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V리그에서는 보지 못한 다양한 공격형태와 빠른 스피드에 당황했을 것이다. 중앙에서의 플레이가 중요한 현대 배구에서 경험이 없는 우리 센터들이 힘들어 했다. 이럴 때 사이드 공격수들이 어느 정도는 도와야 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은 상대의 플레이를 예측해서 덫을 놓는 수준의 블로킹과 빠른 이동공격은 기대할 수준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일본보다 앞선 것은 여전히 높이였다. 확실한 라이트 공격수가 없는 일본은 우리의 높이를 버거워했다. 그나마 블로킹에서 앞선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더 빨라야 하고 더 다양한 기술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감독들은 일본의 플레이에서 우리 대표팀이 가야 할 길을 찾았다.
“일본은 반격이 빨랐고 짜임새가 좋았다. 플레이가 단순했지만 4번자리로 가는 패스가 정확했고 간혹 쓰는 이동공격도 우리 블로커가 따라가지 못했다. 여기에 파이프 공격을 섞어가면서 우리 블로킹을 쉽게 따돌렸다. 우리는 일본보다 키는 컸지만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느렸고 짜임새에서 차이가 너무 컸다”고 했다.
또 다른 감독은 “공격수들의 다양한 타법으로 상대의 높은 블로킹을 뚫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대표팀의 준비 부족인지 현재 V리그 선수들의 기량이 국제대회에 통용되지 않는 수준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우리가 팬들이 원하는 2024파리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고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선수들이 스스로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각 팀도 거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 현실은 주전 선수들이 V리그에서 충분히 통하고 많은 돈을 받다 보니 목표 의식이 사라진지 오래고 현실에 안주한다. 세계배구의 흐름과 동떨어진 배구를 해온 V리그부터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가 더욱 암담하다”는 감독들의 솔직한 고백은 한일전 패배 효과로 더 실감나게 들린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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